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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세진 김민석, 한국 메달 갈증 풀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평창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동메달을 따낸 김민석이 태극기를 두르고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경록 기자

평창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동메달을 따낸 김민석이 태극기를 두르고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국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 나흘 만에 귀중한 메달을 획득했다. 스피드스케이팅 기대주 김민석(23·성남시청)이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4년 전 2018 평창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2회 연속 쾌거를 이뤘다.

김민석은 8일 중국 베이징 국립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1분44초24를 기록했다. 세계 정상급 스케이터 29명 중 세 번째로 빠른 기록이었다.

11조 인코스에서 출발한 김민석은 세계기록 보유자인 디펜딩 챔피언 키얼트 나위스(네덜란드)와 함께 출발했다. 300m 구간을 23초75로 통과한 김민석은 나위스에 10m 정도 거리를 둔 채 레이스를 이어갔다. 1100m 지점을 지나 안쪽으로 달리다 바깥쪽으로 나올 땐 나위스에 바짝 따라붙기도 했으나 잠시 후 다시 거리가 멀어졌다.

나위스는 20년 만에 새 올림픽 기록(1분43초21)을 세우며 평창올림픽에 이어 2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나위스와 끝까지 접전을 벌였던 김민석은 3위를 차지했다. 레이스를 마친 김민석은 휴식을 취하면서 남은 선수들의 레이스 결과를 기다렸다. 12~14조 선수들은 모두 김민석의 기록을 넘지 못했고, 마지막 15조 선수들까지 김민석을 넘지 못해 3위가 확정됐다. 키 1m78㎝인 김민석은 세계적인 선수들에 비하면 작은 체구지만 파워과 스피드만큼은 뒤지지 않았다.

김민석은 ‘빙속 괴물’로 불린다. 평창올림픽 당시 19세였던 김민석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1500m에서 깜짝 동메달을 따냈다. 이승훈, 정재원과 함께 출전한 매스스타트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정재원과 함께 ‘뽀시래기들’로 불리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발랄한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올림픽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한 김민석은 2020년 4대륙 선수권 남자 1500m에서 우승했고, 올해 월드컵 1차 대회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을 딴 토마스 크론(왼쪽), 금메달리스트 키엘드 나위스와 포즈를 취한 김민석. 김경록 기자

은메달을 딴 토마스 크론(왼쪽), 금메달리스트 키엘드 나위스와 포즈를 취한 김민석. 김경록 기자

마지막 4차 대회에 불참해 랭킹 7위로 마무리했지만, 세계적인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력을 뽐냈다. 베이징에 일찌감치 도착해 빙질 적응 훈련을 마친 김민석은 “쇼트트랙 판정 문제로 선수단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태여서 꼭 메달을 따고 싶었다”며 “평창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동메달을 따게 돼 기쁘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창올림픽 때보다 기량이 더 좋아진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붙었고, 힘과 체력이 좋아졌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의 기량도 발전한 것 같다”며 “나는 이제 스물 세 살이다.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관중석을 찾은 한국 임원진 및 응원단에서도 환호성이 터졌다. “김민석 잘했다” “화이팅” “멋있다”는 함성과 박수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전날 쇼트트랙 경기에서 편파판정 시비로 침통했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한국 선수단은 대회 개막 사흘째까지 메달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쇼트트랙에서 중국을 위한 편파 판정이 발생하면서 8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김민석의 낭보에 메달 갈증을 해소하면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김민석은 평창 올림픽이 끝난 뒤 “빙속 괴물로 가는 한 걸음을 내디딘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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