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엔비디아-ARM 합병 끝내 무산...장벽 더 높아진 반도체 M&A

중앙일보

입력

ARM의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ARM의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반도체 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미국 엔비디아와 영국 ARM의 인수·합병(M&A)이 끝내 무산됐다. 독과점을 우려한 주요국 규제 당국과 글로벌 반도체·정보기술(IT) 업계의 반대에 발목이 잡혔다. '반도체 자국주의'가 확산하며 향후 반도체 업계의 '빅딜'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공식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ARM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최대 주주인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6년 320억 달러(약 38조3800억원)에 ARM을 인수한 바 있다.

두 회사의 합병 무산은 예고된 결과다. 2020년 9월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400억 달러(약 47조6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관련 업계에선 즉각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모바일·그래픽칩 분야 절대 강자인 두 회사가 합칠 경우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엔비디아와 ARM 로고

엔비디아와 ARM 로고

지난해 7월엔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엔비디아-ARM의 M&A 관련 1단계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심각한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밝혔고, 지난 연말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인수를 저지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연합(EU)과 중국 경쟁당국도 같은 이유로 승인을 미뤄왔다. 반도체 공룡의 탄생을 우려한 삼성전자와 인텔, 퀄컴, AMD, 아마존 등 글로벌 업체들도 미국 FTC에 합병 반대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엔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포기하려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결국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는 8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양사의 선의에도 각국 규제로 거래를 완수할 수 없는 중대한 제약 사항이 발생했기 때문에 인수·양도 계약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RM은 컴퓨팅의 역동성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으며 ARM과 한 회사가 될 수는 없었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ARM은 두 번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며 "이 기회를 잡아 ARM을 상장하고 보다 큰 성장을 거둘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세기의 M&A’가 무산되면서,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에 12억5000만 달러(약 1조4980억원)의 위약금을 물게 됐다. FT는 ”소프트뱅크가 ARM에 대한 투자금 회수를 위해 올해 안에 영국이 아닌 뉴욕증권거래소를 통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6일엔 독일 정부의 반대로 대만 글로벌웨이퍼스와 독일 실트로닉간 M&A가 무산됐다. 지난해 3월엔 중국 당국이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 M&A 승인을 거부하며 없던 일이 됐다.

한편, 이날 ARM은 르네 하스 IP그룹 총괄 겸 수석부사장을 신임 CEO에 선임했다. 손정의 회장은 "ARM이 공모 시장 재진입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르네 하스 신임 CEO는 ARM의 성장을 가속화할 최적의 리더"라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