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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독 베이징선 많이 넘어질까...'공포의 빙질' 알고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8강전 경기에서 최민정이 넘어지고 있다. 뉴스1

7일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8강전 경기에서 최민정이 넘어지고 있다. 뉴스1

지난 7일 베이징 수도체육관. 오전에 열린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시상식이 끝난 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 직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후 7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쇼트트랙 경기를 위해 펜스를 설치하고, 정빙기로 새롭게 얼음을 세팅해야 했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경기에선 넘어지는 선수가 속출했다. 경쟁을 펼치던 선수들끼리 부딪히는 경우도 많았지만, 여자 500m 최민정처럼 혼자 미끄러지는 선수들도 여러 명 나왔다. 박장혁이 출전한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선 두 명이 페널티를 받고, 박장혁이 넘어져 부상을 입기도 했다. 박장혁은 뒤따르던 선수 스케이트날에 손을 베이는 부상까지 입었다.

겨울올림픽에선 보통 피겨와 쇼트트랙이 한 경기장에서 열린다. 두 경기 규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2018 평창올림픽 때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었다. 피겨는 북미 지역 시청자가 많고, 개최국 한국은 쇼트트랙이 강하기 때문에 오전에 피겨, 오후에 쇼트트랙 경기를 치렀다. 베이징 올림픽 역시 마찬가지다.

7일 오전 피겨 경기를 마친 뒤 쇼트트랙 경기를 위해 경기장 세팅을 하는 모습. 베이징=김효경 기자

7일 오전 피겨 경기를 마친 뒤 쇼트트랙 경기를 위해 경기장 세팅을 하는 모습. 베이징=김효경 기자

피겨와 쇼트트랙은 빙질이 다르다. 점프와 스핀을 해야 하는 피겨는 부드럽게 미끄러져야 하지만, 속도를 내야 하는 쇼트트랙은 코너링이 많아 단단해야 한다. 피겨는 얼음 두께를 약 5cm에 영하 3~4도, 쇼트는 4cm, 영하 7도 정도로 만든다. 그래서 피겨에서 쇼트트랙으로 변경할 때는 냉동 시스템을 풀가동해야한다. 7일 취재석에서 피겨를 지켜보다 쇼트트랙을 지켜본 기자도 추워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7일에는 6시간 안에 세팅을 마쳐야 했다. 최용구 대표팀 지원단장은 "중국에서도 최고 빙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오전에는 피겨 경기가, 오후에는 쇼트트랙 경기가 열려 (양질의 빙질을 유지하는 데에) 문제를 겪는 것 같다. 평창 대회에선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 대회는 그런 문제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특히 최민정이 넘어졌던 두 번째 코너에서 많은 선수들이 미끄러졌다.

러시아 여자 피겨스케이팅 카밀라 발리예바가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도중 넘어져 있다. 김경록 기자

러시아 여자 피겨스케이팅 카밀라 발리예바가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도중 넘어져 있다. 김경록 기자

강릉 아이스 아레나는 초대형 냉각기 3대를 운영해 빙면 전환시간을 1시간 30분으로 단축시켰다. 빙판 아래엔 냉각관과 온수관을 깔아 빙질을 이른 시일 안에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는 듯하다.

문제가 있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다. 좀 더 주의깊게 경기를 풀어가는 게 유일한 대책이다. 이소희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는 "비슷한 구간에서 많이 넘어져서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경기 속도가 빠르고, 순식간에 이뤄졌다"며 "장비 부분을 포함해 더 완벽하게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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