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사 무마’ 의혹 당사자가 지휘 논란…檢, 뒤늦게 警에 보완수사 요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원지검이 보완수사를 결정한 성남FC 후원금 강요 의혹 사건 수사를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다시 지휘하게 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사건 수사를 무마하려 했단 의혹에 휩싸인 당사자가 수사를 지휘하도록 하는 건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8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성남FC 후원금 강요 의혹 사건은 전날 수원지검의 보완수사 지휘에 따라 성남지청 형사1부(부장 김윤후) 수사팀이 보완수사를 벌일 수 있게 됐다.이날 성남지청은 “수원지검의 지휘를 존중해 혐의 유무를 판단하기에 다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 근거, 분당경찰서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난해 10월 사건이 송치된 뒤부터 수사팀의 자체 보완수사나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 의견을 4개월 동안 묵살하고 사건을 뭉개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은정 지청장이 여전히 성남FC 사건 보완수사를 지휘하게 된다는 점이다.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김경록 기자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김경록 기자

게다가 박 지청장은 수사 무마 의혹으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로부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등의 혐의로 고발당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조차 박 지청장 스스로 수사 지휘를 회피해 수사팀의 공정한 수사를 보장하는 게 상식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현직 차장검사는 “수사나 재판은 실체적 진실뿐만 아니라 양쪽 당사자 어느 편에 서지 않고 공정하게 보여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담보하지 못하면 회피하는 게 옳다”며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사표를 내면서 박 지청장의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진 마당에 박 지청장이 그대로 지휘한다고 하면 누가 공정하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박 지청장은 2020년 ‘추미애 법무부’의 감찰담당관으로 재직하면서 내부 반대의견에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현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감찰과 징계를 주도해 대표적인 친여(親與)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지난달 25일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돌연 사표를 내면서 성남FC 후원금 용처 파악을 위한 계좌추적 등 보완수사 필요성에 관한 수사팀과 박 차장검사의 견해를 박 지청장이 수차례에 걸쳐 묵살한 때문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법무부령인 검찰사건사무규칙 30조에 따르면, 검사나 검찰청 직원은 ▶본인·친족이 피의자·피해자인 경우 ▶피의자·피해자와 법정대리인·후견감독인 등의 관계이거나 그런 관계였던 경우 ▶그 밖에 수사·기소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염려가 있는 객관적·구체적 사유가 있는 경우 소속 검찰청의 장(長)의 허가를 받아 그 수사·공소유지 업무를 회피해야 한다.

법무부 훈령인 검사윤리강령 9조도 검사는 취급 중인 사건의 피의자·피해자의 기타 사건 관계인과 친족 관계에 있거나 그들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을 때 또는 당해 사건과 자신의 이해가 관련됐을 땐 그 사건을 회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이 지난 3일 오전 '성남FC 불법 후원금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 항의를 하기 위해 성남지청에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이 지난 3일 오전 '성남FC 불법 후원금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 항의를 하기 위해 성남지청에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실제 지난해 수원지검이 수사·기소한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당시엔 검찰총장과 수원지검장이 모두 지휘를 회피한 적이 있다. 사건 발생 당시 법무부 차관이었던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지휘를 회피했고, 관련 사건인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무마 사건과 관련해선 2019년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으로 근무해 이해충돌 우려가 있을 수 있단 이유로 문홍성 수원지검장(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스스로 수사에 관여하지 않았다. 이에 오인서 당시 수원고검장이 두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를 도맡았다.

다만, 박 지청장은 “수사팀과 견해차가 있어 각 검토의견을 그대로 기재하여 상급 검찰청에 보고하기로 하고 보고를 준비하던 중 박 차장검사가 사직한 것”이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현재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회피 사유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박 지청장 본인은 수사를 뭉개려고 한 적이 없고, 미비한 점을 얘기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 않느냐”며 “불공정하게 수사를 지휘했다는 게 명백하게 드러난다면 공정성을 위해 본인이 스스로 회피하는 게 필요할 순 있지만, 아직은 알 수 없는 가정적 상황이라 회피 사유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오수 총장이 수원지검에 지시한 경위 조사 결과는 그래서 중요하다. 박 지청장의 비위 또는 결백 중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지휘 회피와 관련한 판단이 좀 더 단순해질 수 있어서다. 전날 수원지검의 성남지청에 대한 보완수사 지휘는 성남지청의 지휘요청 건의에 따른 것으로, 현재 진행 중인 경위 조사와는 무관하다고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