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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 코 베이징" 빼앗긴 금메달…韓쇼트트랙 전설들 격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한국 남자 대표팀 선수들이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잇따라 탈락한 데 대해 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올림픽 정신을 언급하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에서 1위로 들어온 황대헌이 실격 판정을 받아 결승행이 무산됐다.

심판은 결승선 4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로 중국 선수 2명을 연달아 제치며 1위로 오른 황대헌에게 레인 변경을 늦게 했다며 페널티를 부여했다.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김선태 감독 등 코치진이 중국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김선태 감독 등 코치진이 중국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어진 1000m 준결승 2조에서는 이준서가 희생양이 됐다. 이준서는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역시 레인 변경 반칙을 했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황대헌과 이준서가 결승행 티켓이 주어지는 순위 안에 들고도 실격되면서 조 3위였던 중국 선수들이 결승에 올랐다.

중국 선수 3명과 헝가리 선수 2명이 오른 결승 경기에서는 헝가리의 사올린 샨도르 류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으나 역시 레이스 도중 반칙으로 실격됐다. 결국 중국 선수 런쯔웨이가 금메달, 리원룽이 은메달을 손에 쥐었다.

박승희 전 국가대표·김도겸 전 국가대표 인스타그램. [사진 인스타그램]

박승희 전 국가대표·김도겸 전 국가대표 인스타그램. [사진 인스타그램]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잇따른 데 대해 전직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2014 소치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3000m 계주 금메달리스트인 박승희 SBS 해설위원은 올림픽 홍보물을 패러디한 '눈 뜨고 코 베이징 2022' 포스터와 함께 "이 기분을 또 느낄 줄이야. 그것도 2배로"라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박승희는 소치올림픽 1000m 결승 경기 결승선 직전에서 중국 판커신에게 신체를 붙잡히는 방해를 받은 바 있다.

1998 나가노겨울올림픽에서 3000m 계주 금메달을 땄던 안상미 MBC 해설위원도 박 위원과 같은 내용의 패러디물을 올리며 "제대로 베였네"라고 적었다. 안 위원은 중계 중 남자 1000m 금메달을 확정 짓고 기뻐하는 중국 대표팀을 향해 "이렇게 따는 메달이 가치가 있을까요. 이렇게라도 따야 하는 걸까요"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 출전했던 김도겸 선수는 인스타그램에 "올림픽 정신이 뭘까"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꿈꾸고 메달은 못 땄어도 내가 꿈을 이룬 선수임은 변치 않았고 행복했다"며 "오늘은 부끄럽고 쓸쓸하고 아픈 하루다. 모든 꿈이 온전하고 진정성 있게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편파 판정의 당사자인 황대헌은 해당 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을 표했다.

이번 판정 논란과 관련해 한국 선수단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기로 했다. 대한체육회는 "8일 오전 베이징 동계올림픽 메인 미디어 센터에서 윤홍근 선수단장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CAS에 관련 사항을 제소하기로 했다"며 "이번 판정의 부당함을 공식화해 다시는 국제 빙상계와 스포츠계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억울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 선수단은 경기 종료 후 쇼트트랙 심판 위원장에게 강력히 항의한 데 이어 국제빙상경기연맹(ISU)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항의 서한문을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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