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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부동산세금 OECD 1위···"적은 편" 정부 주장 거짓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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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각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견줘서다. 부동산 같은 자산에 부과하는 자산세(Taxes on property)는 물론, 양도소득세(개인 기준, Capitalgaintax_individual) 부담 모두 2020년 기준으로 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자산세와 양도소득세 대상에는 주식 같은 금융자산 등도 포함되지만 부동산 관련 세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7일 통계청장,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역임한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내놓은 ‘부동산 관련 세금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자산세 비중은 3.976%를 기록하며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와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영국(3.855%)ㆍ룩셈부르크(3.834%)ㆍ캐나다(3.777%) 순이다.

OECD 주요 국가의 GDP 대비 자산세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nag.co.kr

OECD 주요 국가의 GDP 대비 자산세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nag.co.kr

구체적으로 ▶취득세 같은 자산거래세(transaction taxes)가 2.395%로 1위 ▶상속·증여세(inheritanceㆍgift tax)가 0.539%로 3위 ▶재산세·종합부동산세·주민세(재산분) 등 부동산 재산세(immovable property taxes)가 1.042%로 13위다. 이밖에 ▶부유세 같은 순자산세(net wealth taxes)는 0% ▶자산재평가세 등 비정기적 자산세(non-recurrenttaxes)는 0%였다. 유 의원은 OECD의 자산세 분류 기준을 토대로 분석했다.

한국의 GDP 대비 자산세 비중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8위에서, 2018~2019년엔 2년 연속 6위를 지키더니 2020년 1위로 치솟은 것이다. 납세자의 세금 부담 증가 속도가 경제성장 속도를 훨씬 앞질렀다는 의미다.

이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거래세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집값이 크게 뛰고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따라 보유세가 급격히 늘어나서다. 2020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자산거래세 비중은 2.395%로 전년 1.754%에서 크게 뛰었는데, 이는 OECD 평균(0.436%)의 5배가 넘는 압도적 1위다.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등을 거래할 때 내는 자산거래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부동산 거래세다. 집값 상승으로 취득세가 늘어난 데다, 젊은 층의 이른바 패닉바잉으로 전국 주택 거래량이 폭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GDP 대비 자산세 비중 순위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의 GDP 대비 자산세 비중 순위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보유세를 포함한 부동산 재산세 비중은 2017년 0.780%로 OECD 평균(1.053%)에 못 미치는 22위였으나, 2020년에는 1.042%로 OECD 평균(0.991%)을 넘으며 13위로 올라섰다. 문재인 정부들어 보유세 세율을 높이고, 다주택자의 세부담 상한을 상향 조정한 여파다. 이는 절대적인 자산세액 증가분을 살펴봐도 드러난다. 한국은 2017년 481억2000만 달러의 자산세액을 징수했으나, 2020년에는 이보다 34.7% 늘어난 648억3400만 달러의 자산세액을 거둬들였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OECD 회원국과 비교해 한국은 자산세 부담만 큰 게 아니다. 2020년 기준 양도소득세(개인 기준)의 GDP 대비 비중은 1.229%로 1위다. 2017년에는 0.824%로 3위였지만 3년 새 0.4%포인트나 증가했다. 이어 스웨덴(1.206%)ㆍ미국(0.961%)ㆍ이스라엘(0.926%) 순이었다.  한국은 소수 대주주를 제외하고는 주식 양도세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부동산 양도소득세로 볼 수 있다.

OECD 주요 국가의 GDP 대비 개인양도소득세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OECD 주요 국가의 GDP 대비 개인양도소득세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유 의원은 “OECD 대부분의 국가는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을 줄이고 있지만, 한국은 반대로 늘리고 있다”며 “보유세 부과 기준인 공시가격이 오른 점 등을 감안하면 지난해와 올해 한국의 GDP 대비 부동산 자산세 비중은 4%를 넘고, 압도적인 단독 1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세제 헛발질이 부작용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보유세 강화로 다주택자를 압박해 이들이 보유한 매물을 내놓게 하고, 집값을 끌어내리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거래세와 양도세까지 중과하면서 이들의 퇴로를 막았다. 결국 이들은 규제 완화를 기다리며 버티기에 들어갔고, 부동산 시장에선 매물 기근이 심해지며 되려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매매 차익을 얻은 것도 아니고, 살던 집은 그대로인데 세금 부담만 늘어난 1주택 소유자들이 많아진 배경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그간 재산세율 정도만 단순 비교해 ‘국제적으로 세율이 낮다’고 주장해왔으나, 국민이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을 합치면 OECD 최고 수준”이라며 “보유세는 장기적으로 강화하더라도 1주택자의 조세 부담은 줄여야 하며, 취득세ㆍ양도세는 낮춰 원활한 거래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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