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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 수강신청 경쟁률 1위…'테슬라 교수님' 강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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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사람들은 회사가 가치를 만들고, 고객은 그걸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비즈니스는 회사와 고객이 함께 가치를 만들고 이를 공유하는 구조입니다.”

일찍이 “테슬라가 뜬다”고 예고해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교수님이 있다. ‘테슬라 타는 교수님’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경영전문대학원 노상규(57) 교수의 이야기다. 노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때 IT 분야 스타트업을 창업하기도 했던 그는 현재 미디어 연구소인 ‘오가닉 미디어랩’을 공동 운영하며 새로운 형태의 기업에 대한 연구·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상규 서울대 경영대학 및 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오가닉미디어랩]

노상규 서울대 경영대학 및 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오가닉미디어랩]

강의 듣기 위해 수강신청 ‘올인’도

서울대에서 그의 강의를 듣긴 쉽지 않다. 수강하려는 학생들이 몰려서다. 실제로 지난해 2학기 경영전문석사 과정 마지막 모듈(한 학기는 두 모듈로 구성)에서는 노 교수의 강의가 최고 인기 과목으로 선정됐다. 경영전문석사 과정 수강신청은 학생들이 각자에 주어진 점수(1000~1500점)로 입찰을 하는 식으로 이뤄지는데, 노 교수의 과목은 최고 입찰 점수인 1500점을 기록했다. 가지고 있는 모든 점수를 모두 걸어 노 교수의 수업을 수강 신청한 학생들이 있었다는 거다.

노 교수는 수업에서 테슬라나 넷플릭스, 아마존, 구글 등 기업들이 왜 잘 됐는지를 분석하고, 블록체인이나 NFT(대체 불가능 토큰) 등 신기술이 기업에 가져올 변화 등을 다루고 있다. 여느 경영학 수업과 달리 미국 사회학자 던컨 와츠나 헝가리 과학자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등 비경영학 이론가들의 관점을 함께 다루는 역시 다른 수업과의 차이점 중 하나다. 노 교수는 “기업과 사회의 경계가 사라지는 세상이 됐다”며 “기업을 경영학으로만 해석할 수 없듯, 사회도 사회학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인터넷이 기업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테슬라와 아마존 같은 새로운 형태의 기업을 ‘오가닉 비즈니스’로 분류한다. 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기존 기업들과 달리 ‘정보’와 ‘연결’을 기반으로 한다. 이들 기업은 제품(서비스)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서로 연결될수록 가치가 증가하는 특성을 가진다.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페이스북은 그 자체로는 별다른 쓸모가 없지만, 페이스북을 쓰는 사용자들이 서로 친구를 맺을수록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노상규 서울대 경영대학 및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사진 노상규 교수 제공]

노상규 서울대 경영대학 및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사진 노상규 교수 제공]

또 이들 기업은 서비스와 수익 모델이 분리돼 있어 공짜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구글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된다. 구글의 서비스 모델은 검색, 수익 모델은 광고다. 또 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사용자 참여 기반으로 확장이 가능해 규모가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 일례로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현재 전 세계에 3억 명 이상의 활성화 고객과 240만명 이상의 판매자를 지니고 있다. 노 교수는 “월마트는 공급자로부터 상품을 사서 소비자에게 파는 기업이라면, 아마존은 구매자-상품, 상품-상품, 구매자-판매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 운전 개념 자체를 재정의”

노 교수는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테슬라’를 꼽기도 했다. 그는 “테슬라는 차 회사가 아니라 AI 회사”라며 “테슬라는 운전이라는 개념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혼자 하는 일로 여겨지던 운전을 ‘테슬라와 운전자가 함께 하는 것’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테슬라 차량은 주행 데이터를 본사 데이터센터에 실시간으로 전송해 알고리듬을 개선하는 데 쓸 수 있다.

노 교수의 강의는 토론과 발표 중심으로 이뤄진다. ‘1억원이 있다면 투자하고 싶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뭐가 있냐’는 등 발표 주제를 제시하고 현업에 뛰어든 제자들을 초빙해 강연 듣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노 교수는 “교육은 학생이 배우는 게 목적이지 교수가 강의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학생도 다른 학생의 선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경영학을 공부하거나 공부하려는 이들에게 "세상을 바꾸는 건 기업인"이라며 "큰 꿈을 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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