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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Review] 신라젠·오스템 등 상폐 기로…개미들 “2월은 잔인한 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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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월은 개미들에게 잔인한 달이 될 전망이다. 개인 투자자에게 가장 큰 공포인 ‘상장폐지’ 결론을 기다리는 기업이 쌓여있다. 7일 판단이 또 보류된 코오롱티슈진에 이어 신라젠과 오스템임플란트 등이 대표적이다. 다음 달도 안심할 수 없다. 부실기업이 걸러지는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이 기다리고 있어 날벼락을 맞을 수도 있다.

2월 상장폐지 관련 일정.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월 상장폐지 관련 일정.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7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시장위)는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한 결과 속개(판단 보류) 결정을 내렸다. 상장폐지 여부를 가를 ‘운명의 날’이 또 연기된 것이다. 향후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여부는 추가 자료를 제출받아 재심사 수순을 밟게 된다. 한국거래소 측 관계자는 “일정은 아직 정해진 게 없고 추가 공시가 있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신약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성분 논란으로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에 올라 2019년 5월 이후 3년 가까이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이번 판단보류로 소액주주 6만4332명(지난해 3분기 기준)은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에 빠지게 됐다.

대기 번호표 다음 순위는 신라젠이다. 지난달 18일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된 신라젠도 오는 18일 전에 열리게 될 코스닥 시장위에서 최종 운명이 결정된다. 상장폐지가 결정될 수도, 코오롱티슈진처럼 추가 개선 기간을 부여받을 수도 있다. 상장폐지 결정이 나더라도 이의신청을 통해 2차 시장위에서 다시 한번 다툴 기회가 남아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2심제(기업심사위원회→상장공시위원회), 코스닥은 3심제(기업심사위원회→시장위→(2차)시장위)로 상장폐지 심사를 한다. 코스닥의 경우 이의신청으로 2차 코스닥 시장위가 열릴 수 있다. 현재 코오롱티슈진은 3심 단계에, 신라젠은 2심 단계에 있는 셈이다.

코스닥 시장 주요 퇴출요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스닥 시장 주요 퇴출요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회계 담당 직원이 회사 자금 2215억원을 횡령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의 운명도 이번 달에 결정된다. 한국거래소 규정상 오는 17일까지 심사가 재개돼야 한다. 심사 대상으로 결정되면 거래정지가 상태가 길어질 수 있어 투자자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셀트리온그룹의 경우 분식 회계 의혹과 관련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 이번 달 중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결론을 낼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과실이 아닌 고의로 판단될 경우 셀트리온 헬스케어는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까지 갈 수도 있다.

상장폐지 심사를 앞둔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안심하기도 이르다. 12월 결산 법인 등의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제출이 이뤄지는 탓에 ‘상장폐지의 달’로 불리는 3월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사업보고서를 미제출하면 곧바로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감사 의견도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적정 의견을 제외한 범위제한 한정의견, 부적정 의견, 의견거절과 같은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로 이어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감사 시즌에 49개(유가증권시장 8곳, 코스닥 41곳) 기업이 감사 의견 ‘비적정’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에서 살아나더라도 감사 의견에서 ‘비적정’ 의견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장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다 엄격하게 감사하면서 매출 등 다른 회계항목에서 비적정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면서도 “회수하지 못한 자금을 손실처리로 적자에 반영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상장폐지는 거래소에서 퇴출당한다는 의미다. 장외 시장에선 주식도 거래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해당 주식이 휴지조각이 된다’고 말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정리매매 기간 중 헐값에 주식을 처분하기 때문이다.

재상장을 노리고 상장폐지 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진로 등이 상장폐지 후 재상장했지만, 흔한 사례가 아니다. 또 장외 시장 거래의 경우 금융투자협회나 사설 거래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지만, 거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만큼 부담스러울 수 있다.

상장폐지 종목을 피하려면 일단 투자하려는 기업의 기본적인 재무제표를 확인하는 게 필수라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김대욱 KB증권 부장은 “영업적자가 3년 이상 난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가장 주된 상장폐지 사유는 영업손실이다. 코스닥의 경우 4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이 나면 관리종목, 5년 연속 시에는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강병욱 세종사이버대 금융자산관리학과 겸임교수는 “최대주주가 자주 바뀌는 회사, 재무제표가 엉망인데 외국인 수급이 늘어난다거나 인수·합병(M&A) 호재를 남발하는 회사는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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