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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울타리 없는 인재, 메타버스 캠퍼스서 학문 경계 허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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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총장 집무실에서 심종혁 총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총장 집무실에서 심종혁 총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국내 대학 가운데 ‘융합’ 교육의 원조라 꼽힐만한 곳이 서강대다. 1960년 개교 때부터 학문간 통섭을 강조한 서강대는 연계전공·복수전공·학생설계전공 등 융합전공 제도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바 있다.

심종혁 서강대 총장 자신도 학문 융합의 길을 걸어왔다. 수학과로 입학한 그는 대학원에서 물리학에 이어 신학을 전공했다. 심 총장은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 현실과 가상세계의 융합이 사회 전반에서 펼쳐지고 있다”며 “서강대는 이 트렌드를 반영해 더 빨리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서강대가 추구하는 미래 교육에 대해 들어봤다.

캠퍼스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립감을 경험한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비대면 접촉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가상현실, 메타버스 안에서 활발하게 소통한다. 교육에도 그 흐름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온라인 수업도 일방적 소통을 넘어 활발한 소통이 가능한 수업이 대세가 됐다. 서강대는 더 활발한 학문적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메타버스에 주목하고 ‘메타버스 캠퍼스’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메타버스에서는 방대한 정보를 빠르고 편하게 교환하고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쉽다. 그러다보면 학문 간 경계는 쉽게 허물어지고, 학생과 교수 모두 다른 전공 분야로도 시야를 넓힐 수 있다.”
메타버스 캠퍼스가 뭔가.
“서강대가 추진하는 차세대 대학교육 모델이다. ‘메타버스(Metaverse)’와 ‘대학(University)’을 합한 ‘메타버시티(Metaversity)’라고 명명했다. 메타버시티 안에서 학생들은 지금의 비대면 수업과는 완전히 다른 개인 맞춤형, 몰입형 학습 경험을 할 수 있다. 학업 외 학생 자치 활동도 그 안에서 가능하다. 또 메타버시티 안에 마련된 자신만의 공간에서 경력 관리와 미래 준비를 체계화할 수 있고, 자신들의 아이디어로 다양한 유·무형 자산을 대체불가토큰(NFT) 기반으로 거래할 수도 있게끔 할 계획이다. 제대로 돌아가게 하려면 4~5년 단계적 계획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
교수의 융합전공도 강조하고 있다.
“공대생이 국문학도 전공하는 시대인데, 정작 교수들은 자기 전공에 갇혀 있다. 울타리가 없는 인재를 키우려면 가르치는 사람의 울타리도 사라져야 하지 않겠나. 올해 3월부터 ‘교수 제2전공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수학과 교수가 역사학과 교수도 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정한 절차를 거쳐 겸직을 하게 되면, 제2전공 학과에서의 연구 업적도 교수 업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된다. 학제 간 융합연구를 장려하기 위한 취지다.”
연구 발전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많다.
“우수 연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많이 애쓰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 ‘로욜라 석학제도’를 도입했다. 정년퇴직을 앞둔 교원 중 연구업적이 탁월한 분들을 선정해 최장 5년동안 연구·교육 활동을 더 이어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능력이 출중한 교수라도 정년퇴직을 앞두면 스스로 브레이크를 거는데, 학교나 학생에게는 아쉬운 일이다. 우수 연구자는 정년 이후에도 전임교원 때와 거의 동일한 지원을 받으며 연구·교육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제도를 정비했다.”

서강대는 가톨릭계 대학이라는 점과 인문·상경계열이 강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학·기술 분야가 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심 총장은 “가톨릭 교육은 탐구한 진리를 현실에 적용하는 실용성이 중요한 가치라 예전부터 공학·기술 쪽에 힘써왔다”며 “전체 규모가 작을 뿐이지 특히 반도체 산업과 통신·멀티미디어 분야에서는 서강대 출신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융합교육을 강조했는데.
“앞으로는 인문·사회와 이공계가 아니라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인력과 그렇지 못한 인력으로 양극화될 가능성이 크다. 같은 전문직이라도 AI 기술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데이터 활용 능력과 업무 확장성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월등히 뛰어나고, 결과물의 차이도 훨씬 커졌다. 우리 대학은 모든 학생이 공통 필수로 배우는 AI 바탕의 커리큘럼을 기획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신입생부터는 학과에 관계없이 모두 기초 AI 프로그램을 교양 필수로 들어야만 졸업할 수 있다. 전공별로도 AI와 연계한 전공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학교에서 마련한 AI 커리큘럼을 12학점 이상 이수한 학생에겐 전공불문 ‘AI 마이크로디그리(Micro Degree, 학위)’를 부여할 예정이다.”
AI대학원도 있는데, 다른 대학원과의 차별점은.
“정부의 지원이 아닌 LG전자, 스마일게이트 등 기업체 지원으로 운영되는 부분이 다르다. 다른 대학이 AI 기술 그 자체에 대한 탐구에 집중한다면, 서강대는 AI 기술 활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업의 재정적 도움과 공동연구는 물론, 교육과정도 기업과 같이 만든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수요와 방향을 실시간으로 고려해 교육을 진행하고, 졸업 후 입사해 해당 업무를 수행하도록 지속적인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
기업체와의 산학협력을 강조한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서강대는 전통적인 산학협력 우수 대학이다. 전임교원 1인당 기술이전 수입이 주요 대학 가운데 최상위 수준이다. ‘인류 공동체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게 서강대의 핵심 가치인데, 산학협력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또 기업체와 산학협력은 대학 스스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산학연구 과제를 수주하고, 기술이전 및 창업관련 수익 개선을 통해 재정 수입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연구비를 일정 수준 이상 수주한 교원은 책임강의 시수를 감면해주는 제도도 시행할 계획이다.”
총장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은.
“대학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게 중요한 역할인 것 같다. 서로 격려해서 함께 일어날 수 있는, 건설적인 학문공동체가 되길 바란다. 서강대는 충분히 그럴만한 체력이 있는 학교다.”

심종혁 총장

1974년 서강대 수학과에 입학, 물리학을 복수전공했다. 동대학원에서 물리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웨스톤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사목학 석사, 이탈리아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교의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부터 서강대 교수로 부임해 총무처장, 대외협력처장,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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