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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식 조공행렬" 정상들 모욕준 시진핑 직사각 연회식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참석한 정상급 외빈들을 초청해 연 연회장. 사진 왼쪽에 시진핑 주석 부부 등 중국 측 인사들이 나란히 앉아 있고, 반대편엔 정상급 외빈들이 앉아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참석한 정상급 외빈들을 초청해 연 연회장. 사진 왼쪽에 시진핑 주석 부부 등 중국 측 인사들이 나란히 앉아 있고, 반대편엔 정상급 외빈들이 앉아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참석한 정상급 외빈들을 초청해 연회를 열었다. 연회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공개된 후 '황제를 향한 시진핑의 꿈이 담겼다' '중화주의(中華主義)가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만 매체 타이완뉴스는 7일 '시진핑이 황제식(emperor-style) 연회를 열었다'고 전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공개된 사진을 보면 연회장 가운데 직사각형 형태의 크고 화려한 식탁이 돋보인다. 식탁 위 푸른 색의 물은 용의 형상을 띠고 있다. 이 주변엔 베이징 올림픽을 주제로 한 화단이 꾸며져 있고, 스키 점프대와 루지 경기장 등의 모습을 딴 전시물도 보인다.

이지용 계명대 인문국제대학 교수는 중앙일보에 "용은 황제를 상징하는데, 이 용(푸른 색의 물)이 식탁 가운데를 흐르고 있다. 이는 중국이 전 세계를 아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5일 연회장에서 시진핑 주석과 참석 외빈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5일 연회장에서 시진핑 주석과 참석 외빈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이런 식탁을 사이에 두고 시진핑 주석과 그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 등 중국 측 인사들은 나란히 앉았고, 대부분의 외빈들은 맞은편에 앉아 있다. 이 자리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 어용에르덴 몽골 총리,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정상급 외빈 2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에선 박병석 국회의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연회에 오지 않았다.

이처럼 해외 정상급 인사들을 시진핑 주석의 반대편에 앉힌 것을 두고 일각에선 '당나라 시절 주변국의 조공 행렬을 뜻한 만방래조(萬邦來朝)를 구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1월 공산당의 3차 역사결의 채택을 통해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잇는 중국 3대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는 평이다. 당시 더 타임스 등 외신은 "이제 시진핑에게 남은 건 황제 대관식"이라는 말로 지도자로서 확고한 그의 입지를 전했다.

5일 연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인사를 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5일 연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인사를 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이지용 교수는 "이번 연회장은 외빈들을 고려했다기보다 대내외적으로 시진핑의 위세와 올림픽이 이런 성과를 거뒀음을 알리는 선전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며 "시 주석 부부와 반대편인 자리 위치는 정상급 외빈들에겐 모욕감을 줄 수도 있는 구도"라고 설명했다.

이번과 달리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 당시 외빈들은 9개의 원형 식탁에 나눠 앉았고, 각 식탁엔 중국 측 고위 인사들이 한 명씩 합석했다. 당시 부주석이었던 시진핑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시위를 이끌었던 왕단(王丹)은 페이스북에 이번 베이징 겨울올림픽 연회장 사진을 올리며 비판했다. 그는 "(시진핑이) 아직 제왕의 자리에 오르진 않았지만, 제왕의 꿈을 이미 실현하고 있다"고 썼다. 이어 "한쪽에선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선 백성의 고혈을 탕진하는 중국 공산당의 본색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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