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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대학원생 창업 장려해야 대학이 창업 허브 된다

중앙일보

입력 2022.02.07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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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장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장

우리나라 대학은 고급 인력의 78% 이상을 가진 거대한 지식 공급처다. 고등교육법 2조에 따른 대학은 2018년 기준 400여 개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많은 편이다. 대학의 연구 결과로 창출되는 지식재산권은 세계적 수준이다. 국내 대학의 최근 5년(2015년~2019년)간 지식재산권 등록은 연평균 8.3% 증가하며 높은 수준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 경쟁력을 가진 해외 특허 증가율이 연평균 16.6%로, 국내 특허 증가율(6.6%)을 압도한다.

그러나 문제는 연구 성과가 여전히 특허 출원 위주라는 점이다. 특허 활용과 확산 지표인 대학의 창업 성과를 보면 매우 초라하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교수 창업은 2019년 기준으로 102개 대학에서 281건이 진행됐다. 대학당 평균 3건이 안 된다. 서울대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의 교수 창업은 2018년 22개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15개, 2020년 10개로 3년째 줄어들고 있다. 실험실 창업 성과가 좋은 카이스트도 지난해 교수 창업은 연 5건에 그친다.

창업 교수의 휴·겸직 제도 완화하고
대학원생 창업을 성과로 인정해야

물론 대학 연구 성과를 활용해 창업할 때 교수만 창업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대학이 지나치게 안정만을 추구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학 정보를 제공하는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메이저 대학들의 교수 창업은 초라하다. 또 창업한 교수 10명 중 6명이 창업을 후회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연구 성과를 활용해 창업하고 이를 통해 고용 창출과 경제 성장을 도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교수 창업의 경우 휴·겸직 제도를 완화해 교수들이 수월하게 창업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물론 창업하지 않은 교수와의 갈등과 창업 교수들의 강의 부담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창업한 교수가 자기 부담으로 강의를 대신 해줄 수 있는 제도(Buyout)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교수가 창업해 학교에 강의 등의 부담을 지우는 경우 대신 강의 제도를 활용해 갈등을 방지하고 있다.

둘째, 교수 창업의 경우 기술 완성도가 미흡한 상태에서 추가적인 사업화를 위한 자금 등의 필요가 다른 창업에 비해 큰 편이다. 그래서 교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 정책 자금이 필요하다. 물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교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실험실특화 창업선도 대학 지원 사업이 있지만, 규모가 작다.

셋째, 교수가 지도하는 실험실에서 대학원생들이 성공적으로 창업할 수 있게끔 하는 지원도 필요하다. 아직도 많은 대학에서 연구를 통한 논문이 교수들의 업적평가로 좌우되고 있어 대학원생들의 창업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대학원생들의 창업은 미국·이스라엘에서의 사례에서 보듯 매우 큰 성공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지금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이끌면서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 것인가 하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대부분의 공약이 미래 먹거리에 관한 대안은 없고 쓰는 데만 집중한 공약인 것 같다. 미래 먹거리 창출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를 위한 유력한 방안의 하나가 대학 연구·개발(R&D) 결과물들을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어 창업하는 것이다.

이제 대학은 교육이라는 1세대 미션, 연구라는 2세대 미션을 넘어 연구 성과의 확산·활용이라는 3세대 미션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을 창업의 전진 기지화하는 게 필요하다. 대선 후보들뿐만 아니라 총장을 비롯한 대학 구성원들의 패러다임 전환을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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