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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로봇 수술, 지금은 비용 장벽 있어 남용 막아…임상 가이드라인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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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인터뷰-김용범 대한산부인과 로봇수술학회장

김용범 대한산부인과로봇수술학회장은 향후 로봇 수술 비용 부담이 해소되는 상황이 오면 남용될 우려가 있는 만큼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로봇 수술이 적용될 수 있도록 임상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김용범 대한산부인과로봇수술학회장은 향후 로봇 수술 비용 부담이 해소되는 상황이 오면 남용될 우려가 있는 만큼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로봇 수술이 적용될 수 있도록 임상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로봇 수술은 현존하는 가장 첨단에 있는 수술법으로 통한다. 2005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빠르게 메인 수술 방식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2013년 보건복지부의 로봇 수술(다빈치) 전수조사를 통한 사망률 분석으로 안전성 논란이 일단락되면서 수술 건수는 급격히 늘었다. 현재 국내 76개 병원 124대의 로봇으로 이뤄진 수술 누적 건수는 20만 건이 넘는다.

 하지만 로봇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에게 적용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의료계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 적용 대상이나 우선순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말은 쉽지만 굉장히 난해한 작업이다. 근거 확보, 의견 조율, 설득 등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올해 초 대한산부인과로봇 수술학회장에 취임한 김용범(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기(2023년 말까지
2년간) 내 목표 중 하나로 ‘(산부인과) 로봇 수술 임상 적용 가이드라인 확립’을 제시했다. “로봇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시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목적도 분명히 했다. 일부 자정(自淨)의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자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가이드라인이 현재보다는 미래를 위한 대비라는 부분을 더 강조했다. 김 회장에게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의 의미를 들었다.

로봇 수술 가이드라인 제정 계획을 밝혔다. 
“로봇 수술이 국내에 들어온 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적용 빈도나 건수도 갈수록 늘어난다. 로봇 수술과 관련해 지식을 공유하고 표준을 정하는 건 학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로봇 수술에서 산부인과의 비중이 꽤 크지 않나.
“우리나라에서 로봇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진료과는 비뇨기과고 바로 그다음이 산부인과다. 미국에서는 산부인과에서 (로봇 수술이) 가장 많이 이뤄진다.”
첨단 수술로 주목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로봇 수술이라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물론 로봇이 도움된다고 생각하는 수술이 있다. 일부에서는 로봇 수술이 복강경 수술보다 우월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이를 확실히 할 데이터가 없다.”
환자는 굳이 로봇으로 안 해도 되는 수술을 로봇으로 받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기도 한다.
“로봇 수술 적용을 결정하는 요소에는 의사도 있고, 환자도 있다. 병원과 의료제도도 있다. 이들 네 가지 요소를 절충해서 결정하게 된다. 근데 현재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는 환자의 요구다. 두 번째가 의사의 선호도다. 이 부분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의사는 오히려 로봇으로 할 필요 없는데 환자가 로봇 수술을 요구할까봐 걱정한다.”
남용에 대해 경계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 않나.
“지금은 비용이라는 장벽이 있어 잘 절제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 장벽이 해소되면, 무조건 그렇게 된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상황이 충분히 올 수 있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지금의 복강경 수술과 같이 취급되면 로봇 수술이 많아지면서 난립하고 어지러워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한때 갑상샘암 수술 건수가 1위지 않았나.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순 없다.”

 갑상샘암 수술은 과잉 의료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다. 아직 뚜렷하게 결론나지 않았다. 의학적으로도 명확히 선을 긋기 어렵다. 단, 부동의 암 발생률 1위였던 갑상샘암이 논란 직후 3위로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김 회장은 특히 임상 가이드라인을 ‘법률’과 동등한 의미로 해석하는 데 대해 경계와 함께 우려를 표했다. 가이드라인을 너무 엄격한 잣대로 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로봇 수술 적용 대상이 분명해지겠다.
“물론 가이드라인은 로봇을 필요한 데만 사용하자는 취지다. 근데 많은 사람이 오해한다.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면 잘못한 것이고, 벌을 받아야 하는 위법적인 일로 받아들인다. 가이드라인은 법이 아니다. 의료는 예외적인 것이 너무 많다. 각 예외적 상황을 몇 줄에 담을 순 없다. 가이드라인은 ‘대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이렇게 하자’고 근거를 만들고, 그 근거에 따라 의료가 이뤄지도록 큰 물줄기를 내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우선 그 주제에 해당하는 문헌 검색을 한다. 수많은 논문을 리뷰해 전체적인 결론을 내리는 메타분석을 진행한다. 이 결론을 통해 판단하게 된다. 복강경 수술과 차이가 없다고 하면 ‘환자 혹은 의사의 선호에 따라 둘 다 해도 된다’든지, 어떤 수술은 ‘비용효과 측면에서 복강경을 권한다’ ‘어떤 인자를 줄였으므로 로봇 수술을 권한다’ 등 이런 식으로 지침이 마련될 거다. 로봇 수술 임상 적용 가이드라인 제정이 임기 내에 가능하도록 해보겠다. 지난한 과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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