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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뇌전증 환자 60% 이상은 약물치료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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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전문의 칼럼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 

오는 14일은 ‘세계 뇌전증의 날’이다. 국제뇌전증협회(IBE)와 국제뇌전증퇴치연맹(ILAE)은 2015년부터 매년 2월 둘째 주 월요일을 ‘세계 뇌전증의 날’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한 해 30만 명 정도가 뇌전증으로 병원을 찾는다. 뇌 질환 중 치매(70만 명), 뇌졸중(60만 명)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뇌전증은 비정상적인 뇌파 때문에 발생한다.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는 서로 연결돼 미세한 전기적 신호로 정보를 주고받는데, 이 과정에서 뇌 신경세포에 과도하게 전류가 흐르면 발작이 나타난다. 치료는 약물과 수술이 있다.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항경련제 복용이다. 뇌전증 환자의 약 60% 이상은 적절한 약물치료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단, 뇌전증 발작의 종류와 뇌전증 증후군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최근 뇌전증 치료를 위한 약물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기전의 항뇌전증 약물이 소개되고 있다. 반면에 뇌전증 환자의 약 30%는 약물치료로도 발작이 잡히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진단되는데, 이땐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최근 뇌전증에 대한 수술기법이 발달하고 수술 성적이 향상하면서 굳이 난치성 뇌전증이 아니더라도 수술 후 뇌전증의 조절률이 높은 일부 질환에선 수술을 일차적으로 고려하기도 한다.

 일단 뇌전증 발작이 발생하면 당황하지 말고 환자를 안전한 곳에 눕힌 후 몸을 조이는 벨트나 넥타이 등을 느슨하게 한다. 특히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기도 유지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입에 이물질이 있을 경우 반드시 단단한 기구를 사용해 빼낸다. 자칫 손가락을 이용하면 다칠 수 있다. 상비약 등을 입으로 투여하면 흡인성 폐렴이나 기도 폐색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절대 하면 안 된다. 발작이 발생했을 때 곧장 응급실에 갈 필요는 없다. 대부분 몇 분 이내에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차례 이상 발작이 반복되거나 의식 회복 없이 30분 이상 지속하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뇌전증 환자의 발작이 잘 조절될 경우 지적 능력이나 업무 능력에서 다른 일반인과 차이가 없다. 뇌전증 발작은 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한 이상 흥분 현상에 의해 발생한다. 이런 현상을 억누르는 약물을 쓰거나 병소를 제거하면 대부분 조절이 가능하고 일부에선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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