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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발 접질러도 대수롭지 않았는데…무릎까지 망치는 요족[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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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몸에서 스프링에 빗대는 부위가 바로 발의 ‘아치’다. 오므라든 스프링이 반동으로 힘 있게 펼쳐지듯 발의 아치도 체중 부하로 인한 충격을 흡수했다가 그 반동으로 편한 걸음걸이를 이끈다. 그런데 아치가 없거나(평발) 너무 높으면(요족) 장기간 발의 변형을 야기하며 걸을 때마다 발 피로감과 통증을 야기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변형된 아치에 의외의 질환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발의 아치가 변형된 평발과 요족의 원인·증상과 건강관리법을 알아본다.

평발

까치발 서도 평평하면 원인 질환 찾아야

평발은 섰을 때 발의 아치가 없어 발바닥이 평평한 발로, 의학적 진단명은 ‘편평족(扁平足)’이다. 신생아의 발은 평발이지만 만 3~4세에 아치가 만들어지기 시작해 만 8~10세쯤 완성된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아치가 생기지 않는다면 평발을 의심할 수 있다. 만 10세 이후의 5~20%에서 평발이 발견된다. 평발은 발바닥 아치의 경직도에 따라 ‘유연성 평발’과 ‘강직성 평발’로 나뉜다. 서 있을 때 아치가 없다가 까치발로 섰을 때 아치가 약하게나마 생기면 유연성 평발, 까치발로 서도 아치가 없다면 강직성 평발이다. 한림대 성심병원 정형외과 이재형 교수는 “평발 인구의 5~15%는 강직성 평발, 그 나머지는 유연성 평발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유연성 평발은 몸이 유연하거나 아킬레스건이 타이트하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등 주로 생리적인 이유로 유발된다. 이 교수는 “손가락·팔꿈치가 유독 많이 꺾이는 등 전신 관절이 유연한 사람에게서 유연성 평발이 생기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반면에 강직성 평발은 대부분 원인 질환이 숨어 있다. 뇌성마비·소아마비 등의 신경근육성 질환, 류머티즘성 관절염의 후유증으로 강직성 평발이 나타날 수 있다. 외상을 입고 나서 족부 관절이 변형됐거나 족부 골절 후 뼈가 제대로 붙지 않은 경우, 뇌혈관이나 다리의 말초신경이 손상당해 아치 생성 근육이 기능을 잃어도 강직성 평발로 진행할 수 있다. 만 10세 이후 평발이 의심되면 병력 청취, 육안 검사와 함께

X선 촬영, 족부 내압 검사 등으로 평발 여부와 유형을 진단할 수 있다. 평발의 외관상 특징은 ‘후족부 외반’이다. 이는 발뒤꿈치가 바깥쪽으로 틀어진 상태로, 다리뼈는 제자리에 있지만 걸을 때 충격을 흡수하는 아치의 기능이 없어 발뒤꿈치가 변형된다. 이로 인해 신발 뒷굽의 안쪽이 잘 닳는다. 이 경우 발바닥에 잉크를 바른 후 종이 위에 서서 발 도장을 찍으면 발바닥이 아치 없이 골고루 찍힌다.

 평발의 대처법은 환자의 나이, 증상, 발 변형 정도에 따라 다르다. ‘증상이 없는’ 유연성 평발은 편한 신발을 신는 게 최선이다. 만 10세 이후 평발이 있는 아이에게 교정 신발, 깔창 등 보조기 착용을 강요하면 아이에게 되레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어 피한다. 발 피로감, 가벼운 발 통증 등 ‘증상이 있는’ 유연성 평발에선 신발 안에 아치 지지대 깔창을 깔거나 아치 패드를 부착하는 방법이 증상 완화에 도움된다. 단, 이 방식은 발의 아치 기능을 보정할 뿐 교정하는 건 아니다. 이들 장치는 발 피로감이 있을 때만 사용한다. 계속 착용하면 아치 발달에 필요한 근육의 발달을 저해할 수 있어서다. 아치 부근의 근육을 강화해 주는 운동요법도 있다, 발가락으로 수건을 집어 올리거나 꾸기기, 발가락을 위로 들어 올리기, 까치발로 걷기 등이다. 일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증상이 심하거나 변형이 심하다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발 안쪽의 건을 줄이거나 발꿈치뼈를 늘리는 방법, 발목뼈와 발꿈치뼈 사이에 삽입물을 넣거나 관절을 고정하는 방법 등이 있다. 강직성 평발의 원인 질환이 발견되면 그 질환에 대한 수술적 치료도 시행할 수 있다.

요족

발 앞뒤에 굳은살 있고 발목 잘 접질려

‘오목한 발’이란 뜻의 요족(凹足)은 말 그대로 발의 아치가 너무 오목하게 푹 들어간 상태다. 서 있을 때 발등이 지나치게 높을 정도로 아치가 휘며, 심하면 발가락까지 갈퀴 모양으로 변한다. 한양대류마티스병원 관절재활의학과 박시복 교수는 “요족은 체중이 발바닥 중에서도 발뒤꿈치와 발 앞쪽에만 쏠리는 발”이라고 강조했다. 신경 계통에 문제가 있거나 후천적으로 입은 외상이 요족을 야기할 수 있다. 신경 계통의 질환으로는 샤르코-마리-투스(CMT) 질환과 소아마비·뇌성마비의 후유증이 대표적이다. CMT 질환은 종아리의 근육이 위축되고 감각 장애가 일어나는 유전성 신경 장애로, 주로 10~20대에서 나타난다. 이 교수는 “선천성 질환이 있는 줄 몰랐다가 그 병의 증상으로 요족이 나타나면서 원인 질환을 거꾸로 찾아내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언급했다. 외상으로 인해 발에 골절이 생긴 후 뼈가 잘못 붙은 경우, 발에 심한 화상을 입은 경우, 외상성 발 관절염 등으로 요족이 생겨날 수 있다.

 요족 환자는 걷거나 뛸 때 발뒤꿈치의 충격이 고스란히 발의 앞뒤에 전달된다. 이로 인해 발바닥 앞쪽 통증이 심하고, 발가락 사이의 신경이 눌려 커지는 ‘지간 신경종’이 생길 수 있다. 또 바닥과 닿는 발바닥 앞뒤에 굳은살이 생긴다. 발이 잘 삐며, 허리·척추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아치가 높으면 근막이 팽팽해져 발 뒤쪽에 족저근막염이 생길 수도 있다. 요족은 평발과 반대로 발뒤꿈치가 안쪽으로 틀어진 ‘후족부 내반’을 동반한다. 이로 인해 무게중심이 안쪽으로 쏠리고 발을 바깥쪽으로 딛게 돼, 신발 뒷굽의 바깥쪽이 잘 닳는다. 발의 바깥쪽 인대가 늘어나 발이 쉽게 접질린다.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박홍기 교수는 “발목의 불안정성, 후족부 관절의 내반을 동반한 요족의 퇴행성 변화가 무릎의 정렬에도 영향을 끼쳐 무릎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요족이 의심되면 X선 촬영, 족부 내압 검사 등으로 요족 여부를 진단한다. 잉크를 묻힌 발 도장이 발 앞쪽과 뒤쪽만 찍히면 요족일 가능성이 높다.

 통증이 없고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는 정도라면 보존적인 방법이 추천된다. 의사의 진찰과 족부 내압 검사 결과에 따라 발 모양에 맞는 요족 깔창, 신발에 붙이거나 발에 착용하는 중족골(발등뼈) 패드를 사용하면 체중 부하를 분산하고 굳은살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 교수는 “발목의 변형 정도, 발뒤꿈치의 유연성 정도에 따라 깔창의 어느 부위를 높이는 게 좋을지는 사람마다 다르다”며 “임의로 구매하기보다는 의사와 상의 후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제품을 고르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신발은 저녁에 부기가 있을 때의 발 크기를 기준으로 발가락을 편안하게 감쌀 정도로 발볼에 여유가 있는 신발이 적당하다. 하이힐처럼 좁고 높은 신발은 발 앞쪽의 체중 부하가 심해지므로 가급적 피하거나, 2시간을 넘기지 말고 편한 신발로 갈아신는다. 체중 조절은 요족에 가하는 압력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발바닥 인대와 아킬레스건을 늘리는 스트레칭 동작을 수시로 실천해보자. 예컨대 발바닥을 땅에 디딘 채 무릎을 구부리며 벽을 밀거나, 앉아서 발에 수건을 감싼 뒤 수건을 당기기, 발바닥으로 공 굴리기 등이다. 통증이 심하면 후경골근(종아리 뒤쪽 근육) 힘줄 연장술, 중족골 절골술, 발가락 관절 유합술, 족저근막 유리술 등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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