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기름 붓는 우크라이나 갈등, '경제 신냉전' 이어질까

중앙일보

입력 2022.02.06 17:59

업데이트 2022.02.06 19:49

우크라이나의 총성이 새로운 위기를 만들어 낼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국제유가가 다시 치솟으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는 이런 지정학적 갈등이 향후 서방세계와 비서방 간의 경제 신냉전으로 확전할 경우 교역 비중이 높은 한국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쟁 우려에 다시 오르는 에너지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6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는 4일(현지시간)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 거래일 보다 2.26% 오른 92.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고 밝혔다. 2014년 9월 이후 가장 높다. 같은 날 브렌트유 선물 가격(93.35달러/배럴)과 두바이유 현물가격(90.22달러/배럴)도 2014년 10월 이후 최고가를 넘어섰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상승세가 다소 꺾였던 국제 유가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와 아랍에미리트(UAE) 석유 시설 드론 공격으로 단기간에 치솟았다. WTI 선물가격은 한 달 전인 지난달 4일(76.08달러/배럴)과 비교해 21.3% 급등했다.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천연가스도 급등락을 반복 중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인 지난 2일(현지시간)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16% 급등해 100만 BTU(영국 열량 단위) 당 5.5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가격이 다시 내려갔지만, 실제 전쟁이 일어나면 다시 치솟을 수 있다. 러시아는 유럽 천연가스 소비의 약 35% 책임진다.

식량 가격 자극도 우려

지나날 러시아군 보병부대의 BMP-3 장갑차가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남부 로스토프 훈련장에 배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나날 러시아군 보병부대의 BMP-3 장갑차가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남부 로스토프 훈련장에 배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은 곡물을 중심으로 한 식량 가격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카자흐스탄·루마니아와 함께 세계 4대 곡물 수출국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보리·옥수수는 세계 4위, 밀은 세계 6위 차지할 정도로 곡물 수출 비중이 높아 ‘유럽의 빵 공장’이라고 불린다. 전쟁으로 흑해를 지나는 곡물 수출이 막힌다면 식량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식량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본격 반영하지 않았지만, 최근 이상 기후와 물류난에 이미 최고 수준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가 2011년 ‘아랍의 봄’ 사태 이후 최고치인 135.7포인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에너지·식량 중심 고물가 진행 중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시민. 뉴스1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시민. 뉴스1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직접 교역 비중이 낮은 만큼 당장의 실물 경제 타격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곡물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차질이 물가 상승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비자 물가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소비자 물가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실제 에너지를 중심으로 물가 압박은 이미 진행 중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은 지난 5일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이 L당 1680.26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때 L당 1800원을 넘었던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를 인하한 지난해 11월 12일 이후 내림세를 보였지만, 이달 초부터 상승해 지난해 11월 수준 가격으로 다시 돌아갔다. 국제유가에 영향받는 전력도매가격(SMP)도 급등했다. 지난 5일 육지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207.73원을 기록하며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SMP는 한국전력이 발전사에 전력을 구매하는 비용인데, 이 가격이 오르면 전기요금도 올릴 수밖에 없다. 이런 경향은 소비자물가지수에서도 드러난다. 4일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새 3.6% 오르며, 4개월 연속 3%대 상승을 기록했다고 했다. 특히 전년 동월 대비 석유류(16.4%), 농·축·수산물(6.3%)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중-러 밀월 관계, 공급망 훼손 우려

문제는 이러한 지정학적 갈등이 더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면, 중국도 이 틈을 노려 대만에 비슷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과 두 개의 전선을 형성하기 힘든 만큼, 이를 중국이 최대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한국과 함께 세계 반도체 생산 대부분을 책임지는 대만이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된다면, 한국 주력 수출품인 IT(정보통신기기)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가 서방과 비서방 간의 경제 신냉전으로 확전할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대외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로 인해 러시아는 서방에 대한 경제의존을 축소하고 동방(중국)과의 경제협력을 더욱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 최근 러시아는 중국과 100억㎥ 규모의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밀월 관계를 과시했다. 양 진영의 갈등이 커지면 중간재 산업이 많은 한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는 “러시아는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 미국의 압박을 벗어나려고 할 것”이라며 “미국이 이번에 러시아를 주저앉히지 못하면 매우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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