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물류기업 현대글로비스와 차량 공유(카셰어링) 업체 쏘카는 ‘신사업 제휴에 관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MOU는 물류·해운 전문기업과 카셰어링 업체의 협력관계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주목받는다. 서로 이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차량 관리 효율화와 스마트 물류 솔루션, 미래 에너지 사업 등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데이터 공유…실증 사업부터 협력 시작
두 회사는 먼저 서로 확보한 데이터를 공유해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쏘카는 이용자에게 과금하거나 차량 관리를 위해 부착된 차량관제·관리 시스템을 글로비스와 공유한다. 이 회사가 보유한 차량 1만8000대의 주행 기록과 연료 소비량 등이다.
글로비스는 쏘카의 데이터를 활용해 배송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자동차나 철강·부품 등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연료 절감 방안을 찾는 식이다. 또 쏘카 차량관제·관리 시스템의 운전자별 운행 스타일 데이터와 보험 상품을 연계해 자동차·운전자보험 등에 적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쏘카는 글로비스가 확보한 인공지능(AI) 기반의 차량 외관 검사 기술을 적용한다. 글로비스는 출고된 신차를 운송하기에 앞서 자체 개발한 AI 단말기로 흠집·찌그러짐 등 외관을 검수하고 있다. 이 기술을 쏘카스테이션·쏘카존 등에 적용하면 차량 관리가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이 밖에도 두 회사는 차세대 스마트 물류나 미래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쏘카가 운행 중인 전기차 데이터를 활용해 실사용자의 주행 기록과 전기차 배터리 소모량의 연관 관계를 분석하면,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글로비스가 구상 중인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배송 사업과 연계되는 비즈니스 영역이다. 이때 쏘카의 인프라를 활용하면 사업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글로비스의 물류 역량과 쏘카의 인프라를 결합하면 상품·서비스가 고객에게 배송되기 바로 직전 단계(라스트 마일·last mile) 서비스 모델 개발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쏘카 측은 “향후에는 신선식품 주문·배송 서비스의 공동 개발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또 전기차에 저장된 전력을 다른 전기차나 건물에 공급하는 V2G(Vehicle-to-Grid)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양창호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모바일·정보기술(IT) 인프라를 활용해 소비자 요구에 맞춰 즉각적으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혁신이 물류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최근엔 주요 기업들이 자체 운송망을 갖추는 분위기가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이 아마존자동차서비스를 설립하고, 쿠팡·마켓컬리 등이 자체 배송망을 구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스마트 물류·에너지 분야 신사업 발굴
김원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쏘카-글로비스 MOU는 화주에게 경쟁력을 제공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 전략의 일환”이라며 “향후 이 같은 협력은 다양한 산업에서 보편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