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단일화 선호도 여론 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앞서는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권 교체를 원하는 응답자로 그 범위를 좁힐 경우 윤 후보가 안 후보를 두 배 이상 앞섰고, 이들의 윤 후보 선호도는 더 높아졌다.
중앙일보가 여론조사 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4~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야권 단일 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안 후보가 전체의 47.7%를 얻어 39.7%인 윤 후보에 8.0%포인트 앞섰다. 없다·모름·무응답 비율은 12.6%였다.
이 가운데 실질적인 야권 지지층이라 볼 수 있는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한 응답자 중에선 64.4%가 윤 후보를 야권 단일 후보로 선호한다고 답했다. 안 후보를 꼽은 이들은 절반에 못 미치는 31.3%였다.
응답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는 지난달 15~16일 진행한 같은 내용의 D-50 조사(윤석열 36.4%, 안철수 48.3%)와 대동소이하다. 다만, 당시 15.2%였던 없다·모름·무응답 비율이 2.6%포인트 줄었고, 윤 후보 선호도(36.4%→39.7%)가 3.3%포인트 늘었다. 윤 후보는 야권 지지세가 강한 60대 이상(53.4%)과 대구·경북(57.7%%), 강원·제주(51.4%)에서 우세했다. 안 후보는 30대(56.3%)와 40대(56.8%)를 비롯한 60대 미만 전 연령층에서 윤 후보를 앞섰고, 서울(50.3%)과 인천·경기(49.8%) 등 수도권에서 강세였다.
전체 선호도 조사와 정권 교체 응답자 대상 선호도 조사 결과가 다른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층이 안 후보 편에 선 결과”라고 분석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안철수를 단일화 후보로 선호하기 때문”이라며 “국민의힘의 주된 단일화 주장은 ‘안철수를 주저앉히자’는 쪽에 가까워 후보 적합도나 지지도 등을 매개로 한 구체적인 룰 협상이 전개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여권 성향 응답자들의 역선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보다는 ‘안철수가 윤석열보다 상대적으로 중도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여론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며“안 후보 지지층에는 윤 후보에 실망한 보수층, 이 후보 편에 서기 싫은 진보 성향 지지층이 혼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은 야권 후보 단일화 시 지지층이 분산되는 양상에서도 나타났다. 단일화 이후 본선 승리 가능성은 안 후보가 윤 후보보다 높았다. 윤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윤 후보 42.6%, 이 후보 40.8%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는데, 애초 안 후보를 지지했던 응답자의 35.1%만 윤 후보가 흡수하고, 24.4%는 이 후보에게로 이동했다.
반면, 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섰을 경우 안 후보는 49.4%를 기록해 34.7%인 이 후보를 15%포인트 가까이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윤 후보 지지층의 81.0%가 안 후보에게로 옮겨갔다.
결과적으로 윤 후보는 안 후보에 비해 단단히 뭉친 지지층을 확보한 셈이다. 실제 다자대결 조사에서 윤 후보를 고른 응답자 중 78.2%가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계속 지지하겠다’고 답했고,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자는 20.2%였다. 반면, 안 후보 지지층은 42.5%만이 ‘계속 지지’를 택했고, 과반인 56.7%는 ‘바꿀 수 있다’고 응답했다.
안 후보의 당선 가능성(1.2%)이 다자대결 지지도(11.7%)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 것도 지지층 결속 부족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강윤 소장은 “최근의 여론 조사 흐름을 보면 안 후보의 지지율은 정체 내지 하락세인 동시에 ‘윤석열로 단일화하자’는 견해가 상대적으로 큰 추세”라며 “현재로썬 97년 대선 당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처럼 공동정권 수립을 약속하는 형태의 단일화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여론조사 어떻게 진행했나
이번 조사는 중앙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2022년 2월 4~5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유선 임의전화걸기(RDD, 비율 15.4%)와 무선(가상번호, 비율 84.6%)을 결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유ㆍ무선 평균 응답률은 16.6%며 2022년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