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숲에서 포착된 짝짓기 연습하는 까막딱따구리 한 쌍

중앙일보

입력 2022.02.06 14:23

지난 4일 경기 남양주, 포천, 의정부에 걸쳐 있는 2420㏊ 규모의 광릉숲. 오래된 나무가 군락을 이룬 숲속 나뭇가지 위에서 천연기념물 제242호인 까막딱따구리 한 마리가 발견됐다.

몸길이 40㎝가량에 온몸이 검은색을 띠고 뒷머리 일부에 붉은 깃털이 난 까막딱따구리 암컷이었다. 암컷은 나무를 쪼는 행동을 하지 않은 채 평평한 나뭇가지에 가만히 자리 잡고 앉은 채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짝짓기를 위해 수컷을 찾는 듯한 울음소리를 나지막하게 사방으로 울려 퍼뜨렸다.

몇초간 어울려 번식 위한 짝짓기 하는 듯한 모습 연출  

그러자 주변에 있던 수컷 까막딱따구리 한 마리가 이내 나뭇가지 아래쪽 나무기둥으로 사뿐히 날아들었다. 수컷은 머리 꼭대기에 붉은색 깃털이 선명하게 나 있어 암컷과 뚜렷이 구별됐다. 수컷은 머뭇거림 없이 조심스럽게 암컷을 향해 나무 위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광릉숲에서 포착된 짝짓기 연습을 하는 까막딱따구리 한쌍. 국립수목원

광릉숲에서 포착된 짝짓기 연습을 하는 까막딱따구리 한쌍. 국립수목원

이후 암컷이 숨죽인 채 조용히 반기는 것을 확인한 수컷은 이내 암컷의 등 위로 올라갔다. 이어 암수 한 쌍은 몇초간 번식을 위한 짝짓기 행동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수컷은 암컷을 남겨둔 채 그 자리를 벗어나 홀연히 날아갔다.

광릉숲에서 포착된 까막딱따구리 한쌍. 아래쪽 수컷이 위쪽 암컷에게 다가가는 모습. 국립수목원

광릉숲에서 포착된 까막딱따구리 한쌍. 아래쪽 수컷이 위쪽 암컷에게 다가가는 모습. 국립수목원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광릉숲에서 짝짓기 연습을 하는 어린 까막딱따구리 암수 한 쌍을 포착했다고 6일 밝혔다. 몸길이 46㎝ 정도의 대형 딱따구리류인 까막딱따구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희귀 조류다.

광릉숲에서 포착된 수컷 까막딱따구리. 국립수목원

광릉숲에서 포착된 수컷 까막딱따구리. 국립수목원

“번식하기에 이른 시기여서 어린 개체의 연습 행동인 듯”  

김창준(이학박사) 국립수목원 연구사는 “까막딱따구리는 4~6월에 번식하며, 오래된 큰 나무와 죽은 나무가 많은 성숙림 생태계의 지표종”이라며 “이번에 발견한 까막딱따구리는 아직 번식 시기가 아님에도 마치 번식 행동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조류 생태학자 최순규 박사는 “지금은 까막딱따구리가 번식하기에 너무 이른 시기로서 번식기 전 어린 개체들의 연습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릉숲에서 포착된 암컷 까막딱따구리. 국립수목원

광릉숲에서 포착된 암컷 까막딱따구리. 국립수목원

광릉숲에서는 까막딱따구리와 모습이 비슷한 세계적인 희귀조류인 크낙새도 29년 전까지 서식했었다. 크낙새는 당시 광릉숲의 상징물이기도 했다. 간간이 목격되던 크낙새는 1993년 한 쌍이 목격된 이후 광릉숲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국립수목원 크낙새. 국립수목원

국립수목원 크낙새. 국립수목원

까막딱따구리와 비슷한 크낙새, 29년째 광릉숲서 종적 감춰 

크낙새는 까막딱따구리와 똑같이 생겼지만, 배 부위 깃털의 색깔이 흰색이라는 게 차이점이다. 멀리서 보면 구분이 어렵다. 이러다 보니 까막딱따구리를 크낙새로 착각해 “크낙새를 봤다”고 국립수목원에 오인 신고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취를 감춘 크낙새가 북한 지역에서는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69년부터 황해남도 봉천군 일대 등 4곳을 크낙새 보호 증식 및 보호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크낙새를 “클락, 클락”하는 소리를 낸다고 해서 ‘클락새’라 부른다. 현재 2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북한 황해도 지역에 서식하는 크낙새 수컷. 이일범 문화재전문위원

북한 황해도 지역에 서식하는 크낙새 수컷. 이일범 문화재전문위원

광릉숲은 550여년간 개발되지 않고 보존된 ‘절대 보존림’이다. 생태계 보고(寶庫)로 희귀종과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1468년 조선 시대 세조의 능림으로 정해져 보호·관리되기 시작한 유서 깊은 지역이다. 이후 불태워지거나 훼손되지 않은 채 원시림, 천연림 상태를 유지해 오고 있는 곳이다. 소리봉 주변 서어나무 군락지는 국내 하나뿐인 천연 학술보존림으로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광릉숲 국립수목원 육림호. 국립수목원

광릉숲 국립수목원 육림호. 국립수목원

광릉숲은 550여년간 개발되지 않고 보전된 생태계 보고(寶庫)

광릉숲은 2010년 6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됐다. 광릉숲에 서식하는 산림생물 종은 식물 946종, 곤충 3932종 등이다. 41종의 희귀·특산식물이 있다. 식물과 곤충뿐 아니라 균류 등 다양한 산림생물도 서식하고 있다. 광릉숲은 남한 산림 997만㏊의 0.02%에 불과하지만 서식하는 곤충은 3932종으로 국내 1만7761종의 22.1%에 달한다.

이봉우 국립수목원 광릉숲보전센터장은 “까막딱따구리 같은 대형 딱따구리류는 거목이 많고 다양한 크기의 죽은 나무들이 복잡하게 얽힌 공간에서 살아가는 조류”라며 “수목원의 전시보존원과 광릉숲이 따로 나눠진 별개의 생태계가 아니라 하나의 연속적인 생태계로 기능하는 공간임을 알게 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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