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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나의 사소한 밸런스게임, 군고구마 vs 붕어빵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홍미옥의 모바일 그림 세상(92)

선택의 순간은 수시로 찾아온다. 아주 사소한 일부터 인생을 뒤흔들 막중한 문제까지. 이번엔 심각하고 중요한 선택은 뒤로하고 소소하고 재밌는 선택의 순간을 생각해봤다. 나만 해도 지극히 작고 사소하지만 몇십 년을 저울질해 오던 게 있다.

이른바 요즘 트랜드인 밸런스 게임이다. ‘짜장이냐 짬뽕이냐’, ‘여름이냐 겨울이냐’ 가 그것이다. 결론은 짜장과 겨울의 ‘승리’로 끝이 났다. 갱년기라는 그것은 매운맛과 더위를 좀체 당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동서고금을 평정한 밸런스 게임인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가 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선 ‘vs게임’에서 제외된 지 오래다. 그리고 소소한 재미를 주는 내 겨울의 밸런스 게임은 바로 그림 속의 ‘붕어빵 vs 군고구마’다.

겨울의 맛 붕어빵 vs 군고구마. 갤럭시탭S6. [그림 홍미옥]

겨울의 맛 붕어빵 vs 군고구마. 갤럭시탭S6. [그림 홍미옥]



둘 중의 하나를 고르라면?
지금 인터넷상에서 펼쳐지는 밸런스 게임, 즉 ‘vs놀이’는 온갖 소재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너무 심각하거나 어려운 건 제외하고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인터넷 시대이니만큼 그에 어울리는 소재다.

‘데이터 가능한 휴대폰 배터리 5% vs 데이터, 와이파이 불가인 휴대폰 배터리 100%’ 음~ 살짝 고민이 되긴 한다. 나도 이게 뭐라고 당장 결론을 내리기는 애매했다. 또 두 가지 다 고르고 싶은 것도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10년 전 과거로 vs 10년 후 미래로’ 어떤 걸 고르면 좋을까? 과거의 나를 만나 못다 한 말이나 꿈을 다시 그리는 상상은 즐겁다. 또한, 미래의 난 어떤 모습일지도 말도 못 하게 궁금하기는 하다. 좀 더 고민해 볼 일이다.

[사진 한국 보건산업진흥원]

[사진 한국 보건산업진흥원]

지난해 10월 한국 보건산업진흥원에선 세계 손 씻기의 날을 맞이해 재밌는 이벤트를 가졌다. 트렌드에 맞게 밸런스 게임으로 진행되었는데 ‘손 씻을 때 자동으로 비누칠 되는 능력 vs 손 씻고 나서 자동으로 건조되는 능력’이 그것이다. 글쎄, 천천히 비누의 향을 맡아가며 뽀드득 씻는 재미도 포기할 순 없고 뽀얗고 깨끗한 손수건으로 손을 닦는 그 느낌도 포기하긴 싫겠다. 이쯤이면 재밌는 고민이다.

군고구마냐 붕어빵이냐
우습지만 먹성 좋은 나는 초겨울이면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등장하는 길거리 붕어빵과 군고구마가 굉장히 반갑다. 최소한 저것은 먹어줘야 겨울을 보낼 것 같은 생각이 드니 말이다. 개인의 취향 문제겠지만 둘 중의 하나를 고르라면 단연코 붕어빵이다. 갓 구워낸 붕어빵은 들러붙은 거스르미 마져도 고소한 게 가히 일품이다. 우스갯말로 특급주거지(?)인 ‘붕세권’에 사는 나는 오가며 붕어빵을 사 들고 온다. 사실 코로나만 아니라면 바삭한 붕어빵은 그 자리에서 먹어야 제맛이긴 하다. 하지만 단번에 붕어빵을 선택하기엔 노랗고 뜨겁게 익어가는 군고구마를 내치기도 쉽진 않다.

동네수퍼에서 판매하는 추억의 군고구마. [사진 홍미옥]

동네수퍼에서 판매하는 추억의 군고구마. [사진 홍미옥]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서도 사랑받던 전 국민의 간식이자 때론 배고픈 자의 식량이었던 고구마이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 빨간 장작불 위의 드럼통에서 하나씩 둘씩 고소함을 풍기며 나오던 군고구마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곧 겨울도 짐을 쌀 모양이다. 역대급 추위가 올 거라는 호들갑도 무색해졌고 동네공원엔 벌써 복수초가 노란빛으로 필 채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와 대선으로 온통 어지럽고 뒤숭숭한 세상이다. 사소하지만 재밌고, 쓸데없지만 나름 행복한 고민에 빠져 보는 건 어떨지. 군고구마냐 붕어빵이냐! 과연 당신의 선택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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