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인 리스크에 "역대급 비호감 대선"…심상정 "남편도 검증 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씨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 중앙포토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씨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 중앙포토

남편도, 배우자도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대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며 양강(兩强)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방이 본격화된 데 따른 것이다. 역대 대선에서 검증 공세가 후보자 본인을 겨냥했다면, 이번 선거에선 상대 후보의 배우자를 향해서도 험한 말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역대급 비호감 대선의 결정적 장면”이란 반응이 나온다.

김혜경 ‘사적 심부름 논란’…수세 몰린 李

최근 수세에 몰린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이다. 설 연휴 직전 불거진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 의전 논란은 연휴가 끝난 뒤에도 대선 정국의 핵심에 서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가 지난달 26일 경남 통영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김씨는 ″남편이 상대원시장에서 연설하며 울었다는 뉴스가 뜰때는 나도 울까봐 일부러 TV소리를 줄였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민주당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가 지난달 26일 경남 통영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김씨는 ″남편이 상대원시장에서 연설하며 울었다는 뉴스가 뜰때는 나도 울까봐 일부러 TV소리를 줄였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전 논란은 경기도청 비서실에 근무하다 퇴직한 A씨의 제보로 촉발됐다. A씨가 경기도 총무과 소속이던 배모씨의 지시를 받아 김씨의 ▶약 대리 처방 ▶음식 배달▶ 옷장 정리 등 사적 심부름을 해왔다는 게 의혹의 주요 내용이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 배우자의 사적 활동에 대해선 공무원 수행이나 의전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

배씨는 2일 입장문을 통해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A씨에게 요구했다”며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며 사과했다. 이어 김씨도 입장문을 내고 “있어선 안 될 일이 있었다”며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고 머리를 숙였다. 두 사람은 사과는 하되, 그간 A씨에 대한 지시는 전적으로 배씨 개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공통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사과 이후 이번엔 법인카드 유용 의혹까지 불거지며 사태가 확전됐다. 이 후보는 경기도에 법인카드 사용 관련 감사를 요청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의힘은 이 후보를 비롯해 김씨와 배씨 등을 검찰에 고발하며 맞섰다.

김건희 ‘허위경력 논란’, 경찰 수사 착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자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3일 첫 TV 토론회에서 양강으로 꼽히는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상대 배우자에 대한 직접 공격을 자제했다. 앞장서 네거티브 토론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일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엔 두 후보 모두 공격에 따른 되치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허위경력 논란에 대해선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대표는 김씨가 15년 기간에 걸쳐 이력서 경력사항에 허위 내용을 기재하고 제출했다며 상습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김 대표는 4일 오후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로부터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26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1월엔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소속 인사가 김 대표와 수개월 간 나눈 7시간가량 분량의 통화 녹음파일을 MBC가 보도하는 일도 있었다. 이 중 김 대표가 부하직원 성폭행 사건으로 복역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옹호한 발언은 3일 TV 토론에서도 언급됐다. “피해자에게 사과를 해보라”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말에 윤 후보는 “제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상처를 받으신 분에 대해 피해자를 포함해 제가 사과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차별화 나선 안철수ㆍ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와 부인 김미경 교수, 딸 설희 씨가 4일 오전 서울 강남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앞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와 부인 김미경 교수, 딸 설희 씨가 4일 오전 서울 강남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앞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강 후보 및 배우자들의 잇따른 사과에 추격 주자들은 배우자를 전면에 내세우며 이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최근 가족과 함께 의료봉사 활동을 하거나 시민 출근길 인사에 나서는 일정을 대폭 늘렸다. 안 후보의 부인은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 외동딸 설희씨는 미국 UC샌디에이고 포스트닥터(박사 후 연구원)로 재직 중이다. 국민의당은 최근 당 회의장 배경에 ‘안철수신제가치국평천하’(‘수신제가치국평천하’와 안 후보 이름을 합친 조어)란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와 배우자 이승배씨가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해 포토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와 배우자 이승배씨가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해 포토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3일 토론회 참석 당시 4명 후보 중 유일하게 배우자와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토론회장 입장 전 가진 인터뷰에서 남편을 “저랑 같이 사는 이승배씨다”라고 소개한 뒤 “다른 배우자들은 검증도 많이 하시는데 제 남편은 잘 검증도 안 한다. 열심히 준비하고 계시는데 언론에서 검증 좀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노동 운동가 출신인 이씨는 1987년 6월 항쟁 집회 현장에서 심 후보를 만나 1989년부터 교제를 시작, 1992년 결혼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