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땐 매출 2~3배" 마케팅 경쟁 폭주…삼성은 미지근 왜

중앙일보

입력 2022.02.06 06:00

한국 루지 남자 싱글 임남규가 지난 2일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훈련 주행을 하고 있다. 베이징 겨울올림픽은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간 열전에 돌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루지 남자 싱글 임남규가 지난 2일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훈련 주행을 하고 있다. 베이징 겨울올림픽은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간 열전에 돌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2월 4~20일)→항저우 아시안게임(9월)→카타르 월드컵(11월). 올해 줄줄이 열릴 예정인 대형 스포츠 이벤트다.

스포츠 마케팅 활발한 ‘짝수해’ 

통상적으로 짝수 해에는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많다. 기업들엔 ‘마케팅 큰장’이 펼쳐지는 해이기도 하다.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생겼다. 특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그나마 소비를 촉진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라도 기대를 거는 기업이 많다.

가장 적극적인 업종은 유통업계다. 이미 여러 기업이 4일 개막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겨냥해 다양한 마케팅 프로모션을 내놓았다. 한국 국가대표 경기가 있는 날에 제품을 주문하면 쿠폰을 제공하거나(제너시스BBQ 치킨), ‘집콕 응원단’에게 맥주와 안주를 할인해 주고(CU 편의점), 과일·간편식·간식 할인 행사(이마트) 등을 벌이는 식이다.

홈쇼핑은 쇼트트랙 경기 때 매출 2~3배

롯데홈쇼핑은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파이팅 코리아 쇼핑대전’을 준비했다. 이 회사 김민아 팀장은 “매출 특수를 누릴 수 있는 시기”라며 “전략 상품·경품도 내놓았고 판매 방송을 할 때 응원 영상도 꾸준히 노출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전 동계 올림픽 때도 쇼트트랙 같은 주요 경기 시간대에는 매출이 2~3배 올랐다”며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홈쇼핑 방송도 보는 시청자들이 주로 간편식, 남성 상품 등을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 동계올림픽 선전 기원 '파이팅 코리아 쇼핑대전'. [사진 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 동계올림픽 선전 기원 '파이팅 코리아 쇼핑대전'. [사진 롯데홈쇼핑]

“코로나로 스포츠서 돌파구 찾아”

통상 1~2월을 비수기로 여기는 패션 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에 단복을 지원하는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는 지난달 ‘팀코리아 레플리카 컬렉션’을 내놓았다. 대표팀의 시상용 단복과 개·폐회식 단복을 모티브로 한 제품이다. 아디다스·프로스펙스 등도 월드컵을 앞두고 최근 축구 구단 등과 함께하는 마케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원래 짝수 해에는 스포츠 마케팅이 활발한데, 올해는 유독 일찍 시작한 느낌”이라며 “코로나19 와중에도 아웃도어나 골프 분야가 선전했던 만큼 패션 업계가 스포츠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웃도어 의류브랜드 노스페이스의 ‘국가대표 가슴에 노스페이스’ 광고. [사진 노스페이스]

아웃도어 의류브랜드 노스페이스의 ‘국가대표 가슴에 노스페이스’ 광고. [사진 노스페이스]

외교 문제로 올림픽 효과 못 누리기도

올림픽 마케팅을 자제하는 곳도 있다. 삼성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선정한 최상위 등급 공식 후원사 ‘TOP’(The Olympic Partner) 13개 기업 중 유일한 국내 기업이다. 최고 등급 올림픽 공식 후원사는 4년마다 1억 달러(약 1211억원) 이상을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회사 홈페이지에 베이징 올림픽 관련 활동을 간략히 소개한 것 외에 별다른 홍보 활동을 하지 않는다. 올림픽 개막 수개월 전부터 캠페인 활동을 시작해 수십 건의 홍보 자료를 냈던 2014 소치 올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18년 평창 올림픽과 대조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선수단 스마트폰 후원 등 무선 분야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은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외교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과 영국·호주 등 일부 서방 국가들은 중국 정부의 소수 민족 위구르 인권 탄압 논란을 이유로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선수단은 파견하지만 개회식 등에 고위 관리는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선 적극적인 베이징 올림픽 마케팅이 오히려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과 중국 양국에서 영업 활동을 하는 기업은 미·중 갈등 상황에선 이도 저도 난처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공식후원 계약 기간을 2028년까지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둘째)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셋째) 등이 후원 연장 조인식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공식후원 계약 기간을 2028년까지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둘째)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셋째) 등이 후원 연장 조인식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사실 삼성전자의 이런 고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도쿄 올림픽 때도 당시 국내 여론을 고려해 관련 홍보 활동을 최소화했다. 외교적인 이유로 올림픽 마케팅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뿐 아니라 (비자·코카콜라·인텔 등) 다른 TOP 올림픽 스폰서 파트너들도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치지 못 하는 상황”이라며 “여러 국가, 해외 시장도 고려해야 하는 기업은 (스포츠 마케팅에 있어) 국내 내수 중심인 기업과는 처지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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