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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방' 9월 계약만기 벌써 걱정…'3고 불황' 불 지르는 대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관악구에서 월세살이 중인 직장인 김모(25)씨는 오는 9월 계약 만기를 앞두고 벌써부터 걱정이 많다. 혼자 살기에도 열악한 월세방을 떠나고는 싶지만, 그나마 괜찮은 전셋집을 구하려면 중소기업 청년 전세대출에 일반 신용대출까지 더해야 하는데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다. 김씨는 “40만원짜리 월세 계약을 연장해야 할지, 돈은 더 들더라도 나은 환경의 전세로 이사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치솟는 물가와 금리, 달러화 가치가 서민 부담을 늘리고 있다. 나라 경제를 위협하는 이른바 ‘3고(高)’ 현상이 다가오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 위해 추가 국채 발행을 추진하면서 금리와 물가 상승 위험을 더 키우고 있다.

소비자 물가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소비자 물가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01달러(2.28%) 상승한 배럴당 90.27달러를 기록했다. WTI가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 상황 등 지정학적 우려에 계속 상승하는 중이다.

이미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평균 2.5% 상승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월별 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 전년 동월 대비 0.9%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시간이 흐를수록 올라 11월 3.8%, 12월에는 3.7%를 찍었다. 유가 불안이 커지며 물가 오름세는 올해 연초에도 지속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4개월 연속 3%대의 고물가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3%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10년만의 일이다. 석유류 가격이 전년 대비 16.4% 상승하며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내놓은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 물가가 3.9%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0월 직전 전망치보다 1.6%포인트 상향 조정한 수치다.

물가 대응 과정에서 상승한 금리도 가계와 기업 등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63%다. 2014년 5월 이후 7년7개월 만에 가장 높다.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5.12%로 전월보다 0.04%포인트 내렸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1.62%포인트 상승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대출자 10명 중 1명은 소득의 5% 이상을 이자를 갚는 데 더 써야 한다. 보고서를 쓴 박춘성 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전례 없이 누적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대출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대출 금리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가계대출 금리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시중 대출 금리는 올해 내내 상승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채권 시장에서 국채 금리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등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덩달아 영향을 받는다. 결국 은행 등의 시중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채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에서 1.25%로 올리면서 “성장과 물가의 현 상황, 전망 등을 고려해 보면 지금도 실물경제 상황보다 여전히 (기준금리가)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기준금리 인상 등 추가 긴축을 예고했다.

정부가 적자 국채 발행을 늘리는 것도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14조원 규모의 올해 첫 추경안을 편성하면서 11조3000억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추경안 심사를 벌이고 있는 여당은 국채를 더 발행해 재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35조원 이상의 추경 재원을 확보해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의힘 등 야당은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고 본예산의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추경 규모를 증액하면 적자 국채 발행액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채 발행 규모가 늘면 늘수록 국채 금리는 올라가는(국채 가격 하락) 구조다. 정부가 추경 편성과 적자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한 지난달 14일에도 서울 채권 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9%포인트 오른 2.04%를 기록했다. 4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194%다.

추경 규모가 커지면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가 시장에 돈을 풀면 풀수록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정부 추경안을 의결한 직후 “추경 규모가 더 늘어나면서 유동성으로 작용한다면 물가에 대한 우려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요국 통화 대비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점도 근심을 더한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9.4원 내린 달러당 1197원에 거래를 마쳤다. 강달러가 지속하면서 최근 원화값은 1200원대를 오르내리는 중이다. 앞서 3일에는 1206.4원에 마감해 약 1년8개월 만에 최저(환율 기준 최고)를 기록했다.

원화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은 수입품의 원화 가격이 비싸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무역 적자 규모도 확대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지난 1월 무역수지는 수입액이 수출액을 앞지르며 48억9000만 달러 적자를 봤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이면 1억 달러 적자는 1100억원 적자를 의미하지만, 환율이 1200원이라면 적자 규모는 1200억원으로 불어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높아지며 에너지 등 원자재의 원화 환산 가격이 오른 것이 무역 적자의 큰 원인인데, 이는 동시에 물가 상승 요인이기도 하다”며 “작년부터 인플레이션을 걱정했던 정부가 올해 또 국채를 발행했다는 것은 물가 대응을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물가·금리·환율의 3고 위험뿐만 아니라,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동시에 발생해 경제가 위축하는 ‘쌍둥이 적자(twin deficit)’ 현상도 우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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