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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중국몽 뒤집어쓰면…" 與 떨게한 평창의 기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중국 베이징 메인미디어센터에서 올림픽 타워가 보이고 있다. 뉴스1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중국 베이징 메인미디어센터에서 올림픽 타워가 보이고 있다. 뉴스1

4일 개막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대선에 미칠 파장을 가늠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선대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회 기간 중 생길 논란이 여당에 도움이 될지, 독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가대항전 스포츠 대회는 전통적으로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 상승에 다소 도움이 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뒤에 치러진 6.13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이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를 제외하고 압승을 거뒀지만,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응원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응원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문재인 정부가 2018년 1월 초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겠다”고 깜짝 발표하자,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이스하키 단일팀 반대합니다” “지금까지 땀 흘린 우리 선수들이 먼저다” 등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이 올라왔다. 청와대가 방침을 고수하면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한국갤럽)은 1월 19일 기준 전주보다 6%포인트 하락한 67%를 기록했다.

정치인들의 행동도 논란을 불렀다. 박영선 당시 민주당 의원은 2018년 2월 16일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윤성빈 선수가 금메달을 따내자 일반인 통제 구역인 ‘피니시 라인’에 들어가 윤 선수 옆에서 손뼉을 치다 중계화면에 잡혔다. SNS에선 ‘의원 신분을 이용해 특혜를 누렸다’는 수많은 비판이 올라왔고, 이튿날 박 의원은 “국민께 죄송하고 저도 참 속상하다”는 사과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2018년 2월 16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낸 대한민국 윤성빈이 태극기를 들고 내빈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연합뉴스

2018년 2월 16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낸 대한민국 윤성빈이 태극기를 들고 내빈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연합뉴스

당시 문체위 소속이었던 민주당 의원은 “남북 단일팀은 실패한 적 없는 성공 방정식으로 굳게 믿고 있었는데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자 원인 파악에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예상치 못한 반발감이 나타날 수 있어 선대위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선대위가 생각하는 폭탄의 뇌관은 2030 세대의 반중 감정이다. 지난해 6월 14일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2030 세대는 중국을 일본보다 더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는 17.1%만이 중국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정치 컨설팅 업체를 통해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반중 감정이 폭발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와 피해갈 전략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베이징 올림픽 홍보영상에 들어간 한복을 입고 상모돌리기를 하는 장면이 포함되고,  한국 출신 지도자들이 쇼트트랙 중국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것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미 반중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 관계자는 “문화공정 이슈가 발생하거나, 한·중 간 경기에서 편파 판정 시비가 불거질 경우 미온적인 대응을 하면 ‘중국몽’ 프레임을 뒤집어쓰고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실시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공식 훈련에서 중국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선태(왼쪽) 감독과 빅토르 안(안현수) 기술코치가 훈련 도중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실시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공식 훈련에서 중국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선태(왼쪽) 감독과 빅토르 안(안현수) 기술코치가 훈련 도중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의 또 다른 걱정은 대선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이다. 선대위 공보단 관계자는 “정책 공약 발표를 이어가면서 지지율 역전을 노리고 있는 상황인데 모든 이목이 올림픽에 집중돼 기사 노출 빈도가 줄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지지율을 지키려 하는 쪽이 유리한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막상 본격적인 메달 경쟁이 시작되면 여당이 애국심 마케팅의 득을 볼 수도 있다.역대 올림픽 때마다 국정 지지율은 항상 2~3% 정도 올랐다”고 말하는 당 관계자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이다. 당시 출범 첫해인 이명박 정부는 3월 국정 지지율(한국갤럽 여론조사)이 52%였지만, 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상 논란 등을 겪으면서 6월 28일엔 20.7%까지 떨어졌다. 이후에도 인천공항 급유시설 민간 임대 발표, 은진수 BBK 법률지원팀장 가석방 등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들이 연달아 터졌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에서 야구 대표팀과 박태환·장미란 선수 등이 금메달을 따내면서 모든 시선이 올림픽에 집중됐다. 올림픽 폐회식을 하루 앞둔 8월 2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정 지지율은 24.1%로 반등했다.

2004년 아테네 하계올림픽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지지율 반등을 선물했다. 지지율 60%에서 시작한 노 대통령의 집권 2년 차 2004년 5월 지지율은 25%로 반 토막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8월 말 아테네 올림픽이 끝나자 34%까지 회복했는데 같은 해 11월 조사에선 다시 23%로 하락했다.

오피니언라이브의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는 국내의 여러 부정적인 사안을 뒤로 가리는 커튼 효과를 만들어낸다”며 “언론들에서 스포츠뉴스가 중심이 되고 대중의 시선이 분산되면서 악재에 대한 집중도가 낮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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