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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덮어쓸까봐 녹음한 듯" 김혜경 비서 '디테일 폭로'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의전을 둘러싼 비리 의혹의 특징은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점이다. 사실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법인카드로 소고기를 구입하거나 호르몬제를 대리 처방 받았다는 의혹 등은 제3자는 파악하기 힘든 내밀한 정보들이다. 이는 의혹을 제기하는 제보자 A씨가 김씨의 비서 업무를 한 경기도청 비서실 7급 별정직 직원 출신이기 때문이다. A씨는 약 9개월(지난해 3~11월) 동안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5급 별정직이었던 배모(여)씨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와 사진 등을 근거로 자신이 겪은 일을 폭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가 2022년 임인년 새해를 맞아 한복을 차려입은 채 신년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가 2022년 임인년 새해를 맞아 한복을 차려입은 채 신년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불의와 불법 알리기 위해 제보”

4일 A씨는 자신의 폭로 이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냈다. 측근을 통해 언론에 전해진 입장문에서 그는 “그 어떤 정치적 유불리나 특정 진영의 이익이 아닌 그저 특정 조직에서 벌어진 불의와 불법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 김(혜경)씨 관련 사실을 제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입장을 낸 이유와 관련해 A씨는“금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제가 언론사에만 제공한 녹취 파일이 음성 변조 없이 실명 그대로 공개되는 일이 벌어졌다. 현재 저와 저희 가족은 심각한 불안과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의 큰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향후 그 어떤 언론사도 변조 없는 음성 파일의 방영, 유포를 금해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적었다.

배모씨와 A씨가 나눈 텔레그램 대화 일부. 사진 중앙일보 영상 캡처

배모씨와 A씨가 나눈 텔레그램 대화 일부. 사진 중앙일보 영상 캡처

A씨 측근은 이날 “A씨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 등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A씨가 가족과 하루에 한 번 거처를 옮겨 다니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A씨가 할 정도로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상황 고려하며 법카 사용” 주장도

불안을 감수하면서도 A씨가 알리고자 한 ‘불의와 불법’은 이 후보 측근으로 알려진 배씨의 지시를 받아 김혜경씨 관련 심부름을 수행하면서 벌어진 일들이다. A씨는 음식 구매와 배달, 장남의 퇴원 수속, 이 후보의 빨랫감 처리 등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엔 A씨가 개인카드로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한 정육식당에서 한우 11만8000원어치를 계산한 뒤 다음날 이를 취소하고 법인카드로 다시 결제했다고 한다. A씨는 “상황에 따라 일주일에 1~2번 법카를 썼고, 1회에 12만원을 채우는 방식으로 반복적으로 결제가 이뤄졌다”면서 소고기와 음식 등이 김씨 쪽에 전해졌다고 폭로하고 있다. 12만원이라는 한도가 1인당 식사비(3만원)와 코로나19로 인한 제한 인원(4명)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측근을 통해 제기하고 있다.

A씨가 녹음한 배씨와의 통화 녹음 파일에는 배씨가 “(전임자는) 여태까지 잘하다가” “공장(정육점)에서 돈 계산 안 하고 음식점(식당)에서 계산했는데”라며 A씨를 질책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배씨 등 경기도의 비서진이 법인카드를 편법으로 사용하기 위해 모종의 규칙을 마련하고 있었다는 의심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혜경(사진 왼쪽)씨와 김씨 비서로 지목받는 배씨가 A씨에게 지난해 4월 보낸 텔레그램 대화. 분당 한 종합병원 명의의 호르몬제 처방전에 환자 이름이 김혜경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연합뉴스·A씨 측 제공

김혜경(사진 왼쪽)씨와 김씨 비서로 지목받는 배씨가 A씨에게 지난해 4월 보낸 텔레그램 대화. 분당 한 종합병원 명의의 호르몬제 처방전에 환자 이름이 김혜경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연합뉴스·A씨 측 제공

경기도청 부속 의원에서 김씨의 호르몬제를 대리 처방받았다는 A씨의 의혹 제기에 대해 배씨와 민주당 측은 “배씨 본인이 복용할 목적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A씨 측은 반박하고 있다. A씨가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이 후보 집 앞에 문제의 호르몬제를 배달했으며, 대리 처방 한달쯤 뒤 김혜경씨가 자기 이름으로 같은 호르몬제를 처방받았다며 처방전 사진을 공개했다.

측근 그룹 배제되자 폭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참석해 방송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참석해 방송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A씨의 폭로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성남문화재단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 A씨는 김씨가 공연 관람을 하는 과정에서 수행비서 역할을 한 배씨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성남아트센터를 방문할 때 의전을 하기도 했던 A씨는 이후 배씨의 권유로 지난해 초 별정직 7급으로 도청 비서실에 입성했다고 한다.

이 후보가 지난해 10월 대선 출마를 위해 지사직을 사퇴하면서 지방별정직 공무원 인사규정에 따라 자동면직 처리됐다. 당시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별정직 비서관 등 10여 명이 동시에 도청을 떠났는데, 이들이 모두 이 후보 캠프로 갈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A씨는 이 후보 캠프에 합류하지 않았다.

경기도 정가의 한 인사는 “자신을 측근으로 생각했다가 측근 그룹에서 배제되자 앙심을 품고 폭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씨의 측근은 “본인이 (배씨와) 통화를 녹음한 이유가 있을 거다. 혼자 덮어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 월요일(7일)에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자 신청을 하려고 한다. A씨가 용기를 낸 건 지켜줄 시민이 있다는 믿음에서다”라고 덧붙였다.

A씨 측근과 스팟인터뷰

Q: 현재 A씨 상태는.
A: 심리적으로 너무 불안해해서 신변안전을 제일 큰 문제로 본다. 휴대전화로 이상한 전화도 많이 와 심란해 한다. 가족과 하루 한 번 거처를 옮기고 있다.

Q: 불안해하는 이유가 있나.
A: 배씨나 이 후보 측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또 인터넷에 목소리 변조 없는 녹음파일이 공개돼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다”고까지 했다. 숙박업소를 잡아주고 주변에서 보초를 서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Q: 보도 이후 배씨 측에서 또 연락이 왔는지.
A: 없었다.

Q: 폭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
A: 본인이 (배씨와) 통화를 녹음한 이유가 있을 거다. 혼자 덮어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거 같다. 다음 주 월요일(7일)에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자 신청을 하려고 한다. A씨가 용기를 낸 건 지켜줄 시민이 있다는 믿음에서다.

Q: 후원금 계좌를 열었다.
A: 본인이 쫓겨 다니게 되면서 생계를 고민하고 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 계좌를 열자고 먼저 제안했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안정감도 있을 거라 본다.

Q: 앞으로 어떤 계획인지.
A: A씨와 관련해 협박이나 명예훼손이 이어진다면 법률 지원을 거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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