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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경쟁사 "우린 초과이익 배당 제안했는데도 떨어뜨렸다" [法O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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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왼쪽),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둘째), 남욱 변호사(왼쪽 셋째),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왼쪽),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둘째), 남욱 변호사(왼쪽 셋째),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5년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 사업'을 함께 할 민간사업자로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선정합니다. 성남의뜰은 대장동 특혜 의혹의 당사자인 김만배씨가 최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참여했죠.

당시 성남의뜰은 유력한 경쟁자들을 큰 점수 차로 누르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경쟁자는 한국산업은행 컨소시엄과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컨소시엄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대장동 개발사업의 '사업신청자별 사업계획서 세부 평가점수'에 따르면 성남의뜰은 가산점을 포함한 1010점 만점 중 994.8점을 받아 한국산업은행 컨소시엄(909.6점)과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컨소시엄(832.2점)을 제쳤습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도 성남의뜰이 자산관리회사(AMC) 설립 및 운영계획, 공사 재원조달 등 부분에서 다른 컨소시엄과 큰 차이가 없었는데도 유독 큰 점수 차로 1위를 차지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습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 사업 사업계획서(평가용)'에 따르면 성남의 뜰은 1010점 만점 중 994.8점을 받아 대장동개발 민간사업자에 선정됐다. [자료=김형동 의원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 사업 사업계획서(평가용)'에 따르면 성남의 뜰은 1010점 만점 중 994.8점을 받아 대장동개발 민간사업자에 선정됐다. [자료=김형동 의원실]

"하이리스크"였다고 했는데 경쟁 컨소시엄 "사업성 높았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의 5회 공판에서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직원 서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우선 당시 대장동 사업의 사업성에 대한 그의 이야기입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서씨에게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하게 된 이유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서씨는 "당시 업계에선 그런 공모사업에 대한 소위 붐 현상이 있었다"며 "그러다보니 저희 입장에서는 성남도개공이 주관하는 대장동 사업이 괜찮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사업성은 어떻게 판단했냐"고 묻자 서씨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에 판교 쪽 미분양이 거의 소진돼 집값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며 "관(성남시)이 참여해 원가인 토지가가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고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사업성이 있을 거라고 판단해서 참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대신문에서 변호인이 "다른 개발 사업과 비교했을 때 사업성이 좋다고 느꼈냐"는 질문에도 서씨는 "대장동 입지가 서판교 밑에 붙어 있었고 당시엔 아무도 의심 안 한 걸로 알고 있다"며 "토지를 수용할 수 있으니 저렴한 원가가 보장되고 당시 주택가도 올라가고 있어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답했습니다.

"(대장동과 판교를 잇는) 서판교 터널 연결공사를 하면 이익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판단했냐"는 질문에도 "그렇다"며 "사업이 워낙 크기 때문에 상식적인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이 후보 측이 그간 설명해 온 것과는 다소 다른 뉘앙스입니다. 이 후보 측은 지난해 9월 화천대유가 거액의 수익에 대해 “부동산이 초급등하다 보니 (화천대유의)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이 대박이 난 것”(김병욱 민주당 선거대책위 직능본부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화천대유가 그런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상 못 한 부동산 폭등 때문"이라며 “2018년 이후 정책 실패로 집값이 솟아 민간사업자 이익이 1800억원에서 4000억원대로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2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사진 성남시

지난 2012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사진 성남시

"초과 이익 배당 제안했는데 탈락"

성남의뜰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걸었는데도 탈락했다는 취지의 증언도 나왔습니다. 검찰은 서씨에게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이 대장동 사업에 응모하면서 냈던 사업계획서에 예상되는 순이익 3200억여원을 지분 비율에 따라 공사에 배분하는 방안을 제안했던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서씨는 "성남도개공이 낸 Q&A(질의·응답) 자료에 공사의 이익이 확정이라고 돼 있었다"며 "저희는 공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해도 잘 보이려는 마음에서 선택적 옵션을 드릴 수 있다는 취지로 그렇게 기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성남도개공에 초과이익 배당을 제안하는 내용을 사업계획서에 담았는데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의미입니다. 검찰이 "사업자 선정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이런 옵션을 제시한 것인가"라고 재차 묻자, 서씨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심사에서 상대평가 항목인 '프로젝트 회사 설립 및 운영계획'과 '자산관리 회사 설립 및 운영계획' 항목에 각각 0점을 받았습니다.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에는 평가와 관련한 내용을 누락한 경우에만 0점을 주게 되는데,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은 관련 내용을 사업계획서에 담고도 0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은 당시 성남도개공 전략사업팀에 근무하던 정민용 변호사와 김문기 성남도개공 개발1팀장이 유 전 본부장의 지시로 성남의뜰에 높은 점수를 몰아주고 메리츠증권과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0점을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 주요 혐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 주요 혐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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