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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흡연 여성·젊은 층 폐암 증가, 조기 검진으로 막아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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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4호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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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서 폐암은 10대 암 중 남성 암 발생률 1위, 여성의 경우 증가 추세로 5위를 기록했다. 암은 국내 사망 원인 1위(2020년 사망원인통계)다. 사망자 수로 보면 남녀 모두 암 사망률 1위 는 폐암이었다. 폐암은 진단 시 병이 진행돼 발견된 경우가 많아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무증상으로 검진에서 폐결절이 우연히 발견되는 조기 폐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폐결절이 대부분 폐암을 시사하지는 않으나 추적관찰이 필요하고, 특히 피가 섞인 가래, 객혈, 흉부 통증이나 쉰 목소리, 숨찬 증상 등이 있다면 의료진과의 상담이 필요하다.

폐암, 남녀 모두 암 사망률 1위

건강검진에서 주로 발견되는 폐결절 중 간유리음영 결절은 흡연자에게도 생길 수 있지만 비흡연자에게서 많이 확인된다. 간유리음영이란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검사에서 보이는 폐의 내부에 뿌옇게 유리를 갈아서 뿌려 놓은 듯한 모양을 표현한 말이다. 폐결절이란 3㎝ 이하의 폐실질 병변으로, 이런 폐결절이 간유리음영으로 구성된 경우를 간유리음영 결절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폐결절(고형 결절)은 결절의 내부가 진한 음영인 반면, 간유리음영 결절은 결절의 내부가 흐리고 뿌옇다. 폐의 염증이나 과거 염증으로 인한 섬유화 때문에 간유리음영 소견이 보일 수 있으나, 폐암이 생기기 전 먼저 생기는 전암성 병변이나 초기 폐암도 간유리음영 결절로 보일 수 있다. 건강검진에서 간유리음영이 발견되었을 때, 먼저 간유리음영 결절이 1~3개월 후에도 계속 보이는지, 커지는지 등을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간유리음영 결절의 속성도 중요한데, 결절 내부가 완전히 간유리음영으로만 되어 있는 경우를 ‘순수 간유리음영 결절’이라고 하고, 간유리음영 내부에 고형 결절을 포함하는 경우를 ‘혼합 간유리음영 결절’이라고 부른다. 이때는 간유리음영 자체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간유리음영 내부의 고형 결절의 크기가 매우 중요하다. 만약 간유리음영 내부의 고형 결절의 크기가 6㎜ 이상일 때는 양전자 단층촬영(PET/CT) 등을 통해 폐암의 가능성을 먼저 평가한 뒤 수술적 절제를 통한 치료를 해야 한다.

결절이 진단되면 흡연자는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흡연으로 결절 내 세포들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결절이 커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간유리음영 결절이 폐암 전단계 병변일 수 있으나, 3년 이상 크기가 변하지 않으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단 장기적인 추적관찰은 필요하다.

폐암은 주로 60~70대 흡연 남성에서 발생한다. 폐암 환자의 85%는 흡연과 관련이 있다. 폐암을 예방하려면 담배를 아예 피우지 말라고 권한다. 게다가 흡연으로 인한 폐 손상은 표준 폐암 수술을 해도 다른 종양에 비해 장기 생존율이 떨어진다. 국내 암 발생률은 2015년 이후 유의미한 증감 추세를 보이지 않지만, 폐암은 증가하고 있다. 국내 흡연 인구가 감소하는데도 폐암 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누적 흡연경력과 함께 인구 고령화가 주원인으로 보인다. 폐기종·기관지확장증 등 만성 호흡기질환 등을 동반한 경우, 폐암 치료의 예후가 좋지 않아 금연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다.

최근에는 젊은 연령의 비흡연자에게서도 발병이·증가하고 있다. 흡연 외에도 간접흡연, 라돈, 조리 시 연기, 대기오염 분진, 미세먼지·중금속 작업 환경 노출, 기저 폐질환 및 유전적 소인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 여부와 상관없이 40대 이후에는 방사선 노출이 적은 저선량 CT 검사를 통한 폐암 조기 검진을 추천한다. 저선량 흉부CT검사는 일반 흉부 CT 검사에 비해 방사선량은 10분의 1 수준이지만 매우 작은 폐결절도 찾아낼 수 있어 초기 폐암을 발견하는 데 유용하다. 다행히 2019년부터 하루 한 갑씩 30년 이상 흡연하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폐암도 국가암검진사업에 포함돼 무료로 검진받을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조기 진단으로 초기 폐암 환자를 많이 찾을 수 있다면, 다른 종양처럼 수술적 절제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폐암의 3분의 1 정도는 비흡연 폐암이고,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폐암 환자의 약 87.5%가 흡연 경험이 없다. 비흡연자도 폐암 검진으로 저선량 흉부CT 검사를 추천하는 이유다.

폐암 치료는 종양 위치 및 침범범위, 전이, 예후 인자 등을 고려해 임상병기 평가 후 수술 방법, 절제 범위, 수술 전후 항암·방사선치료 여부를 다학제 진료를 통해 사전에 계획한다. 종양 병변이 있는 폐엽 절제술과 종격동림프절을 박리하는 것이 표준 수술이다. 두 개 이상의 엽, 일측 전폐엽의 절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폐결절(간유리음영 결절)은 추적관찰 중 변화 양상에 따라 폐를 보존하는 제한절제 수술(쐐기 및 구역절제술)을 시행하는데, 조기 폐암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늑골 절제를 포함한 개흉 수술이 요구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수술 가능한 대부분의 1~2기 폐암은 흉강경 수술을 한다. 개흉 수술에 비해 적은 통증으로 빠른 일상 복귀가 가능하고, 병리 조직 진단을 통해 최종병기를 확인하게 된다. 종양이 크고 주위 침윤이 동반된 경우, 심한 유착으로 주위조직, 혈관, 림프절 박리 시 위험한 경우에는 근치적 절제를 위한 개흉 수술로 전환이 요구된다.

정밀 수술로 폐암 재발률 낮춰

최근의 흉강경 및 로봇 수술 장비, 재료의 발달은 작은 절개창으로도 고화질(4K), 3D 영상을 이용하는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게 됐다. 쉽게 병변을 찾기 어려웠던 작은 폐결절도 수술 전 위치를 표시하는 내비게이션기관지 내시경을 활용하는 최소침습 술기와 함께, 마취 시 무기관 삽관 또는 흉관 거치를 최소화하는 방법 등 수술 후 통증을 최소화하고, 호흡 재활을 병행하는 조기 회복 프로그램을 적용해 대부분 환자가 수술 후 합병증, 통증 없이 일상생활로 조기에 복귀할 수 있다. 이렇게 최신 폐암 수술치료 술기의 발달은 낮은 재발을 통한 장기 생존 예후 향상뿐 아니라, 수술 후 삶의 질 측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인다.

김경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 2004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한 뒤 동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폐암·식도암·종격동종양·폐이식이 전문분야다. 대한폐암학회 정회원 및 홍보위원, 세계폐암학회(IASLC) 정회원, 대한흉부종양외과학회 학술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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