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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식투자 ‘120조원 시대’]미 증시는 데이터 게임…월가 불문율 ‘연준과 싸우지 마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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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4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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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와 함께 미국 주식을 같이 공부하는 모임(레이저 회원)이 있다. 이 모임에 처음 나오는 투자자들이 일관되게 하는 하소연이 있다. ‘왜 내가 주식만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기만 하면 오를까’. 사실 이는 한국 증시 투자자들도 마찬가지 일 텐데, 이른바 똥손이라 그런 걸까. 그건 아니다. 이들에게 ‘현재 하락장이 끝나면 어떤 주식을 사고 싶은가’를 물어본 적이 있는데, 뻔한 답이 나왔다. 테슬라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TQQQ(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엔비디아다. 모두 최근 몇 년간 미국 증시를 이끌어 온 기술주다.

많은 투자자들이 이들 주식을 갖고 있으면 10년이나 20년, 혹은 30년 뒤에 은퇴자금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테슬라·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이 10년, 20년, 30년 뒤에도 미국 증시의 상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모를 일이다. 필자가 미국에서 MBA를 마친 1996년 당시 미국 증시의 ‘톱3’는 GE(제너럴 일렉트릭), 코카콜라, 엑손 모바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아마존과 애플의 주가는 바닥권이었다. 지금의 증시 상위의 기업이 30년 뒤에도 상위를 차지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개별 종목 분석 통한 접근은 한계

사실 이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증권시장이 마찬가지인데,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도 약 4250개의 기업(종목)이 상장돼 있는 미국 증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수없이 많은 기업이 신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 시장이 바로 미국이다. 이 같은 미국 증시에서 단지 지금의 기술과 개별 종목 분석을 통해 접근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미국 증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고 결정해야 한다. 모든 것의 근간이 숫자다. 왜냐하면 미국 증시는 전 세계의 모든 경제 활동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선진화된 금융상품이 서로 연결돼 있다. 톱니바퀴가 촘촘히 맞물려 증시 등 금융시장이 돌아가는데, 이 움직임을 가장 최상단에서 지휘를 하는 기관이 바로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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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연준을 포함한 거시경제를 잘 안다고 꼭 주식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증시에서 성공적인 투자를 하려면 거시경제는 반드시 알아야 하고, 그 정점에 있는 게 연준이다. 월가에는 ‘Don’t fight Fed’(연준과 싸우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연준의 정책을 따라가면 최소한 주식 시장에서 돈을 잃지 않고, 그 흐름을 빠르게 읽으면 다른 사람보다 돈을 벌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준이 중요한 이유는, 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라 미국 국채의 수익률이 변하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의 수익률은 이른바 ‘무(無)위험 수익’(Risk Free Rate)으로 전통 투자학에서는 ‘투자는 국채의 수익률보다 높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국채 수익률보다 낮은 성과를 낸다면 그 사업은 청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 투자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에 주식과 채권의 비율을 경제 흐름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그렇다면 연준의 통화정책 중 어떤 것을 살펴야 미국 경제나 증시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까. 연준의 목표는 단 한 가지다. 미국 경제가 세계 1위 자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 이를 위해 연준은 시기적절한 ‘통화정책’을 가지고 미국 경제가 세계 1위가 되도록 한다. 연준 통화정책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물가 안정(Price Stability)이고, 둘째는 지속적인 최대 고용(Sustainable Maximum Employment)이다.

연준이 두 가지 의무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정책적 도구가 기준금리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미국 국채시장에 영향을 준다. 미국 국채는 미국 정부가 발행을 하기 때문에 안정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하루 채권 거래량 규모도 엄청나다. 하루 거래량이 한화로 600조원(약 5470억 달러)에 이른다. 참고로 대한민국 1년 예산이 513조원이니 하루에 대한민국의 1년 예산이 왔다 갔다 하는 셈이다. 이 같은 미국 국채시장의 움직임이 바로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예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국채는 만기 기간에 따라 1달, 2달, 3달, 1년, 2년, 3년, 5년, 7년, 10년, 20년, 30년이고 통상적으로 10년 국채의 수익률을 시장금리로 간주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10Y2YS’ 점검해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요즘 미국 증시는 제롬 파월 의장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라 미국 증시는 물론 글로벌 경제가 영향을 받는다.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요즘 미국 증시는 제롬 파월 의장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라 미국 증시는 물론 글로벌 경제가 영향을 받는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채의 수익률은 만기가 길면 길수록 높아지는데, 이는 만기가 길수록 원금을 받을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른바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다. 이를 감안해 미국 국채별 수익률 그래프를 그려보면 만기가 짧을수록 낮고, 길수록 높아지는 완만한 곡선 형태를 보이게 된다〈그래프 참조〉. 수익률을 영어로 일드(yield)라고 하는데, 월가에서는 국채별 수익률 그래프를 ‘일드 커브’(yield curve)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일드 커브는 현재의 경제를 판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매우 중요한 데이터다. 미국 주식투자자라면 필수적으로 봐야 하는 그래프이기도 하다. 일드 커브의 기울기는 ▶정상 ▶가파른 ▶평평한 ▶역(마이너스) 등 4가지로 구분한다. 일드 커브가 정상(완만한 기울기)이라면 시장 또한 정상적이라고 판단하고, 기울기가 정상보다 가파르면(단기 국채 수익률은 정상보다 낮고, 장기 국채 수익률은 정상보다 높을 때) 경제가 고성장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본다. 기울기가 평평하면(만기별 수익률 편차가 크지 않을 때) 미래가 불확실하고,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일드 커브의 기울기가 마이너스(장기 국채 수익률이 단기 국채 수익률보다 낮을 때)가 되면 이때부터 9개월 이내에 무조건 리세션(recession·경기 하강)이 온다. 지금까지 역사상 예외는 없었다. 그런데, 일반 투자자가 일드 커브의 변화를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증시에서 일드 커브를 대신하는 지표가 있는데, 이는 10년물 국채 수익률에서 2년물 국채 수익률을 뺀 값이다. 월가에서는 이를 ‘10Y2YS’라고 부른다. 이 값이 0에 가까워지거나 마이너스(역 기울기)가 되면, 시장은 예외 없이 9개월 이내에 리세션이 왔고 주가는 큰 조정을 격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6~2007년,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19~2020년 때가 대표적인 경우다.

따라서 미국 증시에 투자하거나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이 지표를 기본적으로 살펴야 한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이 지표를 점검하는 습관을 갖는 게 좋다. 4200개나 넘는 기업(종목), 연준, 일드 커브 등 미국 증시는 상당히 복잡해 보이지만, 투자를 시작하고 3년 정도가 지나면 시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 증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공부한 만큼 수익을 창출해 주는 시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누군가는 미국 증시를 두고 ‘정직한 금융시장’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시간과 언어로 인한 장벽 때문에 공부가 쉽지 않다면 주요 주가지수와 관련된 ETF만 투자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공부를 통해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투자할 수 있다면 미국 주식투자를 평생 직업 또는 제2의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연준, 다단계 금리 인상 예고 … 미 증시 전례없이 크고 길게 출렁

최근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심해진 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 때문이다. 그런데 단순히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해서만은 아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4~5년 전에도 있었고, 그 이전에도 있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증시는 몇 달간 전체적으로 조정을 받은 뒤 다시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 증시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출렁이는 건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연준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평균 물가 목표제(AIT·일시적으로 2% 이상 허용)를 실시했는데, 정책 목표와 실물경제 간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물가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이 때문에 연준은 물가 안정이 주식 등 금융시장 안정보다 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이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승인을 받은 상태다. 즉 올해는 물가 안정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연준이 올해 7차례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모두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한 두 차례 0.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과거 기준금리 인상은 2~3년의 시간을 두고 서서히 진행됐지만, 올해는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시장 분석가들은 당분간 S&P500지수가 3800~520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전례없이 큰 폭이다.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올해는 중간선거가 있다. 과거 중간선거가 있던 해는 중간선거가 마무리되는 11월 초부터 주가가 상승하는 반복성을 보였다. 때문에 10월까지는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 기초가 탄탄하고 실적이 좋고, 향후 성장성이 좋은 기업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 그동안 실적 없이 미래에 대한 희망만 가득했던 기업의 주가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레이저 딘 최(Dean choi) 미국 주식 프로 트레이더.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경영학(MBA) 석사, 조지워싱턴대에서 금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유럽의 헤지펀드에서 기업 인수·합병 관련 일을 하다 미국으로 이주한 후 미국 주식·파생상품 프로 트레이더가 됐다. 블로그·라이브방송 등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미국 주식에 대한 시황 분석 등을 하고 있다. 미국 주식투자자 사이에서는 ‘레이저 선생님’으로 통한다. 저서로는 『미국 주식 투자 바이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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