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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영구 감독」설로 추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태평양 박영길 씨 유력>
프로야구 OB·롯데·태평양의 신임감독 선정작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적임자를 놓고 고심해 온 OB는 전임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라는 팬들의 성화가 열화 같았으나 구단의 내부사정으로 본격적인 접촉한번 못해 본 채 박영길 해설위원·강병철 빙그레 코치 등을 놓고 고심하다 이재우 감독대행을 17일 신임 감독으로 전격 발령했다.
또 시즌 중 김진영 감독을 인책 퇴진시킨 롯데도 김성근 감독에게 꾸준한 의사타진을 해봤으나 김 감독이 화끈한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강병철 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켜 영입할 계획.
강 코치는 이미 빙그레와 결별을 선언, 롯데와 계약만 남겨 놓은 상태다.
한편 태평양은 시즌 초부터 말썽이 돼 온 임호균 투수의 방출문제로 김성근 감독과 불화가 발생, 김 감독의 사표를 수리할 예정인데 후임으로는 박영길 씨가 유력하다. 태평양은 올시즌 최하위를 기록한 팀타율(0.245)을 올리기 위해서는 타자 출신인 박 감독을 적임자로 보고 계속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억5천만원 내놔>
24일부터 벌어질 삼성-LG의 한국시리즈는 국내최고의 재벌그룹간 대결답게 돈 싸움이 될 공산이 커졌다.
준 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전을 5연승으로 돌파, 승전분위기에 휩싸인 삼성은 각각 3천만원(준 플레이오프), 5천만원(플레이오프)의 보너스를 지급, 한국시리즈에서는 1억 원이 넘는 보너스를 지급할 예정이고 LG는 시즌1위를 차지한 기념으로 이미 1억5천만원의 보너스를 지급, 막강한 구단의 재력을 과시한바 있다.
이들 두 구단은 이번 한국시리즈를 평소의 라이벌의식을 결산하는 대 격전장으로 평가, 대규모 응원전과 함께 엄청난 보너스싸움까지 벌일 전망이다.
춘천에서 훈련중인 LG는 이미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이기든, 지든 1억5천만원을 보너스로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선언,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고 삼성은 우승상금 5천만원 (KBO가 지급) 과 별도의 구단보너스 1억 원을 합쳐 역시 1억5천만원을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LG측의 배팅을 보아 가며 재조정할 방침.
따라서 두 구단의 보너스전쟁은 상대의 패를 읽는 치열한 눈치작전과 함께 천정부지로 높아만 갈 공산이 커졌다.

<시즌 중 구단주 약속>
시즌 막판까지 l위를 쾌 주, 한국시리즈진출이 확정적이던 빙그레가 급전직하로 추락해 3위에 턱걸이한 후 준 플레이오프에서 마저 패해 탈락하자 야구 인들과 홈 팬들은 그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는 구단 측을 성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창 시즌중인 지난 9월초 김승연 구단주와 김영덕 감독의 면담이 있은 직후『구단주가 김영덕 감독을 영구감독으로 임명했다』는 말이 퍼지면서 나머지 코칭스태프의 사기저하, 2진급 선수들의 실망 등을 불러 막판 팀웍와해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 구단 측의 경솔한 처사를 비판하고 있어 주목된다.
당시 김 구단주는 올해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영덕 감독이 향후 거취문제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김 감독을 안정시키는 모종의 언질을 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사실이 김 감독 등을 통해 야구계에 알려지면서「영구 감독 설」로 발전, 차기감독을 꿈꾸던 강병철 이희수 코치 등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리게 됐고 김 감독으로부터「찬밥」대접을 받던 일부 선수들의 불만을 촉발, 급기야 팀웍이 가라앉는 결과를 불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선수들은 공공연히『아버지와 어머니가 부부싸움을 하고 있는데 가정이 평온할 리 있겠느냐』는 등 팀 분위기의 침몰을 빗대기도 했었다.
따라서 빙그레 몰락의 1차적 책임은 감독과의 면담시기를 잘못 택한 구단주가 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이나 팬들의 비판이다.
또 프로정신이 투철하지 못했던 선수들에게도 비판의 소리가 쏠리고 있다.
빙그레 선수들은 감독이 바뀌든, 구단의 방침이 어떻든 선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는「프로정신」을 발휘했어야 옳았다는 얘기.
이 때문에 빙그레 구단은 하위 팀들의 단골메뉴인 극기훈련을 18일부터 1박2일간 실시, 프로경신 재충전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후약방문으로 급전직하한 사기를 원위치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 야구계의 중론-. <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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