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전 엽서사진에서 찾은 근대 인천의 이야기[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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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엽서
손장원 지음
글누림

100년 훌쩍 지난 엽서를 들여다본다. 정확히는 ‘엽서에 새겨진 사진’을 본다. 좌우 90도, 180도로 돌려본다. 몸이 사진 속 풍경으로 들어간 듯, 전지적 시점을 시도해 보고 3D로 전환해 해 보기도 한다. 선입견에 사로잡힐까 싶어 아예 시선을 떼기도 한다.

저자는 이렇게 차근차근 20년간, 최대 142.4㎜×90.9㎜ 네모 속에서 근대 인천의 밑그림을 건진다. 이 밑그림은 당시의 지도·문헌·신문기사와 합쳐지고 작가의 답사와 버무려진다. 그리하여 퍼즐이 맞춰진다. 100여 년 전 인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여정이 쏠쏠하다.

인천의 관동 1가와 2가, 중앙동 2가와 3가가 만나는 사거리에서 중구청 정문 방향을 향해 촬영한 사진. 책 '건축가의 엽서'에 실려 있다.

인천의 관동 1가와 2가, 중앙동 2가와 3가가 만나는 사거리에서 중구청 정문 방향을 향해 촬영한 사진. 책 '건축가의 엽서'에 실려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엽서가 등장 한 건 1900년. 프랑스인 샤를 알레베크(한국명 안례백)가 만들었다. 한국에서 엽서의 대중화에 나선 이들은 일본인들이었다. 당시 신문에서는 유망 업종으로 꼽았고, 서울과 인천의 제법 큰 엽서 상점들이 돈을 긁어모았단다.

1908년 인천개항 25주년을 맞아 제작한 기념엽서. 책 '건축가의 엽서'에 실려 있다.

1908년 인천개항 25주년을 맞아 제작한 기념엽서. 책 '건축가의 엽서'에 실려 있다.

저자는 엽서 사진을 통해 인천의 역사를 탐방한다. 금파(金波)라는 곳이 있었다. 인천 최초의 카페다. 1920년대에 세워진 4층 건물에 들어섰다. 여기서 누군가,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 중앙동4가 쪽 사진을 찍어 엽서에 담았다. 100여년간을 흐르고 흘러 이 엽서들이 저자의 손에 들어간다.

가만, 두 개의 엽서는 같은 장소를 담았는데, 가로수의 굵기가 다르다. 늘어난 나무 나이테만큼의 세월, 도시는 변했다. 저자는 “엽서는 도시의 발전 혹은 쇠퇴를 가늠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가 됐고, 현재의 스마트폰 사진도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변한다.

입간판을 통해 금파에서 일본 기생의 공연과 음식 배달 서비스가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 '건축가의 엽서'에 실려 있는 사진이다.

입간판을 통해 금파에서 일본 기생의 공연과 음식 배달 서비스가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 '건축가의 엽서'에 실려 있는 사진이다.

사진 분석으로만 끝났으면 섭섭했을 터. 유소년 야구 경기를 담은 엽서 사진에는 ‘한·일전’이 열리고 있었다. 한국 아이들이 입은 남루한 유니폼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인천 야구가 얼마나 알차게 성장했는지를 풀어낸다.

송월동에는 왜 굴뚝이 이곳저곳에 솟아 있었을까. 솔가지를 잔뜩 지게에 짊은 맨발의 아이는 어떻게 출입금지 구역인 일본인 거주지에 들어갔을까. 인천향교 앞 아이들이 매달려 있던 철봉의 정체는? 만삭의 몸으로 악덕 해운기업 인천기선의 배에서 떨어진 곡물을 주우며 연명하던 김간난의 운명은?

사정소학교(현 신흥초등학교) 교정에서 조선인과 일본인 유소년이 야구 경기 중이다. 책 '건축가의 엽서'에 실려 있는 사진이다.

사정소학교(현 신흥초등학교) 교정에서 조선인과 일본인 유소년이 야구 경기 중이다. 책 '건축가의 엽서'에 실려 있는 사진이다.

엽서 사진으로 역사와 사람 이야기를 진하게 우려냈다. 인천문화재단에서 엮는 ‘역사의 길’ 시리즈 중 일곱 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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