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상장은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거쳐 쌓아온 도전과 혁신 역량의 결실입니다. 일찌감치 2차 전지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R&D)을 강조해온 고(故) 구본무 회장께서도 오늘의 이 자리를 누구보다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장과 동시에 시총 2위 오른 LG엔솔
권영수 LG엔솔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상장 기념식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의 소감에서 30년 앞을 내다본 구본무(1945~2018) LG그룹 회장의 2차 전지 사업에 대한 혜안을 엿볼 수 있다. LG엔솔은 상장과 동시에 코스피 시가총액 2위에 오르며 화려하게 증시 무대에 올랐다.
LG 하면 요즘 사람들은 먼저 가전산업을 떠올린다. 그런데 LG그룹의 모태는 1947년 설립된 락희화학공업사다. 바로 LG엔솔이 물적분할된 모기업인 LG화학의 옛 이름이다. 락희화학은 화장품 제조를 시작으로 국내 최초로 합성수지 제품을 만들었다.
1992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연구 착수
이후 다양한 화학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한 가운데 92년 차세대 2차 전지로 꼽히던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연구에 착수한다. 96년 개발에 들어간 뒤 99년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한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LG라는 이름을 크게 알린 것은 2009년이다. 세계 첫 양산형 전기차 형태로 꼽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GM 볼트에 LG 배터리가 장착되면서다. PHEV는 기존의 하이브리드 차량과 달리 충전 장치가 장착돼 배터리를 충전해 전기차로도 쓸 수 있다.
GM 볼트에 장착된 LG 배터리
단거리에서는 당연히 배터리로만 움직인다. 그런데 장거리 주행으로 배터리가 방전됐을 때 휘발유 엔진을 가동하지만, 이 엔진이 바퀴를 직접 굴리는 것은 아니다. 엔진 동력이 발전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쓰인다. 구동은 전기 모터만이 하는 것이다. 엔진이 달린 것은 하이브리드 차량과 같지만 전기 모터로만 구동된다는 큰 차이가 있다. 덕분에 당시로는 상상하지 못하던 주행거리(600㎞)로 자동차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를 발판으로 LG는 미국 현지(미시간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연이어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으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후 미국 테슬라의 선전에 힘입어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앞당겨지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LG의 위상도 높아졌다.
30년 앞 내다본 구본무 회장
구본무 회장은 자동차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인물로 재계에서 꼽힌다. 기자 개인적으로 구 회장 생전에 두 차례 만난 적 있다. 한 번은 사적인 자리에서, 다른 한 번은 공적인 공간에서다.
공적인 자리는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열린 서울 비즈니스 서밋(B20)이다. B20에 전 세계 주요기업의 최고경영자(CEO) 120명(국내 15명, 해외 105명)이 참석했다. 구 회장은 당시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그룹인 다임러AG의 최고급 명차 ‘마이바흐’를 타고 행사장인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 나타났다.
마이바흐 이어 롤스로이스
이후 구 회장은 명차 중의 명차 ‘롤스로이스’ 팬텀을 타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LG가 영국 롤스로이스의 자회사로 연료전지를 생산하던 롤스로이스퓨얼셀시스템즈를 인수한 계기로, 구 회장이 마이바흐에 이어 롤스로이스 팬텀을 탄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