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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의전·혜경궁김씨·망토女...김혜경 의혹엔 늘 그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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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와 관련된 ‘과잉 의전’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경기도청 전 사무관(5급) 배모씨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배씨는 김씨의 수행비서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로 과거에도 수차례 정치권과 언론에 이름이 거론됐다. 지난해 11월 낙상 사고를 당한 김씨의 첫 외출 때에도 배씨가 거명됐다. 당시 일부 인터넷 매체의 집중 추적을 받은 검은 모자·망토의 여인이 김씨라는 오해를 일으켰던 이른바 ‘다스베이더’ 논란 때에도 그 여인이 배씨라는 주장이 있었다. 이후에도 다스베이더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 씨가 1박 2일 경남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27일 통영 굴 작업장에 방문한 뒤 경남 방문 소회를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 씨가 1박 2일 경남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27일 통영 굴 작업장에 방문한 뒤 경남 방문 소회를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혜경궁 김씨 트위터 가입 e메일 주인으로도 지목

배씨는 이 후보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2010년 8월부터 성남시장 비서실(7급)에 근무하며 김씨를 보좌했다고 한다. 당시 성남시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배씨는 비서실 소속이지만 다른 업무는 하지 않고 사실상 김씨만 담당했다”고 말했다.

배씨는 2018년 이 후보가 경기지사에 당선되자 함께 경기도청에 입성했다. 별정직 5급으로 총무과에 소속돼 의전을 담당했다. 김씨는 당시 혜경궁 김씨 트위터(@08__hkkim, 닉네임 ‘정의를 위하여’) 논란으로 검·경의 수사를 받았는데, 트위터 계정 가입에 사용된 e메일을 만든 사람으로 배씨가 지목되기도 했다.

“외국인 의전 담당 배씨가 김씨 전담” 

최근 배씨의 부하 직원이자 비서 업무를 한 A씨의 폭로가 나오면서 배씨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 배씨가 김씨의 사적인 용무를 담당하는 ‘과잉 의전’을 사실상 지휘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A씨 측근에 따르면 배씨는 김씨의 약 대리 처방·수령과 음식 배달, 장남의 퇴원 수속 등 심부름에 가까운 지시를 A씨에게 했다고 한다. 성남시에 있는 한 정육식당에서는 A씨가 개인카드로 소고기를 계산한 뒤 다음날 취소하고 경기도 복지카드로 ‘카드 바꿔치기’ 결제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를 돕는 측근은 “배씨가 A씨에게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비서의 자세를 담은 책을 주면서 ‘이제 충성을 해라’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과잉 의전’ 논란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여러 차례 나왔다. 2012년 2월 22일 열린 성남시의회 제183회 행정기획위원회 5차 회의록엔 박완정 전 성남시의원(당시 새누리당)이배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김씨가 행사에 참여할 때 수행하는 친구 아니냐”며 “김씨가 가는 데 이 친구가 항상 같이 있다”고 지적하는 내용이 나온다.

박 전 의원은 다음날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에서도 “총무과장이 낸 보고엔 배씨의 분장 사무가 ‘의전 수행’으로 되어 있는데 비서실장 자료에는 ‘외국인 의전’으로 돼 있다”며 “배씨가 김씨를 수행도 하는데 실제 업무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당시 성남시 행정기획국장은 “배씨가 그쪽(김씨)을 수행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법률지원단장과 이두아 부단장 등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민원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 전 경기도청 5급 공무원 배모 씨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의료법위반죄 등 고발장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유상범 법률지원단장과 이두아 부단장 등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민원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 전 경기도청 5급 공무원 배모 씨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의료법위반죄 등 고발장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앞서 2011년 11월 25일 성남시 의회 본회의에서는 이덕수(새누리당) 의원이 “금번 10월 모 봉사단체 행사에 김씨가 관용차를 이용하고 왔는데 공무원이 20여 명은 도열을 했다. 이를 목격한 주민들이 얼마나 욕을 퍼부었는지 본 의원조차 낯이 뜨거웠다”고 질타하는 내용도 나온다. 한 전직 성남시 의원은 “시장 부인의 의전을 전담하는 직원을 세금을 들여 뽑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당시 배씨의 역할을 놓고 떠들썩했다”고 말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의 배우자는 공무원의 수행과 의전이 금지돼 있다. 법인카드는 업무자의 관할 근무지가 아닌 지역이나 주말·공휴일·심야 사용이 금지돼 있다.

2년 전 과잉 의전 의혹에 ‘성지 순례’ 댓글

과잉 의전 논란 후 과거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글도 관심을 끈다. 이 글에도 배씨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씨가 도청에 출근하지 않는다. 도지사 사모님만 모신다”는 주장이 올라왔다. 이 글은 “혹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윤전추 전 행정관을 떠올리지만, 윤 전 행정관은 합법이고 배씨 사례는 불법”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의전 논란이 불거진 뒤인 지난 2일부터 네티즌들은 이 글의 ‘예지력’을 언급하며 “성지 순례 왔다”는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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