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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 휘두른 尹, 잽 날린 李…그 누구도 '부인 논란'은 안 때렸다 [대선후보 4자토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처음 격돌한 3일 TV토론에선 각 후보의 전략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윤 후보는 대장동 의혹으로 이 후보를 거칠게 몰아세웠고, 이 후보는 대장동 논란을 피해 LTV 완화 같은 구체적인 정책 질의에 무게를 뒀다. 윤 후보가 큰 훅 한 방으로 다운이나 KO를 노리는 스타일이었다면, 이 후보는 잽과 스트레이트로 점수를 쌓는 모습이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뉴스1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뉴스1

尹, ‘대장동’으로 큰 펀치…李, 정책 디테일로 ‘아웃복싱’

신경전은 토론이 열린 KBS 본관 도착 직후 진행된 사전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이 후보는 네거티브와 검증의 차이를 묻는 말에 “정책에 관한 것이라든지, 국가 권력 행사에 영향을 미칠 요소를 점검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정책 검증 의지를 나타냈다. 윤 후보도 “요새 많이들 이야기하는 것, 언론에도 막 나오고 이러는 게 아무래도 논의를 많이 하지 않겠나 싶다”며 대장동과 관련한 강도 높은 공세를 예고했다. 안 후보는 ‘공격 상대’로 이 후보와 윤 후보를 꼽으며 3자 구도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고, 심 후보는 “대통령 선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뉴스1

심상정 정의당(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뉴스1

선제공격의 주인공은 역시 윤 후보였다. 윤 후보는 부동산 관련 공통질문에 대한 네 후보 답변이 끝난 뒤 첫 발언권을 얻자마자 “민주당 정권의 부동산 반시장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서 주택 가격이 수직 상승했다”며 ‘대장동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곤 “시장으로서 대장동 개발 사업 비용과 수익 제대로 가늠하고 설계한 것 맞나”며 이 후보를 직격했다.

이에 이 후보는 처음엔 “100% 공공개발 못 한 점, 국민들께 실망드린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이런 이야기 다시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가능하면 민생과 경제 이야기를 많이 하면 어떨까 싶다”며 한발 비켜섰다. 하지만 윤 후보의 공세가 거듭되자, 반격 수위도 높아졌다. 이 후보는 김만배씨의 발언을 인용해 “업자들이 윤 후보를 가리켜 ‘내가 한마디만 하면 죽는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잖나. 윤 후보 부친 집을 사줬지 않나”라고 했고, 이에 윤 후보는 “사주다니요”라며 반박했다.

李 “文 정부 후계자 아냐”…尹 “답은 정권교체”

이 후보는 정책 능력에서의 강점을 부각하려는 듯 “블루수소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하라”, “RE100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 같은 퀴즈식 질문을 윤 후보에게 자주 던졌다. 윤 후보는 블루수소에 대해선 “재생에너지는 미래 산업의 조그만 하나일 뿐”이라며 즉답을 피했으나, RE100에 있어선 “네? 다시 한번 말씀해달라. 그게 뭐죠?”라고 되물었다.

민주당 소속인 이 후보 또한 문재인 정부와 거리를 두려 했다. ‘문재인 정권의 후계자 맞느냐’는 안 후보 질문에 “후계자는 아니다”라며 “새로운 이재명 정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점수로 매겨달라는 요청에도 “숫자로 매기긴 어려운데, 매우 잘못된, 부족한 정책이었다”고 답했다.

시종 정책적 전문성 부각에도 방점을 뒀다. 이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도 “지금 정말 위기다. 경제도 코로나 위기도 국제관계·남북관계도 어렵다. 3월 9일 이후 우리나라는 어디로 가냐. 유능한 경제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오른쪽)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앞서 리허설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오른쪽)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앞서 리허설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후보는 토론 내용도 그 자체보다 '시원시원하고 자신 있는 태도'를 강조하는 듯한 분위기 연출에 무게를 두는 인상이었다. 안 후보가 제안한 부동산 정책 청문회 구상에 대해 “(청문회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성하거나 개전의 정이 없기 때문에 답은 정권교체밖에 없다”고 강하게 말한 대목이 대표적이었다.

단문형으로 강한 어조를 유지하며 자신의 단호함을 내보이는 데도 주력했다. 그는 모두발언을 통해 “여러분들 삶이 많이 팍팍하시죠. 그러나 이권으로 배 불린 사람들은 많다. 사정 기관, 사법기관 온데간데없다”며 “국민을 위해서 헌신하겠다”고 했다.

李는 전문성, 尹은 태도에 무게…부인 논란은 모두 ‘침묵’

이날 토론에선 두 양강 후보가 안 후보와 심 후보의 예리한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는 장면도 포착됐다. 안 후보가 윤 후보를 향해 “혹시 청약점수 만점이 몇 점인지 아느냐”고 물자, 윤 후보는 “40점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안 후보가 즉시 “84점인데요”라고 하자, 윤 후보는 “아, 예, 84점”이라고 바로잡았다.

심 후보가 윤 후보를 향해 부인 김건희씨의 “나랑 우리 아저씨는 안희정 편이다. 강간 아니다”라는 발언을 거론하며 피해자 김지은씨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자, 윤 후보는 “그런 거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에겐 김씨를 포함, 모든 분에게 제가 사과드리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선 “2차 가해한 사람이 청와대 영전 후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서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 후보는 “구체적으로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상응한 조치를 약속했다.

3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2022대선 4자 대통령후보초청 방송토론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3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2022대선 4자 대통령후보초청 방송토론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이날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각종 의혹과 정책 사안을 놓고 서로 치열하게 맞붙었지만, 서로 부인 관련 의혹은 꺼내지 않았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와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이름은 서로 단 한 차례도 호명하지 않았다. 그동안 양 당이 상대방 후보의 배우자를 향해 날 선 공격을 쏟아낸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었다.

이 후보는 토론 직후 기자들에게 “국가사회를 어떻게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이 누구인지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여전히 아쉬운 점은 많지만, 충분히 드릴 말씀은 드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역시 다자토론이니 시작하더니 금방 끝났다”며 “종이에 써서 왔는데 5%도 못 물었다”고 답했다. 윤 후보는 아쉬운 부분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도 “너무 많아서 뭐라 얘기를 못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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