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가 큰 간암 환자에게 방사선 색전술을 하면 수술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정훈 교수팀(삼성서울병원 신동현 교수·분당서울대병원 김지혜 교수, 서울대병원 김주연 전공의)은 방사선 색전술을 시술한 간암 환자 57명과 간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 500명을 비교 분석했다. 방사선 색전술은 암세포 크기가 5㎝ 넘고 한 군데 몰려있는 단일 결절 간암 환자에게 시술했다.
방사선 색전술은 방사성 물질인 ‘이트리움-90’을 탑재한 작은 구슬을 간동맥으로 암 부위에 투여한다. 이렇게 하면 종양 안쪽에서 방사선을 발생시켜 혈류를 차단해 암을 치료한다.
암 덩어리가 5cm 넘는 큰 간암은 예후(치료 후 경과)가 나쁘다. 표준 치료법으로 알려진 간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의 30%가 2년 내 재발한다. 수술 후 간이 작아져서 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기저질환이 있어 간 절제 수술이 어려운 환자의 대체치료법으로 경동맥 화학색전술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 역시 암의 크기에 비례하여 심한 발열과 복통 등의 부작용을 수반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부작용이 적고 효과는 우수한 방사선 색전술이 간 절제 수술의 대체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분석 결과, 생존 기간과재발 기간에 차이가 없었다. 첫 치료 후 38.4개월 후 방사선 색전술과 간 절제 수술 그룹의 사망률은 각각 21.1%, 20.4%였다. 또 첫 치료 후 2년간 누적 재발률은 각각 50%, 58.3%였다.
치료 후 부작용에 차이가 났다. 복통, 발열 등 부작용이 관찰된 환자 비율은 방사선 색전술 그룹 43.9%, 간 절제 수술 그룹이 100%였다. 입원 기간은 각각 3일, 12일이었다.
연구팀은 "난제 중 하나인 5cm 이상 단일 결절 간암에서 방사선 색전술의 치료 성적이 간 절제 수술과 비슷하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훈 교수(연구책임자)는 “국내외 진료 지침에서 간 절제 수술이 권장되는데, 방사선 색전술이 이것과 비교하여 충분히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김지혜 교수(제1저자)는 “크기가 큰 간암의 근치 치료법은 절제 수술인데 절제 후 남은 간의 기능 저하나 재발 우려를 고려해 수술이 곤란한 경우가 많고, 간 이식도 제한적”이라며 “수술이 어려운 간암 환자에게 대체치료로서 방사선 색전술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준교수(간암센터장)은 “간암은 재발률이 높고 완치가 어려운 만성 간염이나 간 경변을 동반한 환자가 많아 전신 상태와 부작용을 함께 고려해 치료해야 한다”며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크기가 큰 간암 치료에 부작용이 적은 방사선 색전술을 먼저 고려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 핵의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The Journal of Nuclear Medicin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