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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도 윤석열도 '정시 확대'…교육계 "입시 획일화"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여야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정시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거센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성 강화를 위해 정시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획일화이자 퇴보라는 비판도 나온다. 큰 틀의 교육 혁신 방향을 제시해야 할 대선 후보가 수시냐 정시냐는 논란에 매몰됐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강원 춘천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담임 교사로부터 2022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0일 강원 춘천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담임 교사로부터 2022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년 3대 공공정책'의 일환으로 정시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며 '정시 대 수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 후보는 "입시방식이 편향되면 제도 불신의 원인이 된다"며 "수시 비중이 과도한 학교는 정시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경선 때부터 정시 확대와 입시 비리 척결을 강조해 왔다. 입시 비리가 확인되는 대학에는 대학 정원축소와 관련자 파면 등 벌칙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시는 악, 정시는 선?"…줄세우기 부활 비판도

교육계에선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3일 대선 주자들의 정시 확대 공약에 대해 "백분위와 표준점수로 수험생을 촘촘하게 줄 세우는 수능은 탈락 낙인을 찍는 시험"이라며 "오지선다형 입시 경쟁을 부활시켜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진보 교육계에서는 아예 수능을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수능은 폐지하거나 자격고사로 만들고 내신 전 과목을 절대 평가하자고 주장한다. 특히 학생이 자유롭게 교과목을 선택하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내신과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조국 사태'로 인한 수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복지본부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가 각종 허위 서류로 대학에 수시 합격한 사실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여야 모두 정시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다양한 교과를 운영하는 고교학점제와 국영수 공통과목을 중심으로 치르는 수능이 공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대전 중구 대성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학생들이 가채점을 하고 있다.[뉴스1]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대전 중구 대성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학생들이 가채점을 하고 있다.[뉴스1]

입시 업계는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정시 확대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종 강화를 내세웠던 현 정부도 2019년 정시 확대로 방향을 틀었고 양당 후보가 모두 정시확대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큰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최근 수시가 비교과가 아닌 내신 성적 위주로 개편된 만큼 어느 정도 공정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며 "수시는 악, 정시는 선이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인재 양성 방식, 기초 학력, 학생 평가 방식 등 전반적인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밝혔다.

양당 주자들이 입시 제도 논의에 지나치게 매몰돼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시·수시 비율도 중요하지만 기초 학력 미달, 지역 별 학력 격차 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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