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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아바타가 은행 번호표 뽑아요” 컴투스의 생활형 메타버스

중앙일보

입력 2022.02.03 06:00

업데이트 2022.05.18 11:29

팩플레터 193호, 2022. 1. 27

Today's Interview
웹 3.0에서 게임의 미래 찾는 송재준 컴투스 대표

안녕하세요, 여러분 ‘목요 팩플’ 인터뷰입니다.
지난해부터 IT업계 중심으로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바람이 거세죠. 지난 18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82조원에 인수하면서 메타버스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국내에도 쟁쟁한 IT기업들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 오늘은 그중 한 곳인 컴투스의 송재준 대표박민제 기자가 만나고 온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컴투스는 모바일게임 ‘서머너즈 워’로 누적 2조 7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회사입니다. 모바일 게임에 '올인'했던 회사가 메타버스에 발 디딘 이유, 한번 들어볼까요.
팩플과 함께 알찬 하루 시작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팩플레터 193호

팩플레터 193호

컴투스가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로 직진하고 있다. 최근 1년여간 인수했거나 전략적 투자를 진행한 관련 회사만 14곳. 시각특수효과(VFX) 기반 콘텐트 회사(위지윅스튜디오)부터, 이정재·정우성이 세운 영화·드라마 제작사(아티스트 스튜디오)까지 다종다양한 회사와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투자금은 연매출(2020년 5089억원)에 육박하는 수준. 지난해 11월 실적 발표 때는 “블록체인과 메타버스에 대응하겠다”며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Com2Verse·컴투스+메타버스) 개발을 공식화해 화제를 모았다.

컴투스는 지난 20여년간 모바일 게임을 만들었다. 글로벌 1억 3000만건 다운로드를 기록한 ‘서머너즈 워’와 야구팬 필수게임인 ‘컴투스프로야구’가 대표적인 지식재산(IP). 게임만 해도 경쟁력 있지만 앞으로는 메타버스를 만드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그런데 왜 컴투스는 메타버스에서 미래를 찾는 것일까. 팩플팀은 송재준(43) 컴투스 대표를 만나 그가 구상하는 게임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2000년 컴투스홀딩스(구 게임빌)에 합류한 송 대표는 지난해부터 컴투스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게임업계 대표적인 형제 경영자로 컴투스홀딩스 창업자인 송병준 이사회 의장의 친동생이다.

송재준 컴투스 대표가 24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만났다. 송 대표는 조만간 컴투스만의 메타버스 플랫폼과 블록체인 NFT 기술이 적용된 게임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20220124/김현동 기자

송재준 컴투스 대표가 24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만났다. 송 대표는 조만간 컴투스만의 메타버스 플랫폼과 블록체인 NFT 기술이 적용된 게임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20220124/김현동 기자

UX·UI 혁명적 변화 온다

왜 메타버스인가.
“지금 우리는 디지털 삶과 현실 삶의 비율이 뒤집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까진 현실 삶의 비중이 더 높았지만 앞으론 이 비율이 역전돼 디지털 삶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삶의 터전이 될 가상 공간이 현실 공간만큼 중요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현재 우리 회사 CMVO(최고 메타버스 책임자·Chief Metaverse Officer) 이기도 한 박관우 위지윅스튜디오 대표와 얘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메타버스가 우리의 비전이 됐다.”
많은 기업이 메타버스를 얘기하지만 정의가 모호하다.
“회사마다 다 다를 것이다. 게임사들은 대체로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같은 샌드박스형 게임이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메타버스라 부른다. 줌 같은 회사들은 비대면 화상회의 시스템을 포함한 가상 오피스를 메타버스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는 ‘모바일 다음’으로 정의했다. PC 기반 인터넷이 모바일로 전환되면서 지난 10여년간 혁명적인 사용자 환경(UI), 사용자 경험(UX) 변화가 있지 않았나. 메타버스도 그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본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은행을 생각해보자. 처음엔 대면으로 하다, 폰뱅킹,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이 차례차례 생겼다. 다음은 메타버스 뱅킹이 될 것이다. 모든 산업군에서 이런 변화가 생길 것이다. 현실의 삶이 인터넷과 모바일로 옮겨왔듯이, 메타버스에 옮겨갈 것이다. 인터넷 시절의 문법을 그대로 모바일에 적용할 수 없었던 것처럼 메타버스 시대에 최적화된 UX, UI 문법이 새로 생겨날 것이다. 메타버스가 현실보다 더 쉽고 편한 영역이 생겨날 것이다.”
송재준 컴투스 대표와 박관우 위지윅스튜디오 대표가 컴투버스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 컴투버스 영상 캡처]

송재준 컴투스 대표와 박관우 위지윅스튜디오 대표가 컴투버스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 컴투버스 영상 캡처]

일·생활·놀이 결합, 올인원 메타버스

컴투스는 지난해 11월 실적 발표 이후 컴투버스 시연 연상을 공개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절묘하게 융합해 만든 메타버스 속 컴투스 사옥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바타를 조종해 사무실 자리에 앉으면 회의요청 알림, 이메일 창, 날씨 화면이 뜨고 동료가 미팅을 요청하면 아바타 위로 화상캠 화면이 보이면서 바로 대화하는 식. 회의도 준비한 자료화면을 아바타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출근하면 가상화폐로 출근보상도 얻는다. 송 대표에게 컴투버스의 구체적인 모습에 대해 물었다.

“컴투버스는 우리 실제 삶을 통째로 가상세계로 옮겨보는 시도다. 현실에서 일하고 놀고 쇼핑하고 공연 보는 걸 메타버스에서도 다 경험할 수 있게 구현하고 있다. 오피스 월드, 커머셜 월드, 커뮤니티 월드, 엔터테인먼트 월드로 구성된다.”
시연영상으로 보기엔 게더타운, 오비스 등 기존 메타버스 화상회의 솔루션과 비슷한 느낌이다. 어떤 특징이 있나.
“심리스(끊김없는)한 연결이다. 메타버스를 모바일 앱처럼 개별 서비스마다 구현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인터넷 포털처럼 한군데 모아야 시너지 효과가 난다. 우린 일과 생활과 놀이를 모두 심리스하게 연결한 올인원 메타버스를 지향한다.”
블록체인 메타노믹스 플랫폼 컴투버스 개념도. [사진 컴투스]

블록체인 메타노믹스 플랫폼 컴투버스 개념도. [사진 컴투스]

심리스 한 연결로 메타버스는 어떻게 좋아지나.
“은행이나 병원에 가면 시간 소모적인 일이 너무 많다. 은행원과 만나 얘기하는 시간, 의사가 진찰하는 시간은 몇분 되지 않는다. 가서 행정적인 일 처리하고 기다리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직장인들은 반차까지 쓸 정도다. 심리스한 연결을 메타버스에 구축해 놓으면 이런 시간 소모적인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아바타를 보내서 미리 번호표를 뽑고 자신은 가상오피스에서 일하다 알람이 오면 바로 화상으로 은행원과 얼굴을 보며 대출상담 받는 식이다.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면 된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세상일 중엔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주는 신뢰의 가치가 더 중요한 업무도 많다. 대출금 더 받으려면 은행원 만나서 직접 사정하는 게 더 나은 것처럼.”
3차원 가상공간이 대면을 대체하긴 어렵지 않나.
“물론 그렇다. 하지만 인터넷, 모바일보다 더 오프라인에 근접한 감성을 제공할 수 있다. 현재 온라인 서점 이용해보면 되게 딱딱하다. 베스트셀러 순위 나오고 신간 나오고 등등. 하지만 자신의 아바타가 탁 트인 공간, 멋지게 디자인된 공간에서 느긋하게 앉아 책을 미리보기 해줄 수 있게 한다면 느낌이 다를 것이다. 메타버스는 PC, 모바일에서 보여주지 못한 감성을 건드릴 수 있다. 처음에 모바일 세계가 열렸을 때 PC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누가 모바일에서 불편하게 하냐고 얘기한 사람도 많았다. 지금은 누구나 모바일을 쓰지 않나. 메타버스도 그럴 것이다.”
컴투스가 개발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 시연 이미지. [사진 컴투스]

컴투스가 개발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 시연 이미지. [사진 컴투스]

협업과 제휴로 생활밀착형 생태계 조성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등 게임사부터 메타까지 많은 회사들이 메타버스 구축에 나섰다. 어떻게 차별화하나.
“다른 회사들 보면 파편화된 구상만 있다. 메타버스 내 개별 공간이 다 나눠져있다. A이용자가 만든 세상, B이용자가 만든 세상 다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해당 플랫폼에 홍보관을 만들었다. 첫 주에는 그게 플랫폼 메인화면에서 최상단에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노출이 안 되고 동시 접속자 수는 0으로 수렴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단기간 이벤트에는 적합하지만, 확장성이 떨어지는 솔루션이다. 우리는 생활밀착형 올인원 메타버스다.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뭐가 다른가.
“게임에서의 경험을 가져왔다. MMORPG 운영할 때 보면 어느 서버 어느 채널에 찾아가면 자기가 게임에서 얻은 것들이 항상 거기 있지 않나. 컴투버스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주소처럼 항상 그곳에 가면 컴투스 사옥이 있고 또 다른 데 가면 마트가 있고 그런 식이다. 지하철 역세권 개념도 생각 중이다. 많은 이용자가 지나가는 공간에는 홍보 효과가 좋은 상점을 만드는 식이다."
팩플레터 193호

팩플레터 193호

생활밀착형 메타버스는 어떻게 구축하나.
“컴투버스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제휴와 협업이다. 우리는 게임 전문가다. 가상세계를 만들고 운영을 잘한다. 하지만 은행, 이커머스는 잘 모른다. 그래서 해당 산업군 최상위권 사업자와 협업관계를 계속 만들 계획이다. 지난해 교보문고, 교원그룹(빨간 펜), 코엑스 아쿠아리움, 비대면 의료 플랫폼 닥터나우 등과 메타버스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금은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큰 규모 백화점, 마트, 은행, 편의점 회사들과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시장 선도 파트너와 손을 잡고 컴투버스를 함께 만들어갈 생각이다.”
다른 경쟁사도 제휴를 많이 하고 있다.
“우리의 제휴는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제휴다. 우리가 주도하는 게 아니다. 초기 단계부터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논의해서 만든다. 우린 그쪽 비즈니스를 모르니까. 게이미피케이션이 필요한 부분에서 우리 의견을 내고 제휴사는 해당 비즈니스의 본질과 관련된 의견을 내고 이를 반영해 최적화시킨다.”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세컨드라이프와 차이가 없지 않나.
“세컨드라이프는 좀 빨랐다. 그 안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이 잘 구축 안 되다 보니 잠시 유행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번 메타버스는 모든 게 무르익은 상황이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가상공간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인드까지 모두 그때와는 다르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경제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그 안에서 만든 NFT(대체불가능토큰)로 돈도 벌 수 있게 됐으니까. ”
컴투스의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 파트너 현황 [사진 컴투스]

컴투스의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 파트너 현황 [사진 컴투스]

웹 3.0으로 수익의 탈중앙화

컴투스의 모회사 컴투스홀딩스는 블록체인 플랫폼이자 가상화폐인 C2X를 1분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등 신작 게임을C2X 기반 ‘플레이 투 언’(P2E·Play to Earn) 모델로 만들고 있으며 컴투버스에도 C2X기반 경제 시스템이 들어갈 예정이다.

블록체인 경제는 어떻게 메타버스 구축에 도움이 되나.
“주식이 왜 가치가 있나 생각해보면 내가 투자한 돈이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고 가치를 창출해 배당으로 돌려주기 때문이다. 코인도 마찬가지다. 생태계 구성원들이 함께 성장할 신뢰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그래서 가치가 생긴다. 메타버스 내이용자들이 만들어내는 가치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 주어지고 이를 편하게 교환할 수 있게 해준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현재 IT업계에서 한참 논의되는 뜨거운 주제, 웹3.0과 연결돼 있다. 웹1.0은 공급자가 전부 다 만들어서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존 게임이 그렇다. 웹2.0은 UCC(사용자 창작 콘텐트)다. 회사는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콘텐트는 이용자가 만드는 식이다.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이 될 것이다. 일부 이익을 공급자에게 공유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수익이 플랫폼 회사에 돌아간다. 웹 3.0은 탈중앙화된 방식이다. 약속된 프로토콜에 따라 경제가 돌아간다. 기존엔 게임 내 보상을 게임사가 가지고 있었지만 웹3.0 세상에선 사용자에게 권한과 이익이 넘어간다. 사용자 중심 가치가 중요해지고 개인의 권한 역량이 확대된다. 메타버스는 이런 웹3.0 방식으로 구축돼야 활성화되고 잘 운영될 것이다. 메타버스에서 이용자가 생산하는 재화, 아이템의 소유권이 이용자에게 귀속돼야 한다. 게임의 미래도 웹3.0이 될 거라 본다.”
최근엔 코인 발행사가 보유 코인을 대량 매도해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우린 이용자에게 이익이 잘 돌아가게 설계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초기 참여자에게 배분되는 물량은 철저하게 락업(일정 시점까지 매도 금지) 해놓을 것이고 시스템적으로 한 번에 많은 물량이 나와서 시장에 충격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할 생각이다.”
송재준 컴투스 대표가 24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만났다. 송 대표는 조만간 메타버스 플랫폼과 블록체인 NFT 기술이 적용된 게임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송재준 컴투스 대표가 24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만났다. 송 대표는 조만간 메타버스 플랫폼과 블록체인 NFT 기술이 적용된 게임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피할 수 없다면, 규제 풀어야"

지난 7일 서울 금천구 컴투스 본사에는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미래경제위원장인 이광재 의원, 디지털혁신대전환위원장인 박영선 전 장관 등이 방문했다. NFT게임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안을 논의하는 자리. 송 대표는 “게임법에 따른 등급분류 때문에 (P2E, NFT 활용게임이) 법으로 막혀 있는 상황”이라며 아이템 거래 양성화를 요청했다.

규제 문제를 강하게 얘기했다.
“게임, 메타버스는 미래 성장산업이다. 이미 현실에서 아이템 거래가 다 이뤄지고 있는데 이걸 게임 내에서 해주면 환금성이 있다고 불법으로 규정한다. 게임사 약관은 불법, 아이템 거래 사이트는 합법이라는 게 앞뒤가 안 맞지 않나. 차라리 블록체인 기반으로 이를 양성화하면 소비자 권한을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웹3.0, 메타버스로 가는 변화는 아무리 피하려 해도 올 변화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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