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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4초에 한병꼴 팔린다…어느새 '편의주점' 된 편의점

중앙일보

입력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12월 말 서울 강남구에 있는 KT강남점 2층을 개조해 꾸민 와인 전문 매장 '와인스튜디오' 모습. [사진 세븐일레븐]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12월 말 서울 강남구에 있는 KT강남점 2층을 개조해 꾸민 와인 전문 매장 '와인스튜디오' 모습. [사진 세븐일레븐]

직장인 강다연(38)씨는 최근 퇴근길에 집 앞 편의점에서 와인을 사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이번 설 연휴에도 와인 ‘1+1행사’를 이용해 1만9000원에 두 병을 구매했다. 강씨는 “예전엔 맥주를 많이 샀는데 요즘은 와인 종류가 많고 가격도 저렴해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과자나 탄산음료, 스낵류가 주를 이뤘던 편의점이 다양한 술 구입처로 떠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이 장기화하면서 집에서 마시는 ‘홈술’과 혼자서도 취향대로 술을 즐기는 ‘혼술’ 문화가 자리 잡은 게 주된 배경이다.

편의점 와인 매출 2~3배 증가

편의점 주류 열풍을 이끄는 건 와인이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편의점 와인 매출은 일제히 2~3배 급증했다. 세븐일레븐 와인 매출이 1년 전보다 204.4% 늘어난 데 이어 GS25 158.3%, 이마트24 106%, CU 101.9% 순으로 성장률이 높았다.

주요 편의점 와인 매출 성장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요 편의점 와인 매출 성장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마트24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305만병의 와인을 팔았는데 12월에만 75만병을 팔아 월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2월만 보면 하루에 2만4193병으로 약 4초에 한 병꼴로 팔린 셈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소주나 맥주의 객단가(고객 1명의 평균 구매가격)가 2000~3000원인데 비해 와인은 1만1000원(지난해 기준)으로 높고,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8900원에 비해서도 크게 상승하는 추세”라며 “최근엔 5만원 이상 고가 와인도 잘 나가 편의점 수익 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와인과 같이 산 상품 1위는 수입맥주

와인은 다른 주류의 미끼상품 역할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멤버스가 지난해 1~10월 엘포인트 회원들이 세븐일레븐에서 구매한 품목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와인과 함께 가장 많이 산 물건은 안줏거리가 아니라 수입맥주였다. 2위는 스낵류, 3위는 캔맥주, 4위는 봉투, 5위는 소주로 상위 5개 중 3개가 다른 종류의 술이었다.

편의점에서 와인과 같이 산 품목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편의점에서 와인과 같이 산 품목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롯데멤버스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엔 편의점 고객 한 명의 한 달 평균 와인 구매량이 3병 가까이 올라갔다”며 “코로나 탓에 연말연시나 명절 연휴에 집에서 모임을 하면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비해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에서 술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매출 백화점→편의점→마트 순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GS25·CU·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가 전체 유통업계(백화점·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온라인유통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9%로, 대형마트 3사 비중(15.7%)을 앞질렀다. 범위를 오프라인 유통업계로 좁히면 편의점 3사의 매출 비중은 30.7%로 훌쩍 커져 백화점(32.9%)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코로나 시국에서 명품이 백화점 매출을 이끌었다면 편의점 매출은 주류가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와인이 대중화하면서 편의점 업체마다 온라인으로 와인을 주문해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편의점 CU는 멤버십 애플리케이션(앱)인 '포켓CU' 앱 안에 와인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BGF리테일]

와인이 대중화하면서 편의점 업체마다 온라인으로 와인을 주문해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편의점 CU는 멤버십 애플리케이션(앱)인 '포켓CU' 앱 안에 와인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BGF리테일]

와인이 매출 효자종목으로 떠오르자 편의점 업계는 와인 판매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GS25는 온라인으로 와인을 주문할 수 있는 상품 수를 1월 말 현재 4500종 넘게 늘렸고, 세븐일레븐도 2019년 60여 종이었던 와인 품목을 140여 종으로 확대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최근 서울 강남구의 ‘KT 강남점’의 2층을 와인 전문 매장인 ‘와인 스튜디오’로 개조했는데, 상권을 고려해 이런 매장을 계속 늘려나갈 방침이다. 편의점 와인 매출 1위인 이마트24는 올해 주류특화 매장을 4000개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술은 주류법상 온라인으로 사더라도 매장에서 직접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오프라인 편의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것”이라며 “와인이 편의점의 ‘킬러 콘텐트’로 확인된 만큼 저가부터 고가까지 다양한 상품군을 갖추고 체험형 매장을 늘리는 등 소비자와의 접점을 더욱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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