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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파괴할 지구상 유일 군대"…푸틴이 바꾼 러시아군 실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 위협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실제 러시아가 침공을 감행할 경우, 미국과 나토가 마주하게 될 러시아군의 실체에 대한 외신 보도가 나왔다.

WSJ, 전문가 통해 러 군사력 분석 #"美·나토 파괴 가능한 지구상 유일 군대"

 총 잡은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함께 군수 전시회에 방문해 무기를 살펴보고 있다. [AP=뉴시스]

총 잡은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함께 군수 전시회에 방문해 무기를 살펴보고 있다. [AP=뉴시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 군대에 대해 “지구상에서 미국과 나토를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군대”라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1991년 소련 해체 당시만해도 ‘무기력한 군대(depleted armed forces)’의 전형이었지만, 푸틴이 집권한지 20년이 지나면서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군대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푸틴, 군이 진짜 원하는 것 해줘" 

WSJ에 따르면 소련 해체 직후 러시아의 일부 지역에서는 징병제가 중단됐고 탈영병이 증가했다. 군사용 장비는 녹이 슬도록 방치됐고 다른 기계의 부품으로 사용하기 위해 해체됐다. 새로운 무기 설계와 기술 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은 끊겼다. 소련 해체 이후 가장 먼저 분리 독립을 추진한 체첸 지역의 이슬람 세력을 진압하는 데 러시아가 5년 반의 시간을 끌었던 것도 ‘부실한 군대’ 때문이었다고 WSJ는 지적했다. 당시 체첸 지역 진압에 최소 6만5000명의 군인이 필요했지만, 총 140만 명의 러시아 군인 가운데 전투 준비가 된 훈련된 병력은 5만5000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푸틴은 2000년 집권 이후 러시아군 재건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사단 수를 줄이고 징집병과 직업 군인을 위한 훈련을 분리해 특화시켰다. 군 시설에 수영장, 체육관, 장애물 코스, 사격장 등을 포함시켰다. 모스크바 국영 금융대학의 올레그 마트비체프 교수는 “푸틴은 군인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다윗’ 우크라이나와 ‘골리앗’ 러시아의 군사력 차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다윗’ 우크라이나와 ‘골리앗’ 러시아의 군사력 차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08년부터는 핵무기와 항공우주기술에 집중 투자했다. 당시 유가 급등으로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의 국고가 늘어나자, 푸틴은 재정 여유분을 국방비로 사용했다. 군인 급여를 늘리고, 군사 교육에 과학기술 관련 내용을 대거 포함시켰다. 젊은이들이 직업 군인이 되기 위해 몰려들자 징집병의 의무 병역 기간은 2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민간 싱크탱크인 전략기술분석센터의 군사전문가 미하일 바라바노프는 “대규모 지상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지상군은 러시아군의 핵”이라며 “러시아 지상군은 매우 숙련된 상태며, 미국과 나토를 파괴할 능력을 가진 유일한 군대”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S-400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연합뉴스

러시아의 S-400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연합뉴스

러,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美 추월

푸틴 대통령은 2012년 러시아 국영신문 로시스카야가제타에 기고문을 통해 “우리의 약점으로 누군가를 유혹하는 상황이 벌어져선 안된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전략적 억제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러시아는 2018년 아방가르드 극초음속 전략 미사일을 공개하며 “미국의 방어를 뚫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전면적으로 현대화된 Tu-95MS 전략 미사일 운반 폭격기, 탄도 미사일로 무장한 잠수함, S-400 대공미사일 시스템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러시아는 S-400 대공미사일 시스템으로 최신 스텔스 항공기를 탐지하고, 400㎞ 거리에 떨어진 목표물을 향해 미사일을 쏠 수 있다고 과시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해 러시아군에 5000개 이상의 신형 무기, 군용 및 특수 하드웨어를 추가 배치했다고 밝혔다. 로켓 운반선과 미사일 요격 시스템 외에도 900대의 장갑차와 수십 척의 공군 및 해군 함정이 포함됐다.

현재 러시아는 음속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대륙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서 미국을 앞질렀다. 140개국의 국방 관련 정보를 추적하는 통계기반 웹사이트 GFP(Global Firepower)에 따르면 러시아는 탱크, 로켓 발사기, 자주포, 견인포 등의 보유량에서 세계 1위다.

러시아군 이스칸데르 미사일 부대가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군 이스칸데르 미사일 부대가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 최고 아니어도 우크라 침공엔 충분”

단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공군과 해군 능력은 미군과 중국군에 훨씬 못 미친다고 평가한다. 국방 예산 규모부터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러시아는 620억 달러(약 75조원)를 국방비로 지출했다. 미국(7780억 달러·약 941조원)의 13분의 1, 중국(2523억 달러·약 305조원)의 4분의 1에 그쳤다. 러시아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방비는 러시아 연방 예산의 14.5%,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이었다. 미국은 연방 예산의 11%, GDP의 약 3.2%를 국방비로 썼다.

미국·러시아·중국의 연간 국방비 규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러시아·중국의 연간 국방비 규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러시아 군대 중 3분의 1 이상이 복무기간 1년짜리 단기 징집병인 것도 단점으로 지적했다. 푸틴은 2008년부터 ‘군대의 완전한 전문화’를 외쳤지만 아직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헨리 보이드 국방군사분석연구원은 “신병을 정교한 군사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유능한 군인으로 훈련시키는 데 1년은 충분치 않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정규군 규모도 미군(291만 명)이 러시아군(100만 명)의 3배 수준이다.

미국·러시아·중국의 병력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러시아·중국의 병력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병력은 대단히 위협적이라고 강조했다. 헨리 보이드 연구원은 “러시아 병력이 세계 최고는 아닐지라도 그들이 실제 행동(actually act)을 감행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양과 질은 갖췄다”고 말했다. WSJ는 “러시아군이 전선에서 직접 맞닥뜨리는 것은 우크라이나 군대”라며 “러시아는 대규모 지상군 배치 없이도 우크라이나 정규군 26만 명에 상당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수준의 공군력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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