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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20대는 尹에, 영남 50대는 李에 마음 열었다…이게 뭔일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중앙포토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중앙포토

3·9 대선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지역 구도’보다 ‘세대 구도’란 말이 더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대선의 전통적 키워드였던 ‘지역 대결’ 대신, 세대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생기는 ‘세대 갈등’이 대선의 새 화두로 떠오른 까닭이다.

이런 변화의 흐름은 최근 지방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잘 드러난다.

KBS 광주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3~26일 광주와 전남에서 각각 성인 1000명과 1007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호남 지역 20대에서 선전하고 있다. 전남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각각 67.9%와 8.1%를 기록했다. 윤 후보가 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체 지지율은 과거 보수 진영 대선 후보의 득표율과 큰 차이가 없는 양상인 셈이다. 하지만 20대로 좁혀서 보면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32.1%와 20.0%로 나타났다. 광주 전체를 봤을 때도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61.8%와 10.2%였지만 20대는 각각 30.4%와 18.1%였다. 20대만 놓고 보면 과거의 국민의힘 계열 대선 후보에 비해 윤 후보가 강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대구 민영방송인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3~24일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성인 811명과 803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후보가 대구·경북(TK) 지역 40대와 50대에서 선방하고 있다. 대구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19.1%와 60.2%로 조사됐다. 그러나 40대로 초점을 맞추면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35.4%와 42.3%로 호각세를 보였다. 경북 전체에서 각각 17.8%와 61.8%인 이 후보와 윤 후보는 50대만 봤을 때는 각각 27.4%와 51.4%였다. 반면 20대에선 과거 민주당 계열 후보가 보여줬던 경쟁력에 미치지 못하는 양상이다. 이 후보는 20대에서 대구 17.2%, 경북 10.8%로 상당한 열세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지역 갈등’보다 ‘세대 갈등’ 양상 짙어지는 대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역 갈등’보다 ‘세대 갈등’ 양상 짙어지는 대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러한 현상은 왜 나타나는 걸까.

① 부모보다 ‘커뮤니티 여론’에 영향받는 자녀 세대

과거 정치권에서 지역주의가 힘을 발휘했던 이유는 부모의 정치 성향이 자녀에게 이어지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자아가 형성되기 전부터 친밀도가 높은 가족이나 친척, 이웃 등의 정치 성향에 영향을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호불호가 생겨난다. 어렸을 적부터 주변 어른들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을 찍는 걸 보고 자라면 나중에 커서도 그렇게 될 확률이 큰 것이다.

하지만 호남과 영남에서 40·50대와 20대의 정치 성향에 차이가 나타난다는 건 정치성향의 대물림이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과거에 비해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발달하면서 20대가 특정 지역이나 특정 정당에 매몰되기보다는 자신들 입장과 이해관계를 누가 잘 대변하고 있느냐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석열 후보가 지난달 7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문구를 올린 뒤 ‘이대남’(20대 남성) 이용자가 밀집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윤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며 20대 지지율이 동반 상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② 이준석의 ‘세대 포위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하고 있는 ‘세대 포위론’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는 기존 핵심 지지층인 60대와 70대 이상에 더해 20대와 30대가 국민의힘을 지지할 경우 설령 40대와 50대에서 민주당이 선전하더라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세대 포위론’을 강조하고 있다. 설 연휴 동안 호남을 방문해 윤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호남에서 20대 남성이 역시나 정치 개혁을 선도하고 있다”며 “연휴 기간 동안 부모 세대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그 정치 개혁의 불씨가 부모 세대로 옮겨붙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일 광주 무등산에 올라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일 광주 무등산에 올라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③ 30대와도 다른 20대의 특성

일각에선 “지역 구도가 흔들리는 추세긴 하지만 아직까진 완전한 흐름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흔히 20대와 30대를 합해 2030세대라고 칭하곤 하지만 여론조사로 봤을 때는 영남과 호남에서의 20대와 30대는 엄연히 다른 정치 성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KBS 광주총국-한국리서치 조사만 보더라도 전남에서 윤석열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20.0%인데 반해 30대 지지율은 9.5%로 뚝 떨어진다. TBC-리얼미터 조사를 봤을 때도 경북에서 이재명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10.8%지만 30대에선 25.1%로 뛴다. 30대만 해도 윗 세대와 어느 정도 비슷한 성향이 나타나지만, 20대는 이전 세대와 단절적 특성이 강하다. 20대와 30대는 취업이나 직장 생활, 결혼과 육아 등을 경험한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정치적 입장에서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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