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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상태 나쁘면 보고하라…재택치료 폭증에 재택요양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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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2일 신규 확진자 수가 2만명대에 진입했다. 전국의 재택치료 환자도 하루 새 7000명 가까이 급증, 10만명에 육박하면서 관리 역량이 한계치에 다다른 상태다. 이에 방역당국은 3일부터 동네 병·의원이 검사부터 재택치료까지 참여하는 새 진료 체계를 도입한다. 또 확진자가 폭증할 경우 일본처럼 젊은 경증 환자의 경우 의료진이 전화로 매일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대신 스스로 관찰해 입력하는 방식의 ‘재택요양’ 시스템 도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 상황실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 상황실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신규 환자는 2만270명이다. 지난달 26일 처음 1만 명 선을 넘은 뒤 일주일 만에 다시 2만명 선을 돌파한 것이다. 2주 전(1월 19일, 5804명)과 비교하면 신규 환자 수는 3.5배로 급증했다. 검사 건수는 설 연휴 직전인 1월 27~28일 29만건가량에서 30일~2월 2일 19만~22만건 수준으로 줄었지만 확진자는 연일 최고치다. 연휴가 끝나고 검사량이 평소 수준으로 늘어나면 확진자는 더 큰 폭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오미크론 여파 신규 확진 급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오미크론 여파 신규 확진 급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확진자 급증에 코로나19 진료 체계도 전면적으로 바뀐다.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음압시설이 갖춰진 호흡기전담클리닉 428곳 중 391곳, 동네 병·의원(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343곳이 3일부터 코로나19 환자 검사·치료를 시작한다.

하지만 확진자 급증 추세에 비해 정부의 대응 속도가 늦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진료에 참여 의사를 밝힌 동네 병·의원은 2일 기준 1004곳에 달했다. 하지만 당장 시행 가능한 곳은 호흡기클리닉을 포함해도 700여 곳에 그친다. 그나마 참여 병원의 명단도 최종 확인을 거쳐야 해 3일 오전 중에나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달 중순 진료체계 전환 계획을 발표했지만 준비 부족에 당장 공백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재택치료자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2일 기준 재택치료 대상자는 8만9420명으로 집계돼 전날(8만2860명)보다 6560명 급증했다. 재택치료자는 지난달 23일에만 해도 2만6127명에 불과했는데 닷새 만인 28일 약 두 배인 5만627명까지 늘었고 최근에는 하루 7000명가량씩 불어나고 있다. 현재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은 439곳으로 정부는 이들이 관리할 수 있는 환자를 최대 10만6000명 정도로 보고 있다. 이미 환자 수가 최대 관리 인원의 84.4%에 달한 것이다.

이마저 다음 주면 포화상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다음 주쯤에 (11만명이) 찰 것”이라며 “추가로 참여 기관을 확대하고 모니터링 횟수 등을 조정해 관리 가능한 환자를 늘리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 상황실에서 관계자가 '팍스로비드'를 복용하며 재택치료를 하고 있는 환자의 증세 등을 화상전화를 이용해 체크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 상황실에서 관계자가 '팍스로비드'를 복용하며 재택치료를 하고 있는 환자의 증세 등을 화상전화를 이용해 체크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재택치료 환자를 관리하는 의료기관은 3일부터 고위험군에는 하루 2회, 저위험군에는 1회 전화를 해 건강 상태를 관찰한다. 모니터링 횟수를 기존 2~3회에서 1~2회로 줄여 의료기관의 여력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신규 환자가 10만~20만명까지 폭증한다면 이런 식 대응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급증세가 이어질 경우에 대비해 방역당국은 기존의 재택치료 대신 이른바 '재택요양' 시스템 도입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재택요양은 젊은 무증상·경증 확진자가 스스로 건강상태를 관찰하고 상태가 악화하면 직접 보고하는 방식이다. 모든 재택치료자의 상태를 전화로 확인하는 방식에 비해 의료진의 부담이 적다. 이 경우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기저질환자, 60세 이상, 50대 미접종자 등은 기존처럼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고, 이외 환자는 스스로 건강상태를 관찰해 시스템에 입력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자가 입력한 관찰 결과에 따라 필요하면 보건소나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하게 된다.

아사히신문, NHK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일본 도쿄도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런 체계로 모니터 대상을 축소했다. 오미크론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확진자가 폭증하자 기존 재택치료를 재택요양 방식으로 전환했다. 입원 위험이 있는 환자, 기저질환자, 50세 이상 등에만 보건소나 도쿄도 센터에서 전화로 건강 상태를 관찰하고, 50세 미만의 무증상, 경증 환자는 스스로 건강 상태를 관찰하고 상태에 변화가 있으면 의료기관에 입원 상담 등을 한다. 확진자는 재택요양 기간 매일 오전 10시 건강관찰시스템이나 자동응답 전화를 통해 자기 상태를 입력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상태 악화나 격리 이탈에 대비해 확진자의 응답이 없을 경우 관할지역 경찰이 방문하도록 했다.

재택요양과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환자가 많이 나올 경우를 대비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홍역, 독감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며 대응하지 않듯 중증도에 맞춰 고위험군 위주로 관리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2만270명 발생해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한 2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일상복귀를 앞두고 많은 시민들이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2만270명 발생해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한 2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일상복귀를 앞두고 많은 시민들이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1000여개 의원이 재택치료 관리에 참여한다고 하는데, 의원에서 하루 100명의 환자를 감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주 후반이나 다음 주 초부터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고위험군에 집중하고, 일반 경증 환자는 이상이 있을 때 전화로 상담하고 필요하면 병원 진료를 받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백신을 접종한 젊은 층 등 저위험군에 오미크론의 중증도는 독감과 다름없지만, 공포감이 여전하고 공포가 과할수록 과잉대응하게 되어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며 “정부가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의 입원 확률, 위중증·사망 확률 등을 구분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합리적 대응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고위험군 중심으로 체계를 효율화하더라도 경증 환자가 갑자기 위중한 상황에 빠질 경우 방치될 위험이 있는 만큼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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