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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수 줄일까, 그가 말실수 줄일까…첫 TV토론 흥미진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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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뉴스1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뉴스1

20대 대선 첫 TV토론회가 3일 오후 8시부터 두 시간 동안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참석하는 4자 토론 형식으로 진행되며, KBS·MBC·SBS 지상파 3사에서 생중계된다.

李, 행정 전문성 VS 달변의 역설 

이재명 후보는 2일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와 양자토론을 하며 4자토론을 앞두고 워밍업을 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오늘(2일)은 김 후보와의 토론만 준비했다. 이 후보가 토론을 워낙 많이 해왔고, 이미 지난달 31일(무산된 윤 후보와의 양자토론 예정일)에 맞춰 준비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설 명절인 1일 경북 안동시 경주 이씨 화수회를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설 명절인 1일 경북 안동시 경주 이씨 화수회를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

이 후보는 토론 실력이 장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성남시장·경기지사를 역임하며 쌓은 행정 전문성과 특유의 달변, 전달력 등은 그의 강점으로 꼽힌다. 민주당 경선 토론회 당시 정세균 후보의 사생활 관련 공격에 “바지를 내릴까요?”라고 맞받아치는 식의 순발력도 눈에 띈다.

하지만 이 후보의 매끈한 말솜씨가 TV토론을 보는 유권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 후보는 말을 굉장히 매끄럽게 잘한다. 하지만 유권자에 따라서는 이 후보에 대해 ‘말만 잘 한다, 입만 살았다’는 평가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을 잘 해서 당선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TV토론은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클린턴 후보의 완승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트럼프 후보의 승리였다.

전문가들이 본 대선 후보 TV토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문가들이 본 대선 후보 TV토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尹, 진솔한 이미지 VS 말실수

윤석열 후보는 이날 별도 일정을 잡지 않고 자택에서 참모들과 자료를 읽으며 토론을 준비했다. 이양수 캠프 수석대변인은 “이 후보의 대장동 비리, 성남FC 후원금 논란,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에 대해 국민이 생각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일 인천 강화평화전망대를 방문해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제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일 인천 강화평화전망대를 방문해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제공

정치 경험이 짧은 윤 후보는 그동안 토론이 약점으로 지목됐다. 국민의힘 경선 토론에선 손바닥의 ‘왕(王)자 논란’ 등 구설이 일기도 했다. “집이 없어서 한 번도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지 못했다”는 발언은 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준한 교수는 “윤 후보가 특정 이슈에 대해서는 청산유수여도, 다른 이슈에는 버벅이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윤 후보의 습득력이 굉장히 빠르다”며 토론에서 밀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윤 후보의 토론 테크닉이 떨어지긴 하지만, 경선 토론을 거치면서 콘텐트를 많이 채웠고 이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솔해 보이는 태도가 시청자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대장동 이슈 등 자신이 유리한 문제는 적극적으로 발언하면서 다른 이슈에는 말을 아끼는 방식으로 말실수를 줄이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토중래 安, 노회 이미지 극복 과제 沈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일 서울 중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 부인 김미경 교수, 딸 안설희 박사와 함께 코로나19 검체 채취 봉사활동을 하기에 앞서 가운을 착용하고 있다. 딸 안설희 박사는 행정 업무 등을 지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일 서울 중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 부인 김미경 교수, 딸 안설희 박사와 함께 코로나19 검체 채취 봉사활동을 하기에 앞서 가운을 착용하고 있다. 딸 안설희 박사는 행정 업무 등을 지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후보는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린다. 2017년 대선에서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이던 안 후보는 TV토론에서 “내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라고 발언했다가 지지율이 하락세로 전환되는 역효과를 거뒀다. 국민의당 선대위 관계자는 “안 후보가 그동안 메시지를 가다듬는 등 토론 준비를 충실히 해왔다. 5년 전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윤종빈 교수는 “안 후보가 그동안 공부를 많이 해서 콘텐트는 채운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달력이나 사회과학적 논리 전개 등에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율 교수는 “안 후보는 토론에서 진정성이 우러나는 편이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칼국수 골목 '훈이네'를 운영 중인 손정애 씨를 만나 특별 제작한 명함을 전달하고 있다. 정의당 선대위 제공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칼국수 골목 '훈이네'를 운영 중인 손정애 씨를 만나 특별 제작한 명함을 전달하고 있다. 정의당 선대위 제공

대선에 두 번째 출마하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토론의 베테랑이다. 채진원 교수는 “논리적인 측면이나 집요하게 물어보는 능력은 심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단연 우수하다”고 평했다. 하지만 언변의 노련함이 답보상태인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게 선거전문가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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