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빅테크 역대급 실적…긴축 공포 몰아내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추락하던 미국 증시가 빅테크 기업의 호실적에 나스닥을 필두로 설 연휴기간 반등했다. 지난 달 31일 나스닥 전광판에 설 명절을 축하하는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추락하던 미국 증시가 빅테크 기업의 호실적에 나스닥을 필두로 설 연휴기간 반등했다. 지난 달 31일 나스닥 전광판에 설 명절을 축하하는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요즘 ‘나스닥 극장’을 보느라 잠을 못 잔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빅테크 기업의 거침없는 실적에 나스닥을 필두로 미국 뉴욕 증시가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긴축 공포에 질린 시장 달래기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1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0.75% 오른 1만4346.00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3거래일 동안 약 7.5%가량 상승했다. S&P 500과 다우지수 역시 3거래일 연속 올랐지만, 상승 폭은 나스닥이 가장 컸다.

‘어닝 서프라이즈’의 테이프를 끊은 건 테슬라다. 지난달 26일 역대 최고의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테슬라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177억1900만 달러(21조2000억원)로 1년 전보다 65%, 영업이익(26억1300만 달러·3조1000억원)은 354% 늘었다. 지난 1월 약 20% 급락했던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31일 하루 만에 10% 올랐다.

3거래일 연속 오른 나스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3거래일 연속 오른 나스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애플이 ‘깜짝 실적’ 바통을 이어받았다. 애플도 지난달 27일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공개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1239억4500만 달러·149조2000억원)은 1년 전보다 11.2% 늘어났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0.4% 증가했다. 애플 주가도 지난달 28일 6.98% 상승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글로벌 주식팀장은 “최근 실적 발표 결과는 빅테크 기업이 계속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지난해 상반기에도 인플레와 금리 급등으로 빅테크 대신 가치주로 로테이션이 이뤄지는 듯했지만 결국 빅테크가 다시 올랐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인 1일(현지시간) 나스닥에 분 훈풍은 구글 덕이다. 일단 실적이 받쳐줬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지난해 4분기 매출(753억2500만 달러·91조679억원)은 1년 전보다 32.4%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레퍼너티브가 집계한 전망치(721억70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순이익(206억4200만 달러·24조9600억원)도 35.6% 증가했다.

주 수익원인 광고 부문의 탄탄한 성장에 클라우드(가상서버) 부문의 매출 상승세가 더해진 결과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광고 수익은 예상을 밑돌았지만, 클라우드 등 여타 부문 호조로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호재는 알파벳 주식을 20대1의 비율로 액면분할을 한다는 발표였다. 이날 종가를 적용하면 1주당 2752.88달러인 알파벳 클래스A 주식은 주당 137.64달러가 된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알파벳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8%가량 올랐다.

알파벳의 액면분할은 2004년 8월 상장 이후 두 번째다. 2014년 2대1 액면분할을 한 뒤 8년 만이다. 이번 액면분할은 주주동의를 얻은 뒤 오는 7월 15일에 시행된다.

액면분할은 회사 설립 당시의 주식 가격(액면가)을 일정한 비율로 쪼개 몸값을 낮추는 것이다. 주식 수가 늘어나 유통 물량이 늘면서 거래가 활성화된다. 2020년 7월 4대1 액면분할을 발표한 애플의 경우 이후 주가가 35% 올랐다. 테슬라도 같은 해 8월 5대 1로 액면분할을 결정한 뒤 주가가 급등했다. 장효선 팀장은 “과거 기술주의 사례처럼 이번에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나스닥의 반등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시장 달래기’ 영향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가진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과도한 금리 인상 우려를 불식시키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것이다. ‘굿캅, 배드캅(회유와 협박)’ 전략을 펼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 다음 달 빅스텝(0.5% 포인트)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3월에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