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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대책 1년, 정부는 '순항' 자랑하지만 '공급증가'는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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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도로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2.4대책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났다. 서울 신길2구역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현장. 연합뉴스

공공주도로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2.4대책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났다. 서울 신길2구역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현장.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25번째 부동산 대책인 2·4대책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다. 2·4대책은 서울 및 수도권, 지방 대도시 등에 2025년까지 공공 주도로 신규 주택 83만6000가구를 공급할 부지를 확보하는 대규모 '주택 공급 프로젝트'다. 서울 목표 물량만 32만 가구다.

정부는 지난 1년간 목표 물량의 60%가 넘는 후보지를 발굴하는 등 프로젝트가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후보지 발굴이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져 주택시장 안정 효과를 가져올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발표한 2·4대책에서 목표로 세운 83만6000가구 가운데 60.2%인 50만3000가구의 후보지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도심 개발 후보지는 17만 가구다. 이를 두고 국토부는 "일산·분당 신도시를 합친 정도의 압도적인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2·4대책, 주택공급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2·4대책의 도심 개발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인데,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 등을 활용하는 도심복합사업과 기존에 조합이 설립됐거나 준비 중인 지역의 정비사업이다. 국토부가 2·4대책의 대표 모델로 꼽은 도심복합사업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목표의 절반가량인 10만 가구(76곳) 규모의 후보지를 확보했다.

공공정비사업의 경우 지금까지 35곳(3만7000가구)의 후보지를 선정해 공급 목표의 27.1%를 달성했고, 소규모정비·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는 57곳(3만2800가구)을 선정해 목표의 23.4%를 확보했다. 2·4대책 물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공택지의 경우 지난해 광명·시흥(7만 가구) 등 전체 25만9000가구에 대한 후보지 지정을 모두 마쳤다.

2·4대책 관련 사업별 후보지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4대책 관련 사업별 후보지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는 2·4대책이 "주택공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2·4대책을 포함한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과 금융·통화정책 변화가 맞물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을 지나 하향 안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도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하향 안정 추세는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주택공급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면제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경우 성과가 미미하다. 공공 직접시행은 기존 조합의 역할을 공공이 맡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선정한 후보지는 서울 강서 마곡 신안빌라 재건축, 경기 의왕시 내손 가구역 등 2곳(1000가구)뿐이다. 단기 주택확충의 목적으로 2·4대책에 포함한 신축 매입약정, 비주택 리모델링 등 10만1000가구 공급도 목표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2·4대책은 사실상 공공이 도심 내 민간 토지를 수용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인데, 현금청산 등의 보상 원칙에 대한 반발도 크다. 당초 정부는 투기 차단을 위해 대책 발표일 이후 사업지 부동산 취득자에게는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 청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사업이 어디서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금 청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지난해 6월 29일 이후로 기준 시점이 늦춰졌다. 하지만 토지 수용 방식이 재산권 행사를 제약한다는 주민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공공재개발 1호 사업지인 흑석2구역에선 일부 토지소유주가 토지 수용 등이 사유재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서울행정법원에 주민대표회의 승인인가처분과 사업시행자 지정 인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주민 갈등, 현금청산 반발…지정 철회 움직임도 

서울시 흑석2구역 공공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와 금호23구역·신설1구역·홍제동3080·강북5구역 비대위 대표들이 지난해 10월 서울시청 앞에서 공공개발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흑석2구역 공공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와 금호23구역·신설1구역·홍제동3080·강북5구역 비대위 대표들이 지난해 10월 서울시청 앞에서 공공개발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심복합사업의 경우 후보지 76곳 가운데 본지구로 지정된 지역은 1만 가구 규모의 7곳에 불과하다. 주민 3분의 2의 동의를 확보한 후보지는 26곳(3만6400가구)인데, 일부에서는 지정 철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3080공공주도반대전국연합'에 따르면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76곳 가운데 절반이 훌쩍 넘는 40여곳에서 후보지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적극적인 참여 유도를 위해 "도심복합사업에 참여하기 전에 기존 민간재개발 등 다른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담한 조합운영비와 용역비 등을 공공시행자가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단순히 '사업지발굴'과 '지구지정'을 높은 성과로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주민동의율이 60%를 넘더라도 이들이 보유한 토지 면적이 전체 사업지의 20%에 불과해 사업추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2·4대책 목표의 60%가 넘는 실적을 냈다고 자랑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전무한 상태"라며 "제도의 변경은 정권 초기에 시작해서 말기에 마무리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데, 정권 말기에 사업이 추진되면서 정책의 연속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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