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구보다 서민의 삶을 잘 알고, 실물경제와 거시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고 자부한다”고 적었다. 경쟁 상대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대비 자신의 강점이 ‘경제통·행정가’라는 데 거듭 방점을 찍은 거다. 그는 “대통령의 무능은 국민에게는 재난”이라면서 “준비된 경제 대통령,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가족 공격 승부 안 나”
3일로 예정된 방송 3사 주관 대선 후보 4자 토론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 공세를 벼르는 윤 후보의 공격을 ‘유능 대 무능’ 프레임으로 비껴가겠다는 게 이 후보 측 전략이다. 토론을 하루 앞둔 이날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도 ‘오세훈 생태탕’만 쫓다가 지난 서울시장 선거를 망해본 경험이 있다”며 “대장동만 잡으려 혈안이 된 사람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네거티브를 확실하게 중단하고 오로지 민생, 미래, 국민들의 삶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다”(지난달 26일)고 한 이 후보의 최근 공언을 가급적 실현하겠다는 게 선대위 내의 전반적 기류다. 이 후보는 이날 지역민영방송협회 인터뷰에서 “(대통령 업무) 첫 번째는 긴급 재정명령 서명을 아마 하게 될 것”이라며 “50조원 이상의 긴급 재정명령을 통해서 우리 국민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말했다.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보편 지원 ▶워케이션(휴가지 내 업무) 센터 설치 보급 ▶어르신 운전면허증 반납 보상 지역화폐 지급 등 생활밀착형 공약도 이날 오전부터 잇따라 발표했다.
이처럼 “정책과 비전 제시에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기조에는 윤 후보를 겨냥한 민주당의 ‘본·부·장(본인·부인·장모)’ 의혹 공세가 더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서울 재선 의원은 “국민의힘이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갑질 논란을 맞세워 자칫 국민이 도긴개긴이라 느낄 수 있다”면서 “서로 상대 가족을 후벼 파는 논쟁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尹, 취조하듯”…행정 미숙 공격
대신 이 후보 측은 불과 11개월 전까지 검사 신분이었던 윤 후보의 정책·행정 미숙을 부각하는 걸 새 공격 포인트로 삼았다. 우상호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윤 후보가 우리 후보를 궁지로 몰아넣는 모습을 보이면 보일수록 자신이 검사 출신인 걸 보여주는 토론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시종일관 여유있게 안정감있게 정책 능력이 준비된 이재명임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강훈식 전략본부장도 “근본적으로 대장동 관련 사안은 수사의 대상이지, 대선 후보 둘이 나와 토론할 사항이 아니다”라면서 “자료가 없으면 토론을 못 한다니, 여전히 서류를 곁눈질해가며 취조하는 검사 이상의 역할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냐”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박주민 TV 토론 단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함께 출연한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왜 윤 후보는 자료 없이는 답변도 못 하고 질문도 못 한다고 그러는 거냐”라며 “공부 조금 하고 와서 질문하면 되지 않나”라고 날을 세웠다.
2일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와의 양자 토론도 이같은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한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윤 후보는 김동연 새로운 물결 후보와의 양자토론도 거부했다”라면서 “이 후보는 오늘(2일) 저녁 김 후보와의 첫 TV토론에서 그동안 발표한 정책들을 먼저 차분하게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