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예약대기만 2년' 근육질 의사 충고 "스트레칭, 독될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운동은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겁니다.” 

운동하는 의사, 국내 재활의학의 권위자, 구독자 45만명의 유튜버. 모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선근(58) 교수에 따라붙는 말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는 그는 한때 이른바 '3대 근력 운동'(스쿼트,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에서 총 중량 500kg 이상을 들어 올렸던 헬스 마니아기도 하다. “몸이 옛날보다 약해졌다”고 했지만,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 의대 동창회관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흔히 ‘교수’나 ‘의사’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차이가 있었다. 의사 가운을 입어도 근육과 덩치가 두드러져 보였다.

정선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의대동창회관 함춘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선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의대동창회관 함춘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잘못된 운동법 많아”

정 교수는 서울대 의대 의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부터는 서울대 의대 재활의학교실에서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진료를 받으려면 1~2년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지만, 그는 저서나 강연, 유튜브를 통해 ‘좋은 운동법’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도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잘못된 운동법을 가르치는 곳이 많다”는 이유다.

그는 “어느 날 척추관 협착증으로 진료를 받고 잘 나았던 환자가 다시 왔다. ‘새로운 운동을 하는데 아프다’ 해서 보니 (허리를) 막 구부리는 운동을 하고 있었다. ‘유튜브에서 봤다’는데 화가 났다”며 “참조가 될 콘텐트를 직접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몸에 암이 생겼으면 암을 떼어내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허리·무릎·어깨 통증은 잘못된 생활과 동작에, 자신의 생활 속에 원인이 있다. 그건 본인이 고쳐야 한다”며 "그래서 (운동법) 교육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운동 상식에는 뭐가 있을까. 정 교수는 ‘스트레칭(몸과 팔다리를 쭉 펴는 맨손 체조)’의 효과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은 뻣뻣하게 굳어 들어간다. 연부 조직이 약해지는 것에 대한 (신체의) 하나의 방어 기전”이라며 “자연스럽게 뻣뻣해지는 걸 스트레칭으로 좋게 하겠다는 건 잘못됐다”고 했다. 특히 일부 스트레칭 동작의 경우 목이나 허리 등을 과하게 구부리거나 비트는 동작이 있어 관절이 안 좋은 경우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지난달 3일 서울 시내의 한 실내체육시설에서 시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일 서울 시내의 한 실내체육시설에서 시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는 근력 운동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근력 운동을 하면 근육이 생겨 자세도 달라지고 자신감이 생긴다. 근육에서 혈액으로 흘러나오는 ‘마이오카인’(근육 호르몬을 통칭)이 뇌와 온몸의 장기를 자극하고, 우리 몸을 튼튼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근력 운동도 각자의 몸 상태에 맞게 ‘개별화’를 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우리 몸에서 말초신경과 근육, 뼈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퇴행하는 반면, 연골과 같은 연부 조직은 30대 때부터 급속히 노화가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생활 방식이나 운동 습관에 따라 관절 상태가 천차만별이 된다. 그는 “40대 이후부턴 운동을 하면 할수록 뼈와 근육에 의해 연부 조직이 ‘치이는’ 상황이 된다”며 “연부 조직을 잘 보호하면서 근력 운동을 해 뼈와 근육을 계속 튼튼하게 유지하는 게 포인트”라고 했다.

운동만큼 휴식 중요…근육통에도 민감해져야

그러려면 휴식부터 잘 취해야 한다. 정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면 바로 몸이 건강해지는 거로 알고 있는데, 잘못된 생각"이라며 "운동을 할 때는 과부하가 와 몸이 약간 다친다. 휴식을 취할 때 몸이 회복되면서 건강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운동한 뒤에 느껴지는 통증에도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근육이 회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지연성 근육통(DOMS)’과 디스크(추간판 탈출증)의 전조인 근육 방사통을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근육 방사통은 대부분 일측성으로 나타나고, 통증이 3~4일 이후에도 계속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하체 운동을 했는데 한쪽 다리만 아프고, 며칠 뒤에도 통증이 이어지면 방사통일 확률이 높다. 정 교수는 "통증은 우리 몸이 보내는 에러 메시지다. 이를 잘 해석하는 게 중요하다"며 “디스크를 치료하려면 운동이 아니라 올바른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선근 교수가 서울 종로구 함춘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선근 교수가 서울 종로구 함춘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40대 후반까지 헬스클럽에서 역기를 들었다는 그는 요즘엔 기구 운동을 주로 하고 있다. 나이가 들고 관절에 무리가 오면서 운동 방식을 바꿨다. 정 교수는 “운동은 자기 몸에 잘 맞는 걸 찾아서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며 “오래 살려면 유산소 운동을, 멋지게 살려면 근력 운동을 해라”고 당부했다.

정 교수가 이야기하는 좋은 운동법

-건강하려면 일주일에 150~300분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이틀 이상 중강도 이상의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하루에 30분~1시간 정도 경쾌하게 걷고, 한 가지 근육군마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근력 운동 동작은 한 세트당 반복 불능(더이상 자세가 유지되지 않는 상황) 시까지 반복한다. 나이가 있거나 관절이 안 좋은 경우 ‘두세 번 더 하면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만 하고 중단한다.

서울의 한 헬스장에서 시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헬스장에서 시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리가 아프면 허리를 구부리는 스트레칭 등은 피한다.
-목이 아프면 턱걸이 등 승모근을 수축시키는 동작은 무리가 갈 수 있다.
-어깨가 아픈 경우, 유착성관절막염엔 스트레칭이 좋다. 석회성건염은 석회결절 크기가 작다면 운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회전근 힘줄이 찢어진 경우 턱걸이, 랫풀다운 등은 가능한 하지 않는다.
-무릎이 아프면 달리기, 데드리프트 등은 피한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