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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탈당으로 무주공산 된 그곳…되레 민주당이 심상찮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오는 3월 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하면서 출마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전통적인 ‘보수 텃밭’으로 꼽히는 대구 중·남구는 본선보다 국민의힘 공천이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국민의힘 ‘무공천’ 결정은 여파가 크다.

국민의힘이 무공천 결정을 내리기 전부터 대구 중·구 지역은 12명이 예비후보자로 공식 등록할 정도로 기싸움이 치열했다. 다른 재보궐선거 지역의 예비후보자 등록이 같은 시기 3~6명 정도였던 데 비하면 상당히 뜨거운 분위기다.

곽상도 전 국회의원의 지역구였던 이곳은 곽 전 의원이 지난해 11월 자진 탈당하면서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됐다. 곽 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불거진 논란이 곽 전 의원 탈당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른바 ‘사고 지역구’가 되는 계기를 만든 셈이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관련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관련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예비후보자들은 이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국민의힘 공관위의 무공천 방침에 따라 국민의힘 후보들은 출마를 하려면 반드시 탈당을 하고 ‘무소속’ 출마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예비후보자들은 당의 무공천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속속 정하고 있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인선(62) 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은 2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해서 “워낙 갑작스러운 소식이어서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됐다”며 “당 지역위원회 관계자들과 논의를 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 전 청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권 교체와 지역 발전에 대한 열망이 매우 큰 중·남구 주민들의 뜻을 받들어 국민의힘을 잠시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반드시 국민의힘으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임병헌(68) 전 대구 남구청장도 “무소속 출마한다. 그러나 마음은 항상 국민의힘 안에 있다”고 했다.

후보들의 잇따라 무소속 출마의 뜻을 밝히자 국민의힘 권영세 공천관리위원장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자의 복당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의 뜻에 따라 출마를 포기한 후보들도 있다. 김재원(57)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8일 통화에서 “무공천하기로 한 당의 결정을 환영하며 무소속으로 승리하고 돌아오라는 뜻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거세지자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 앞으로도 정권교체의 대의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그 어떤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모의시험이 전국적을 실시된 25일 오후 부산 연제구청 대회의실에 마련된 연산 제2동 사전투표소 예정 장소에서 부산시선관위 직원들이 사전투표 장비 운영 및 모의투표용지 출력 등을 시험해 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모의시험이 전국적을 실시된 25일 오후 부산 연제구청 대회의실에 마련된 연산 제2동 사전투표소 예정 장소에서 부산시선관위 직원들이 사전투표 장비 운영 및 모의투표용지 출력 등을 시험해 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진훈(65) 전 대구 수성구청장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글로 대신함을 널리 양해바라며 당의 무공천 결정을 이해하며, 저의 뜻은 여기서 멈출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며 출마포기 의사를 전했다.

익명을 원한 한 예비후보자는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이 무공천을 결정한 만큼 후보자들의 합종연횡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정치교체를 위해 저부터 내려놓겠다. 다음 총선(2024년 4월)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 3월 서울 종로구와 경기 안성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재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고 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정치교체를 위해 저부터 내려놓겠다. 다음 총선(2024년 4월)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 3월 서울 종로구와 경기 안성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재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고 했다. 뉴스1

반면 민주당은 대구 중·남구 지역구에 전략공천 카드를 낼 것으로 보인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한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앙당에서 경쟁력을 판단해 전략공천할 예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송 대표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에 귀책사유가 있는 서울 종로·경기 안성·청주 상당 등 세 곳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했지만 서울 서초구갑과 대구 중·남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문제는 전략공천 대상으로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등록해 한 달 넘게 선거운동을 해온 최창희 전 지역위원장이 아닌, 외부 인사인 민변 출신 백수범 변호사의 이름이 지역 정치권에서 오르내린다는 점이다. 이 시나리오대로 백 변호사가 전략공천을 받게 된다면 민주당은 험지에서 활동해온 지역위원장 대신 외부 인사를 이른바 ‘낙하산 공천’ 했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1월 31일 현재 등록된 예비후보는 14명이다. 최창희(59) 전 더불어민주당 중남구지역위원장, 백수범(43) 변호사, 배영식(72) 전 국회의원, 임병헌 전 대구 남구청장, 도태우(52) 변호사, 손영준(32) 국민의힘 대구시당 중남구 청년지회장, 이인선 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박정조(53) 대한미용사회 중앙회 부회장, 강사빈(20) 전 청년나우 발행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박성민(29) 국민의힘 윤석열후보 선거대책본부 청년보좌역, 정용(62) 전 대구시의원, 권영현(45)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대변인 등(중앙선관위 게시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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