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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잘못이냐고? 세 문제만 풀면 안다, 공수처 통신사찰 [퀴즈]

중앙일보

입력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식에 김진욱 초대 처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 등이 참석해 있다. 장진영 기자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식에 김진욱 초대 처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 등이 참석해 있다. 장진영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한지 1년이 넘었습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광역자치단체장과 판·검사, 주요 행정부처 3급 이상 공무원까지… 고위공직자들을 수사하기 위해 만든 기관이 공수처입니다. 공수처가 출범한단 소식에 '높으신 분'들 가운데 평소 어딘가 찔렸던 몇몇 분은 분명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을 겁니다.

그런데 1년이 조금 넘은 지금, 진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은 누굴까요? 야당 대선후보 팬카페에 가입된 50대 주부, 반정부 대자보를 붙이거나 독서 모임을 한 대학생, 회계사, 대학교수, 언론사 기자, 기자의 가족 등 수많은 민간인입니다. 공수처가 이 사람들의 개인정보인 통신자료(가입자 신상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조회했단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통신사찰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이 문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못된 걸까요? 아래 퀴즈를 풀어보신 뒤, 기사를 읽어보세요.

공수처 통신조회, 뭐가 문제?

대체 무엇이 문제라는 건지, 퀴즈로 알아볼까요?

N

Q1 : 다음 중 공수처법에서 수사 대상자로 정한 '고위공직자'가 아닌 것은?

정답 : 3번 공영방송사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제2조 1항은 고위 공직자를 정의합니다. 기자를 포함해 그 어떤 민간인도 여기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공수처이 수사 대상이 아닙니다. )

Q2 : 국제언론인협회(IPI)는 공수처가 언론인 다수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데 대해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함께 한 발언이 아닌 것은?

정답 : 4번 언론인들은 정부의 보호 아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IPI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언론인들은 취재원을 보호할 권리를 지켜야 하고, 정부의 감시 없이(not 보호 아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Q3 : 한국형사소송법학회는 지난달 28일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청구인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아닌 것은?

정답 : 3번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원내대표( 이날 헌법소원에는 김경률 회계사, 양홍석 변호사,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김성원 의원, 윤석열 대선후보의 팬카페와 한동훈 검사장 팬카페 회원 등 30여명이 청구인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

문제 중 문제 정답!

①너무 많다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지적하는 문제는 "통신정보를 조회한 대상자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중앙일보가 13일까지 파악한 공수처 통신자료 대상자는 김경률 회계사와 서민 교수, 기자 및 기자의 가족 186명, 국민의힘 국회의원 93명,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원 24명, '22C 대한민국과 윤석열', '위드후니 (with후니·한동훈 검사장 팬클럽)'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 6명 등 340명(456건)에 달합니다.

그런 공수처, 지금까지 수사 성과는 어떨까요? 아래 퀴즈를 풀어보시면 "하라는 수사는 못하면서 민간인 통신정보만 무분별하게 캐고 다녔다"는 얘기가 절로 나올 겁니다.

공수처 수사 성과 중간 점검

출범 1년 공수처, 지금까지 어떤 성과 냈을까요?

N

Q1 : 공수처가 지난 1년간 법원에 청구한 체포영장·구속영장 수는?

정답 : 4번 4건( 지난달 19일 공수처가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실에 보낸 자료엔 '2022년 1월 10일까지 체포영장 2건, 구속영장 2건을 청구했다'고 돼있습니다. )

Q2 : 법원이 지난 1년간 공수처에 발부해준 체포영장·구속영장 수는?

정답 : 1번 0건( 올해 1월 10일까지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영장 2건, 구속영장 2건은 모두 기각됐습니다. )

Q3 : 공수처가 지금까지 기소한 피의자 수는?

정답 : 1번 0명( 지금까지 12건(사건번호로는 24건)을 수사한 공수처, 기소한 피의자는 아직 1명도 없습니다. )

문제 중 문제 정답!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는 합법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 근거는 있습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에 따라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은 수사상 필요한 정보수집을 위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이용자의 통신자료를 받아볼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한국형사소송법학회 인권이사)는 위법성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는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 소송까지 헌법재판소에 냈습니다. 김 변호사는 "수사라고 하는 건 형소법에 199조 따라 수사 관련된 것에 한정돼야 하고 극히 제한적으로만 이뤄져야 하는 등 '비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이렇게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진 통신조회는 수사의 상당성을 벗어났기 때문에 위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공식 출범일인 21일 경기 과천 공수처 청사에 현판이 걸려 있다. 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공식 출범일인 21일 경기 과천 공수처 청사에 현판이 걸려 있다. 뉴시스

②대상도 아니다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에 적힌 통신자료는 통상 통신비밀보호법(시행령 제41조)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피의자 휴대폰에 대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허가서(통신영장)'를 발부받아 통신내역을 강제로 확보한 뒤, 거기에 나온 통신 상대방이 누군지 알아보기 위한 수사 기법으로 사용합니다.

통신자료는 통신사실확인자료에 근거해 청구합니다. 통신사실확인자료 이전엔 통신영장이 있고요. 이번에 드러난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대상엔 중앙일보 기자의 어머니, 공수처 피의자와는 전혀 무관한 형소법학회 회원들이 있습니다. 결국 공수처가 직접적인 피의자가 아닌, 기자 또는 형소법학회 관계자에 대해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받고, 이걸 근거로 이들의 통신자료를 받아봤을 거란 추론을 할 수 있습니다.

알쏭달쏭 통신조회, 뭐가 뭐라고?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및 제13조를 찾아두시고 100점에 도전하세요!

N

Q1 :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응할 필요 없는 상대방은?

정답 : 4번 변호사(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에 따라 통신사업자는 법원과 검사, 국세청장, 군 수사기관장 등의 요청이 있을 때, 이용자의 통신자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

Q2 :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에 해당하지 않는 이용자 정보는?

정답 : 3번 발·착신 통신번호(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에 규정된, 검사 등 요청에 따라 제공 가능한 통신자료는 이용자의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아이디·가입일 또는 해지일입니다. )

Q3 : 통신비밀보호법 상 영장에 따라 제공될 수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가 아닌 것은?

정답 : 3번 전기통신 내용( 법원의 통신영장(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허가)이 있어야만 제공되는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가입자의 전기통신일시·전기통신개시 및 종료시간·발신 또는 착신 통신번호 등 상대방의 가입자번호·사용도수 입니다. )

Q4 : 통신영장이 있다고 해도, 법상 제공 가능한 통신사실확인자료에는 기한이 있다. 그 기한은 얼마나 될까?

정답 : 2번 12개월(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 제41조엔 전기통신사업자가 12개월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장발부 시점에서 1년 이내 자료만 제공 가능한 겁니다. )

문제 중 문제 정답!


공수처가 고위공직자가 아닌 사람들에 대해 통신영장을 발부받았다는 건 앞서 제기한 '무분별한 통신조회'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통신영장이 주로 피의자에 대해서 청구되고, 발부되기 때문입니다. 민간인에 대해 통신영장을 발부받았다는 건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를 수사한다'는 공수처법을 공수처 스스로가 위반한 것이 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수사범위에 제한이 없는 검찰이나 경찰과 달리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만을 수사하게 한 예외적 수사기관인데, 이 공수처가 민간인을 수사 대상자로 삼아 영장을 청구했다면 이건 형사처벌이 수반되는 '위법'의 문제가 된다"며 "아주 드물게 피의자가 아니더라도 통신영장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지만 법원이 실무관행상 피의자가 아닌 사람에 대해선 영장발부를 거의 안 해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습니다.

③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도대체 왜 그랬냐"는 질문이 그간 숱하게 나왔지만, 공수처는 속시원히 해명한 적이 없습니다. "수사상 필요에 의해 법원으로부터 적법하게 허가를 받아 진행했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을 뿐입니다. 지난 21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취임 1주년 기념행사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미흡했던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지만, 상황 설명이 생략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현장풀)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오종택 기자

현장풀)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오종택 기자

형소법학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정웅석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통신조회를 당한) 학회 회원 중 고위공직자와 통화한 적도 없고 홈페이지에 글도 쓴 적 없는데 왜 자기가 조회되냐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며 "적어도 '어떤 사건으로 어떻게 조회가 됐다'는 것 정도는 말해주는 것이 최소한 예의"라고 말했습니다.

공수처 수사심의위원이면서, 본인 역시 통신자료 조회 대상이 된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신조회 논란이) 공론화가 됐다면 정확히 해명을 하고 넘어가야하는데, 이 사람들은 해명을 하기 싫어선지 뭔지 수사 결과를 내지 않는 것 같다"며 "수사 결론을 낼 능력이 안 된다든지, 수사 결론이 누구한테 못마땅할 거 같으니까 미룬다든지, 아니면 이걸 핑계 삼아서 대답하기 싫으니까 '아직 수사 중'이라고 하기 위해서 묵혀둔다든지 하는 이유 때문 아니겠나"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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