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던 덴마크 축구 스타 크리스티안 에릭센(30)이 8개월 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브렌트퍼드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에릭센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21~22시즌 남은 기간이다. 브렌트퍼드는 현재 EPL 14위에 올라있는 중위권 팀이다. 덴마크 출신 코마스 프랑크(49) 감독이 이끌고 있다. 에릭센의 복귀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에릭센은 지난해 6월 고향 덴마크 코펜하겐 파르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조별리그 핀란드전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경기장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뒤, 의식을 되찾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심장 제세동기 삽입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심장 제세동기를 단 에릭센은 경기에 뛸 수 없는 상태였다. 결국 당시 소속팀 인터 밀란(이탈리아)과 지난해 12월 계약이 해지됐다.
에릭센은 유럽 정상급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아약스(네덜란드), 토트넘(잉글랜드), 인터 밀란 등 유럽 유명 클럽을 거쳤다. 토트넘에서 전성기를 달렸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300경기 넘게 뛰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손흥민(30)과는 2015~16시즌부터 2019-20시즌 전반기까지 3년 넘게 토트넘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합작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에릭센이 쓰러지던 날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레바논전에서 페널티킥 결승골을 터뜨린 뒤, 에릭센을 위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는 손가락 두 개와 세 개를 펴고 중계 카메라를 향해 영어로 "크리스티안, 건강해(stay strong). 사랑해(I love you)"라고 외쳤다. 23은 에릭센이 토트넘 시절 달았던 등번호다.
손흥민의 바람대로 에릭센은 다시 일어섰다. 몸 상태를 회복한 그는 카타르 월드컵 출전을 목표로 삼고 다시 축구화를 신었다. 최근엔 덴마크 클럽 오덴세 BK와 스위스 3부리그 팀 키아소, 친정팀 아약스 등에서 훈련하며 복귀를 준비했다. 하지만 에릭센에게 손 내미는 팀은 없었다. 그가 예전 같은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2018년부터 브렌트퍼드를 이끈 프랑크 감독은 옛 제자를 외면하지 않았다. 프랑크 감독은 에릭센의 덴마크 17세 이하(U-17) 대표팀 시절 은사다.
프랑크 감독은 "에릭센을 마지막으로 지도했을 때가 16살이었는데, 이후 많은 일이 있었다. EPL 정상급 미드필더가 됐다"며 환영했다. 그는 "에릭센이 7개월가량 팀과 함께 훈련하지는 않았으나 스스로 많은 것을 해 왔다. 몸 상태는 좋지만, 경기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며 "에릭센이 최고의 상태로 올라갈 수 있도록 선수, 스태프들과 함께 일할 것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에릭센은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브렌트퍼드에 입단하게 돼 기쁘다. 여러분들을 곧 뵙겠다"고 인사했다. 에릭센을 상대 팀 선수로 만나게 된 토트넘은 구단 SNS에 옛 동료의 EPL 복귀를 환영하는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