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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 지하화, 상습정체 풀 '신의 한수'? 왠지 불안하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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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전문기자의 촉: 도로 지하화] 

경부고속도로 한남IC~동탄 사이는 상습정체 구간이다. [연합뉴스]〉

경부고속도로 한남IC~동탄 사이는 상습정체 구간이다. [연합뉴스]〉

 '경부고속도로 양재IC~화성(동탄), 경인고속도로 남청라IC~신월IC,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퇴계원~판교'.

 최근 국토교통부가 확정한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 중에 지하도로 추가 건설이 예정된 구간들입니다. 국토부 설명대로라면 지상도로는 그대로 쓰고. 지하에 터널을 뚫어 도로를 하나 더 놓는 방식인데요.

 이렇게 하면 기본적으로는 도로 용량이 종전보다 2배로 늘어나게 돼 해당 구간의 차량 정체를 푸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부선 양재IC~화성(32.3㎞) 구간을 예로 들면 이 지역의 적정교통량은 하루 13만 4000대 정도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 20만대가량이 오가고 있어 대표적인 상습정체 구간으로 꼽힙니다.

 국토부 계획대로 이 구간에 3조 2000억원을 투입해 지하도로를 추가로 건설하면 적정 교통량이 27만대가량으로 늘어나게 돼 한결 여유가 생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경인선이나 수도권제1순환선 역시 마찬가지일 텐데요.

 그러나 실제로 지하도로 건설이 제 효과를 내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습니다. 우선 경부선의 경우 사업구간이 양재IC 이남만 포함된 게 문제로 지적됩니다.

 사실 상습정체구간은 양재IC를 지나 한남IC까지 이어집니다. 그런데 양재IC~한남IC 구간은 서울시 관리구간이라는 이유로 이번 지하도로 건설계획에서 제외됐습니다.

 지금 계획대로라면 양재IC 인근까지 지상과 지하로 나뉘어 달리다 올라온 차량이 한데 몰려 오히려 현재보다 더 심한 병목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큽니다. 양재IC~한남IC 사이는 용량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료 국토교통부]

[자료 국토교통부]

 이 때문에 양재IC~한남IC까지 포함된 종합적인 계획 마련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여기서 한가지 더 문제가 생깁니다. 바로 서울시와 서초구 등이 추진하는 양재IC~한남IC 개발계획이 국토부 방안과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서울시와 서초구 등에서는 양재IC에서 한남IC 사이7㎞ 구간을 완전지하화해서 지상은 공원화와 주택 건설 등에 사용하겠다는 구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신 지하에는 2층짜리 도로를 건설해 통행량을 소화하려고 합니다.

 서울시가 이와 관련해 발주한 용역 결과는 8월쯤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국토부와 서울시 등의 계획이 제각각 추진되면 적지 않은 혼선이 생길 게 뻔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정성봉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연속된 구간인데 설계를 따로따로 한다면 큰 문제가 생긴다"며 "양측의 계획을 제대로 연계하지 않으면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경부고속도로 한남IC~양재IC지하화 계획 구상도. [자료 서초구청]

경부고속도로 한남IC~양재IC지하화 계획 구상도. [자료 서초구청]

 두 계획의 연계가 잘 이뤄지더라도 숙제는 또 남습니다. 무엇보다 사업구간의 진출입로를 입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지상과 지하 도로 모두 진·출입이 원활해야 교통량의 적절한 분산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그러려면 현재의 IC 구조를 확 바꿔야만 합니다.

 IC와 연결된 주변도로의 정비도 필수입니다. 상습정체를 겪으며 조금씩 빠져나오던 차량들이 갑자기 많이 늘어나게 되면 주변도로가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상당한 혼잡을 빚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지자체와 협력해 주변도로를 확장하거나 구조를 개선하는 등의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지 않는다면 진출입로 주변에서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심한 병목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존보다 훨씬 길어지게 될 지하도로의 안전관리 역시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경부선의 사업구간은 32.3㎞, 수도권제1순환선이 31.5㎞이며 경인선은 상대적으로 짧지만 19.3㎞나 됩니다.

국내 최장의 도로 터널인 인제양양터널. [사진 국토교통부]

국내 최장의 도로 터널인 인제양양터널. [사진 국토교통부]

 이들 사업구간 중 실제 터널구간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길게는 30㎞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렇게만 건설돼도 국내에서 가장 긴 도로 터널이 되는 셈입니다.

 현재까지 최장의 도로터널은 인제양양터널로 11㎞가 조금 못됩니다. 또 지난해 9월 개통한 서부간선도로의 지하도로인 서서울도시고속도로가 10.33㎞인데요.

 대략만 잡아도 현존하는 국내 최장 도로터널보다 두세배 더 긴 지하도로가 생긴다는 얘기입니다. 지하터널, 그것도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는 그만큼 사고 위험도 크기 때문에 안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결국 효율적인 지하도로 건설과 주변도로 정비계획 수립, 그리고 터널 내 안전관리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어야만 고속도로 지하화는 기대했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겁니다. 서두르기보다는 보다 세세한 점검과 계획, 그리고 협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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