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설 풍경…'한복 설빔' 반려동물 늘고, 색동옷 아이 줄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2.01 05:00

정예진씨의 반려견 하루(왼쪽)와 나무가 지난 1일 설빔을 입고 떡국을 앞에 둔 모습. 사진 정예진씨 제공

정예진씨의 반려견 하루(왼쪽)와 나무가 지난 1일 설빔을 입고 떡국을 앞에 둔 모습. 사진 정예진씨 제공

직장인 정예진(36)씨는 반려견 ‘하루(8)’와 ‘나무(6)’에게 명절이면 한복을 입힌다. 올해로 4년째 반복하는 열성에 그는 ‘반려동물 한복 마니아’라고 불리기도 한다. 정씨는 “한복을 입혀서 시댁이나 친정에 가면 하루와 나무도 세뱃돈과 간식을 받는다. 명절 분위기 내는 데 반려견 한복만 한 게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한복 설빔을 입는 반려동물이 늘어나고 있다. 펫팸족(Pet+Family‧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증가로 동물용 한복 수요도 커지고 있다. 반면 아동용 한복 수요는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명절, 역대 최저로 떨어진 출산율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복 입는 아이보다 한복 입은 강아지 찾기가 쉬워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설날 분위기는 내고 싶어…”

이소진(36)씨는 반려견 아토를 위해 올해 처음 반려동물용 설빔을 구입했다. 사진 이씨 제공

이소진(36)씨는 반려견 아토를 위해 올해 처음 반려동물용 설빔을 구입했다. 사진 이씨 제공

펫팸족은 반려동물용 한복으로 손쉽게 명절 분위기를 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강아지 ‘아토’를 키우는 이소진(36)씨는 요새 부쩍 울적해 하는 아버지를 위한 설맞이 이벤트로 올해 처음 반려견 설빔을 샀다. 이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복 입은 강아지 사진을 봤는데 정말 귀엽더라”며 “아토를 예뻐하는 아버지를 위해 한복을 입혀 데려가면 기뻐하실 것 같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명절 분위기를 살리고 싶은 마음은 ‘마니아’ 정예진씨도 마찬가지다. 정씨는 “원래 설에 부모님과 떡국을 먹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오지 말라셨다”며 “집에서라도 떡국을 끓여 먹고 강아지들과 사진을 찍으며 명절 분위기를 낼 것”이라고 했다.

김모(31)씨의 반려묘 '네리'가 고양이용 한복 케이프를 착용한 모습. 사진 김씨 제공

김모(31)씨의 반려묘 '네리'가 고양이용 한복 케이프를 착용한 모습. 사진 김씨 제공

고양이 집사 김모(31)씨는 반려묘의 목에만 두를 수 있는 한복 케이프를 구매했다. 까끌까끌한 혀에 침을 묻혀 몸을 닦는 고양이의 ‘그루밍’ 본능을 고려한 거다. 김씨는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옷을 입히기가 힘든데 이럴 때라도 분위기를 내야지 싶었다”며 웃었다.

반려동물 한복 늘고, 아동한복 줄어들고

설을 일주일여 앞둔 21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 아동한복 전문점에서 아기가 설빔으로 한복을 입어보고 있다. 뉴시스.

설을 일주일여 앞둔 21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 아동한복 전문점에서 아기가 설빔으로 한복을 입어보고 있다. 뉴시스.

반려동물 한복 1세대 ‘이츠독’ 황희진 대표는 “동물용 한복을 처음 만들었던 2004년에는 하루에 고작 20~30벌 팔았지만, 요새는 하루 택배 출고량만 500건이 넘는다”며 “시장이 매년 30%씩은 크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 관계자는 “올해 초 진행한 강아지 설빔 기획전으로 반려견 의류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다”고 말했다.

아동한복 시장은 하락세가 분명해 보인다. 이마트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명절을 보내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절 교육도 사라졌다. 최근 몇 년간 아동한복 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7살 아이를 키우는 양모(35)씨는 “명절에 한복 입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며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아이를 두고 매년 새 한복을 사는 것도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가족’이 된 반려동물…설빔 반려동물은 문화 

온라인 쇼핑몰에서 반려동물용 한복 가격은 대체로 2만~3만원에 형성돼 있지만 일부 브랜드는 10만원을 넘기도 한다. 3만~5만원대의 일반적인 아동한복보다 비싼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 황 대표는 “고가 반려동물용 한복도 수량이 달려 못 파는 수준”이라며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영향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반려견은 애완견이 아니라 가족이다. 안 좋은 옷을 입히면 강아지 피부에 염증이 생기는데 비싸도 좋은 걸로 입히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용 설빔이 여러 문화적 현상을 투영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복은 전통적‧문화적 상징이다. 반려동물에 한복을 입힌다는 건 이들을 전통적인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라며 “반려동물에 한복을 입히는 인플루언서 등을 따라하며 반려동물용 설빔이 명절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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