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빠져서 좋아했는데, 알고보니 이 병? 넘기면 안될 징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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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 어느덧 3년 차입니다. 자주 뵙지 못한 부모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을지 모릅니다. 가족들의 달라진 모습, 무심코 지나쳤지만 알고 보면 심각한 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 있습니다. 설을 맞아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챙겨봅시다. 의학적인 지식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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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의 분야별 명의 도움을 받아 ‘건강 이상 징후, 그냥 넘기지 마세요’ 체크리스트 5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전민지, 정창희 교수의 도움을 받아 갑상선 기능 항진증·당뇨병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부모님이 부쩍 살이 빠진 것 같다면 의심해봐야

노인 체중 감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아산병원 제공]

노인 체중 감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아산병원 제공]

몸무게는 노인의 건강을 말해주는 ‘바로미터’다. 오랜만에 뵙는 부모님이 유달리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면 건강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 조절이나 운동을 하고 있지 않은데도 체중이 6~12개월 사이에 4.5kg 이상 감소하거나 원래 본인 체중에서 5% 이상 감소했다면 의학적으로 유의미한 체중 감소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체중 감소를 일으키는 질환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더위를 참기 힘들어하거나 두근거리는 증상이 동반되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또 소변을 자주 보고 목이 자주 마르다고 얘기한다면 당뇨병은 아닌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살 빠진 데다 더위 참기 힘들어하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 의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전민지 교수. [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전민지 교수. [병원 제공]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의 대사 속도를 조절하고 열을 발산해 체온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갑상선에서 비정상적으로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경우를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라고 하는데, 이는 호르몬의 분비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 특정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치료를 필요로 하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대부분 갑상선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그레이브스병에 의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눈이 튀어나오는 병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 그레이브스병에 의한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 4명 중 1명 정도에서만 안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또 그 중 증상이 심한 경우는 3~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생기면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열 발생도 많아져 더위를 참기 힘들어하며 땀이 많이 나는 증상을 토로한다. 식욕이 좋아서 잘 먹는데도 불구하고 체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집중력이 저하돼 안절부절못하거나 불안감을 느끼고 신경이 예민해져서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가볍게 운동해도 숨이 차고, 평상시에도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며 심박동이 불규칙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노인층에서는 이러한 증상들은 명확하지 않고 식욕 저하, 피로감, 근력 저하 등의 애매한 증상만 나타날 수도 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치료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면 특히 노인층에서 심장에 합병증이 생겨 부정맥이나 심부전이 나타날 수 있으며 골다공증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신속히 갑상선 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려 증상을 없애는 방향으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치료로는 갑상선 호르몬의 생산 및 분비를 억제하는 항갑상선제 약물 투약이 가장 흔히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치료를 시작하고 3~6개월 정도 뒤에 갑상선 기능이 정상화되며, 최소 2~3년 정도의 기간 동안 유지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치료는 비교적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다. 다만 일부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거나, 약제 중단 후 반복적인 재발을 보이는 경우는 갑상선 조직을 영구적으로 파괴하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 또는 갑상선 전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치료 후에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해결이 되지만 영구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발생하므로 평생에 걸친 갑상선 호르몬제 보충 요법이 필요한 점을 기억해야 한다.

삼다(三多) 증상에 살이 빠지면 ‘당뇨병’ 의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정창희 교수. [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정창희 교수. [병원 제공]

당뇨병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모자라거나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아 혈당이 상승해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가 되는 질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층 약 3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일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 살이 급격하게 빠진 데다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많이 보고, 많이 먹는 ‘삼다(三多)’ 증상이 나타나면 당뇨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피로감을 잘 느끼거나 눈 침침함, 손발 저림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는데, 혈당이 아주 높지 않은 경우에는 대부분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당뇨병이 생기는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병은 아니지만, 유전과 관련은 있다고 보고된다. 제2형 당뇨병의 경우 부모 모두 당뇨병이 있으면 자녀가 당뇨병을 갖게 될 확률이 50~60%이고, 부모 중 한 사람이 당뇨병인 경우 확률이 20~30% 정도다. 유전적인 요인 외에도 비만, 연령, 식생활, 운동 부족, 스트레스, 약물 등의 환경적인 요인도 당뇨병 발생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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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자체는 일반적으로 아직은 완치가 불가능한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철저한 식사 요법과 운동 요법 그리고 적절한 약물 요법으로 혈당을 조절하고 합병증의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최고의 예방법이다. 약물 요법에는 경구 혈당강하제와 인슐린 주사가 있는데, 당뇨병의 종류, 환자의 상태, 합병증의 유무에 따라 치료 약물을 선택한다. 약물 요법을 하는 중에도 식사 요법과 운동 요법은 필수다.

당뇨병은 합병증 예방이 중요하다. 혈액 속에 당이 과다하게 높으면 지방질과 여러 세포 등이 혈관 벽에 침착되어 혈관이 조금씩 좁아지다가 나중엔 아예 막히게 되는데, 이 과정이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당뇨병을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혈관 벽이 막히는 현상은 우리 몸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눈, 콩팥, 발 등에서 발생하는 합병증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초반에는 별다른 증세가 없다가 심각한 상황이 돼서야 증세가 나타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때문에 당뇨병 환자는 증세가 없더라도 정기 검진을 통해 합병증 유무 및 병의 진행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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